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Tell You Something :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황영 지음 / 마음연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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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 같은 에세이다.

Plagiarism
표절에 관한 준수 사항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의 인생을 표절해 살 수 없습니다. 표절은 불가능하고, 또 장려하지 않습니다.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p. 9)'

학원 영어강사인 저자 황영이 영어 시험문제로 출제된 지문을 가져와 철학적 사유를 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저자의 인생 또는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인생, 그렇다고 저자의 말처럼 표절할 수도 없는 인생의 답을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니체가 탐구했던 철학적 질문들에서 찾아본다. 인생, 철학과 같은 딱딱해지기 십상인 주제가 저자 특유의 유머로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탈바꿈됐다.


제대 후 복학해서 제일 먼저 이재옥 토플 등 네 권을 사서 얇게 나누었다.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영어시험에 대비할 목적으로 지하철로 통학하며 토플 책 네 권을 달달 외었다. 그 덕분에 입사 시험에 출제된 문제들은 모두 익숙한 지문과 문제들이었고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에 성공했다. 고등학생 시절에도 예비고사를 대비해 영어 교과서와 참고서의 지문들을 달달 외웠었다. 외었던 그 수많은 지문에 철학이 담겨있으리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 원문을 검색했다. 관련된 자료를 찾아 정리하여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비슷한 내용의 지문과 문제를 풀 때, 더 쉽게 정답을 맞혔다. 철학도 알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p. 12)'

조금은 더디더라도 학창 시절에 저자와 같은 선생님을 만났어야 했다. 그래야 엄혹하고 획일화됐던 군사독재 시절, 조금이라도 생각이란 걸 할 수 있었지도 모른다. 당연히 철학적 질문들을 만났을 테고, 질문에 답을 구하려 했을 테고, 그다음엔 인생을 생각했을 테고, 이른 나이에 멀리 보며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인생을 준비하고, (어차피 수정하겠지만 그렇더라도) 계획을 세웠을 테고...

적어도 젊은 시절의 귀한 시간을 취업을 위해 지문을 달달 외우는 일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대기업에 취업해서 먹고살지는 않았느냐고 스스로 위로해 볼 수도 있지만, 먹고살았다는 것에 만족하기엔 하나뿐인 인생이 너무 가벼워진다.

'그런 면에서 철학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도, 생존을 넘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범주에서 철학이 담당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철학을 하지 않아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 다만 철학 없이는 행복한 건물주는 될 수가 없다. (p. 26)'


내 인생의 주체가 나라면 행복하다.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진다. 행복을 단념해야 할 것은 단념해야 한다. 포기하지 못하고 집착하는 건 욕심이기 때문이다.

'여우는 포도를 먹을 수 없게 되자, 포도를 신포도로 규정하고 먹고 싶은 욕망을 가렸다. (...) 여우처럼 내가 이룰 수 없는 욕망을 과감하게 단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진짜 어른이 된다. (p. 179)'

단, 욕망을 거둘 때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스스로를 설득해야 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초라해진다.


고통, 모순뿐인 인생,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는 인생을 저자는 니체의 '위버멘쉬'로 인생의 방향을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틀어놓은 듯하다.

자기 극복은 사랑으로 시작해 철학으로 나아갔다. 인간의 생활 양식은 변했지만, 사고하는 방법과 반성하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인다. 고전 속에서 나는 나를 재평가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통해 세상과 나를 보는 관점이 성장했다. 누구는 시간 낭비라고 하지만, 책 속에서 발견한 지혜는 나를 사랑하게 하고, 주변에 덜 흔들리며, 삶을 사랑하고, 고통을 끌어안아 이면의 행복을 보게 했다. (p. 182)'


저자 자신의 인생을 철학과 잘 버무려 쓴, 글솜씨 뛰어난 에세이였다. 고통과 모순, 후회뿐인 인생을 무엇으로 극복하려 또는 극복하며 사는가? 돈? 명예? 지식?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저렴하지 않은가. 황영의 에세이를 계기로 철학적 사유에서 그 답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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