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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aeg 2022.9 - No.79
(주)책(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감정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너무나 많지만, 그저 힘듦이나 고통을 토로하고 잠시 달래는 법을 넘어, 조금 더 본질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 감정이 어떤 의미인지, '나쁜 감정'은 왜 끈질기게 존재하는지, 우리는 왜 감정의 덫에 빠져 허덕이는지, 서로 감정을 나누는 진정한 방법은 무엇인지, 자신만의 감정 대처법은 무엇인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면서요. 그러한 이야기들을 가득 모은 <Chaeg> 79호에서는 다시 일상으로, 일터로, 학교로 복귀하는 가을, 스스로를 돌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p. 26)'
이번 <Chaeg. SEP 2022 Issue #79>주제는 '감정의 지도'다. 내 감정을 어떻게 잘 드러내어 자신을 돌보아야 할까? 또 지인이 감정을 토로할 때 나는 어떻게 그 감정을 나누어야 할까? 생각해 본 여러 갈래의 감정을 찾을 수 있었다.
우선 감정이란?
'김소연 시인은 <마음 사전>에서 "감정이 한 칸의 방이라면, 기분은 한 채의 집이며, 느낌은 한 도시 전체"라고 우리의 마음을 구조화했다. ( p. 76)'
내 감정을 다루려면?
'짜증, 두려움, 분노, 속상함, 외로움, 수치심 등 다양한 감정을 적확하게 언어화하면 감정에 대한 주도권을 경험하게 되고, 표현하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p. 60, 61)'
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때론 마음 안에서 길을 잃을 수 있으므로 '감정에 적절한 이름을 붙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p. 28)' 그래야 상대방도 내 감정을 파악할 확률이 높아진다.
타인의 감정은? 우리 모두 같은 모습이 아니듯 대하는 모습도 각기 달라야 한다.
'자녀가 성수자임을 고백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배우 봉태규는 아이의 감정을 '껴안음'으로 대하겠다고 답한다.
'"우선 안아줄 것 같아요. 스스로의 존재를 이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과 사회적 잣대로 휘두르고 쳐내는 동안 혼자서 얼마나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그러니 다 괜찮다고, 그저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요. 아이가 느꼈을 공포감과 외로움에 대한 껴안음, 그게 아이가 외친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제가 보여줘야 할 예의라고 생각해요." (p. 39)'
이중적인 자신의 감정으로 고민하는 학생에게 김제동이 건네준 말은...
'"괜찮아. 사람 마음이 어떻게 한 겹이야? 수만 겹, 수십만 겹이야. 어떤 마음이 들어도 다 니 마음이야. 잘 봐줘." (...) 기쁨도 슬픔도, 외로움도 쓸쓸함도, 모두 반가운 손님처럼 우리 마음속에서 잘 쉬었다 갈 수 있게 잠시 그것들에 시간을 내어주면 어떨까요? 나쁜 감정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다 옳은 거니까요. 우리 마음은 수십 겹, 수천 겹이니까요. (p. 41)'
부정적인 감정도 필요하다.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다.
'기분 저하는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의욕을 낮춤으로써 위험을 피하거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만들며, 실현 가능성 없는 전략 및 목표를 바꿀 수 있게 한다. 불안을 느낄 때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며, 그 자리에 얼어붙거나 도주하는 등의 변화는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 (p. 55)'
'자메이카에서 인터뷰 한 노년 남성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분이 청년이었을 때 무명 음악가로서 호텔에서 연주하다가 우연히 아내를 만나 첫눈에 반했대요. 당시 가진 것은 없었지만 앞으로 굉장한 삶을 살 거라고 큰소리 뻥뻥 치면서 행복을 약속했는데, 아내는 조용히 웃기만 했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돌연 비극으로 방향을 틉니다. 아내가 암에 걸려 35년 결혼생활 끝에 생을 마감했다는 거예요. 그들의 마지막 대화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히아, 항상 당신에게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었어. 우리가 가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아직 그걸 이루지 못해 미안해." 아내가 답합니다. "뭐, 그런 거지." 이 대답에서 느껴지는 담백함과 초연함 때문에 찡하더라고요. 원망도, 아쉬움도 아닌, 평평한 감정의 상태 같았어요. 남편이 소년처럼 들떠 꿈과 행복을 약속할 때, 이미 아내는 그런 건 상관없었던 거예요. 그냥 이 사람을, 이 인생을 받아들일 뿐. (p. 127)'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같은 질의 감정이 담긴 에피소드여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여보~ 뭐, 그런 거지.", "아빠~ 뭐, 그런 거지." 이런 말을 절대 듣고 싶지 않기에...
이런 내 감정에 적절한 이름을 붙여볼까? 시간 좀 걸리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