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 - 영화를 사랑한 심리학, 심리학이 새겨진 영화, 2022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 [올해의 책] 선정
전우영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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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우리 마음속 전쟁은 잠시 휴전을 선언한다. 하루에 5분만 숨통이 트여도 살만하다고 하는 데(28. 나의 해방일지 2), 영화는 우리의 마음에 최소한 90분의 평화를 제공한다. (p. 12, 프롤로그)'

사회심리학자 전우영 교수에게도 위로가 필요했다. 그래서 영화를 찾았고 영화는 그에게 위로를 건넨다. 영화는 '생각을 멈추고 관점을 전환'시켜 마음의 작동 방식을 변화시킨다. 우리가 보지 못했거나 못 본 채 했던 세상을 영화는 경험하게 한다. <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는 영화를 무척 사랑한 사회심리학자가 51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소재로 쓴 심리학 에세이다.


아침부터 머저리 같은 인간들이 먼저 생각난다. 최팀장 개자식, 한수진 미친년... 어느 틈에 화가 나있고 그런 화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직장 생활할 때 흔하게 겪은 일이었고 나를 꾸짖으며 괴로워하곤 했었다.

우선 가장 쉬운 방법이어서 문제의 발단을 나로 규정했다. 하지만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다음 방법으로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았고 남 탓을 했다.

'그러면서 구씨에게 자기가 죽지 않고 사는 법이 있다며 알려준다.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p. 179, 나의 해방일지, 15화)'

염미정이 구씨와 우리에게 알려주는 '죽지 않고 사는 법'이다. 나를 바라보고 타인을 바라보는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곳을 바라보라고 한다. 화가 가라앉질 않는 우리에게 염미정이 건네는 처방이다.


도대체 왜 현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시절이 아닐까? 우리가 동경하는 과거도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 모두가 아름다워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과거를 중심사건 위주로 보기 때문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라고, '초점주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우리에게 따뜻하게 위로한다.

팀의 가족은 시간 여행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다면? 주식 정보를 이용해 부를 쌓을까? 팀의 아버지는 똑같은 인생을 한 번 더 살아보는 데 이 능력을 사용했다. 처음에 지나쳤던 인생의 아름다움을 맛보기 위해서. 돈이 행복의 전부일 것 같지만 아니라고, 삶의 작은 아름다움을 체험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거라고 영화 <어바웃 타임>은 뜨거운 위로를 건넨다.

우리는 근거도 없고 조작되기 쉬운 자신의 기억을 주요 정보로 나도 모르게 판단을 내린다.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기도 하는' 확증편향'이다.
'확신은 우리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불일치하는 정보는 무시한 덕분에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p. 205)'
영화 <더 헌트>는 확신했을 때 가장 먼저 '의심하기'를 해보라고 우리에게 쓸쓸한 위로를 한다.

'사람들은 관찰자로서 타인의 행동 이유를 추론할 때는 타인의 성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행위자로서 자기 행동의 이유를 추론할 때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p. 298)'
이런 이유로 가난한 사람을 게으르고 무능력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영화 <어느 가족>의 두 남녀는 절도, 살인, 유괴, 암매장 등의 범죄행위를 일삼는다. 하지만 관객은 두 남녀의 상황을 공감하면서 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나쁜 행동이 사람이 아니라 나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시각을 가지라고 영화 <어느 가족>은 우리에게 차갑게 위로한다.


발행인은 책과 함께 보낸 편지에서 '책을 밀쳐두지 마시고 가능한 한 빨리 서둘러 읽기'를 권한다. 책을 덮을 때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심한 통증에 빠른 처방이 필요한 사람들임을 알고 있는듯하다.

<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는 내 마음과 관계에 생채기가 생길 때 나를 위로하고 다른 이들을 이해하도록 해 처방하고 치유한다. 힘들고 지쳐 숨쉬기조차 어려울 때 숨통이 트이게 한다. 그래서 마음에 평화를 얻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의 처방전을 펼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영화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매일 조금씩 우리의 마음을 자라게 한다. (p. 345,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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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민족으로 읽는 패권의 세계사 - 문명을 이룩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새 시대를 연 민족들의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은희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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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일까? 저자는 '배고픔에 대한 공포와 풍요로운 삶을 향한 욕구'라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10대 민족도 이 두 가지를 위해 이동했고, 침략했고, 협력했고, 분열했다. 그 결과 한 민족이 번성하고 쇠락하면,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민족이 패권을 잡으며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같은 일은 계속 되풀이됐고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군사력이 강한 유목민족은 부족끼리 연합하여 농경 지대를 공격했고, 농경민족은 부족 간 힘을 합쳐 자신들의 삶을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상업민족은 상호 연결망을 구축하여 유목민이 세운 제국을 유지하는 데 협력했다. (p. 6)'


유라시아를 정복하고 대규모 교역망을 구축한 몽골족. 흥미롭게도 이들 민족이 몽골고원을 벗어나 중국으로, 유라시아로 진출하게 된 힘의 원천은 겨울이 되면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기후와 척박한 땅이다. 혹독한 생활환경과 식량 부족은 몽골족을 세계사를 바꾼 민족으로 성장케했다.

'그들은 '말의 이용 → 기마 기술의 체계화 → 기마 군단의 출현 → 상업민족과의 협력'이라는 4단계를 거치면서 강대해졌다. (p. 148)'


군사력도 약하고 명나라가 망할 때 100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로 중국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던 만주족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민족이었다. 몽골고원의 유목민과 중국 농경사회 간의 관계를 교묘하게 조합하여 260년 동안 지배를 유지했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 몰락하기 전까지 만주족은 자신들의 힘이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았다. 혼인 정책으로 다른 민족과 동맹을 강화했고 부족들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유교를 중시하여 한족 문화를 존중했다.


군사력으로 힘의 우위를 점할 수 있던 시대에는 '침략과 정복은 생존을 위한 행위'라고 여긴 기마 유목민족이 패권을 잡았고, 교역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상업민족이, 항해기술이 발달했던 때는 먼저 바다로 진출한 민족이,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술과 자본을 가진 민족이 세계를 움직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을 거머쥔 미국은 현재 중국이라는 장벽을 만났다. 중동 국가들도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며 미국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시대는 언제나 바뀌고 그 시대에 작동하는 힘, 우세한 힘을 거머쥐고 세계를 움직이는 주인공도 바뀐다. 앞으로 세계를 움직일만한 능력을 가진 민족은 누굴까? 어느 나라일까?


자원이 부족하고 강한 나라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세계를 장악한 10대 민족 모두가 이러한 환경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었고 이를 극복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위안이 된다. 더 나아가 우리도 어쩌면 세계의 어엿한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용기를 준다. 다만 모든 민족의 쇠락은 안주하고 분열될 때 생겼다는 역사가 마음에 걸린다.

단기간에 기적을 경험한 요즘의 우리를 보면, 그 후유증인지 모르겠지만 패거리 정치, 사대주의적 발상, 리더들의 자기 안위만을 우선시하는 욕심... 현재 우리 사회에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들이다.

'민족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을 화합하고 단결하게 하는 구심점이 되어 국가 건설과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타민족을 배척하고 탄압하는 수단이 되어 끔찍한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고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세계사와 민족의 역사를 배우는 목적일 것이다. (p. 243)'

다른 민족, 다른 국가가 아니라 같은 민족, 같은 나라에서 배척하고 탄압하여 기득권을 지키고 더 키우려는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면 결과는 끔찍한 비극이다.

10대 민족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함이다. 그리고 '배고픔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풍요로운 삶을 향한 욕구'를 위해 세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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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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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러니까 과학이라든지 신이라든지, 당신이 믿는 무언가가 정해준 시간에 해가 뜨는 어느 날, (...) 당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게 되리란 사실을 당신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이토록 기분 좋고 안전한데, 당신한테 또 다른 인생이 있다는, 어쩌면 당신 안에 이미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할 이유가 있을까? (p. 15, 첫 문장)'


휘파람을 잘 부는 선생 더글러스와 그의 아름다운 부인 세릴린. 아이는 없지만 이들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존경하고 부러워할 만큼 완벽한 부부다. 시장 행크는 쌍둥이 아들 중 큰 아이를 사고로 잃었다. 행크의 쌍둥이 아들 제이컵은 형의 죽음에 뭔가 비밀이 있음을 직감한다. 신부 피트는 골칫거리 조카 트리나에게 항상 마음이 간다. 듀스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세릴린에게 마음이 있다.

루지애나의 작은 마을 디어필드. 이곳에 사는 사람 누구도 디어필드 외에 아무 데도 가보지 않았고. 이곳은 대체로 거의 고통스러울 만치 고요하다. 마을 사람들은 함께 자라온 만큼 서로 잘 알고 아주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간다.


'이 기계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DNA를 측정해 당신 인생의 가능성, 그리고 당신의 신체와 정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준다고 한다. (...) 게다가 값은 고작 2달러다. (p. 17)'

어느 날, 식품점에 누구도 의식하지 못한 채 디엔에이믹스를 누군가 갖다 놓았다, 단순하게 생긴 이 기계 하나로 디어필드는 모두 것이 이전과 달라진다.

마을 사람들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을 아는 것이 두렵다. 최악일까? 최선일까? 두렵기는 하지만 궁금하다. 최악이래봤자지... 만약 최선이라면?


'하지만 때때로는 깜깜한 곳에 있다가 커튼을 내리고 테이프로 고정한 뒤, 깜깜한 곳이 더 깜깜 해질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p. 90)' 이런 이유로 기계에 2달러를 넣는다.

더글러스의 아내 세릴린의 새로운 인생은 '왕족'이다. 세릴린은 왕족이 된 자신을 꿈꾼다. 왕족이 된 것만 같다. 디엔에이믹스가 알려준 미래에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더글러스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휘파람 부는 사람. 교사.' 더글라스는 디엔에이믹스를 믿을만한 가치가 없는 기계라고 여긴다.

더글러스처럼 미래가 지금과 마찬가지라면 알려준 미련이 없겠지만, 현실에 불만이 있고 더 나은 미래를 알게 됐다면 세릴린처럼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미래에 기대를 걸게 된다. 기계가 뱉어낸 종이 쪼가리가 힘을 가진다. 나의 인생이 정해졌다는 터무니없는 말이 미래를 지배한다.


기계가 근사하지 않아도 된다. 테스트 결과가 말이 안 돼도 상관없다. 현재의 자신이 아닌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세릴린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서로의 믿음이 깨지면서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일상도 달라진다. 선택의 자유를 부정하고 결정된 미래를 포장하고 싶은 마음을 끄집어낸 기계 때문이다.

'부엌을 둘러보았다. 평소라면 지금은 와인 타임, 아내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어야 했다. 아니, 그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아내가 그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과 마찬가지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시간. 하지만 오늘은 아내가 없었다. (p. 416.)'


가능성은 여지가 있어 설레지만 두렵기도 하다. 최선의 삶이 있다면 마음이 끌리게 된다. 희미하던 잠재된 나의 능력이 뚜렷해진다면 더욱더 그 삶에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현재의 익숙한 삶이 뒤집힐 수도 있어 주저하게 된다.

내 앞에 디엔에이믹스가 놓여 있다면? 2달러를 넣을지 말지... 선택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분명 또 다른 인생의 가능성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더글러스와 세릴린은 그동안 기대를 접었던 아이를 얻으면서 지금의 삶을 선택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가 고민했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할까 하는 질문은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질문이 그 자리를 채웠다. 나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가? (p. 494)'


소설의 마지막에 들어서면서 미스터리 소설답게 디엔에이믹스를 둘러싼 비밀 반전이 있다. 누가, 왜 기계를 갖자 놓았는지.. 테스트지의 적힌 결과는 어떻게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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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 우리는 왜 그 작품에 끌릴까
최샛별.김수정 지음 / 동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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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시대적, 사회적 요소에 따라 조건 되고 결정됨으로 예술에서 그 당시 사회에 대해 무언가를 읽기가 가능하다. 반면 예술은 사회에 영향을 끼쳐 변화시킨다. 예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생산된다.

'예술사회학은 간단히 말해 예술을 사회학적으로 읽어내는 학문이다. (...) 사회학은 예술을 포함해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현상들과 사회문제들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며, 그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역사적으로 오랜 발전 과정을 거치며 독자적인 이론과 방법론을 확립해온 사회학은, 예술에 대해서도 다른 학문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시각을 견지한다. (p. 38)'

예술사회학의 가장 큰 매력은 보이지 않거나 보지 못하던 것을 보는 힘이다.


그렇게 먼, 범접하기 어려운 곳에서 고고한 빛을 발하던 예술이 어느덧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산다. 그건 이제 예술을 보고 읽어야만 하는 시대를 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생소하기만 했던 예술사회학의 기초적인 이론과 다양한 이슈를 재미있는 사례를 제시하며 편안하게 설명한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벤 영웅 유디트, 예술 작품 속에서 그녀의 모습은 연약한 여성, 성녀 또는 요부이다.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력을 허락하지 않는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바그너의 음악과 레니 리펜슈탈의 영상 미학은 히틀러와 인연을 맺어 정치적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쳤다.

브뤼디외는 예술 소비 취향으로 사회 계급을 구분하기도 한다.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소비하는 상층계급은 작품에 담긴 의미, 화풍, 역사적 사건과 배경 등을 중요시한다. 이들의 취향은 타고난 것이다.

르누아르의 <두 자매>를 좋아하는 대중적 취향의 하층계급은 즉각적인 만족을 주며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이 쉽게 몰입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상층계급과 하층계급의 중간적 성격을 띤 중간계층 취향의 작품이다. 이들은 상층계급 취향을 추구하는 반면 하층 계급의 취향과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

'취향을 매개로 유유상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포섭과 배제의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부르디외는 이를 사회 계급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투쟁, 혹은 '구별 짓기'라고 설명한다. (p. 274)'

지금 젊은 세대들의 예술 소비는 좀 다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만들어낸다. 포스팅이란 방식으로 감상(소비)을 '나를 표현하는 수단(생산)'으로 활용한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는 예술과 사회를 함께 읽을 것을 제안한다. 예술의 이면을, 숨겨진 의미를, 비밀을 보기를 권한다. 예술을 만드는 데 무엇들이 작용했는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술을 이전과는 다르게 보도록 한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예술이라는 매력적인 대상을 사회학이라는 한층 더 매력적인 학문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기를, (p.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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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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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름을 하냐, 바람을 피냐, 돈을 안 벌고 놀기를 하냐. 남편으로서 뭐가 어때서 불만이냐?"
결혼 N년차 접어들었던 친구가 부부 싸움하다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괜찮은 남편 아니야' 그런 의미인데, 그러네 '괜찮은 남편이네'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절친에게 한마디 했다.
"대한민국 남편 대부분 다 그렇지 않나? 그게 자랑거리인가?"

내가 그래도 괜찮은 남편이라고 말하려면 남들이 다 갖춘 기본은 물론이고 뭔가 하나가 더 필요하듯, 내가 어른임네 하려면 다른 어른보다 뭔가 내세울 만한 구석이 하나 더 필요하다.


21년 차 어른, YTN의 김혜민 PD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자신에게 질문을 했다. 질문 끝에 찾은 어른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 중 하나, 염치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8년 전 세월호, 지난해 이태원에서 벌어진 일을 대하는 우리 어른의 태도는 염치를 생각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니 말이다.

가끔 커나란 분노가 일어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곤 하는데, 이런 세상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할 때다. 욕심 덩어리인 어른들, 그들이 우리 사회의 리더라 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나는 '신독愼獨'을 마음에 품고 산다. 남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기본이고 자신에게조차 부끄러운 행동이나 마음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의 의지를 나타내는 경구다. 신독愼獨.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진리 깨닫기, 상대방 존중하기, 비겁한 변경하지 않기, 사과하는 태도, 소명과 욕망 구분하기...

'어른이라면 '기다려 봐', '잘 되겠지'라는 비겁한 변명 따위는 집어넣고 행동해야 한다. (p. 91)'

김혜민 PD는 마흔이라는 어른의 문턱에서 좋은 어른이라 불리고 싶었고, 괜찮은 어른이 되려고 좋은 태도로 채워 나가고자 한다.


'어릴 때는 재미를 위해 모든 일을 선택하는데, 왜 어른이 되면 재미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까.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어른의 삶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당연히 삶의 축을 '재미'보다 '의미'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만 추구하는 어른에게는 철이 없다 흉본다. 대체 왜 어른은 재미보다는 의미가 더 값지다고 생각하는 걸까. (p. 42)'

김혜민 PD가 던진 질문들을 나에게 해보니, 나이만 먹었지 어른은 아니다. 어른은 되어가는 과정이라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내가 가진 많은 나이가 부끄럽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 정도면 그래도 내가 괜찮은 어른이라고 어쭙잖게 뽐내고 있지는 않은지.

"대한민국 대부분의 어른이 그 정도 노력은 하지 않나? 그 정도 가지고 자랑할 일인가?"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뭔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는 '신독愼獨'을 다시 한번 마음에 품고 좋은 어른이 돼보려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계절 중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즐길 수 있는 날들은 며칠 안 되는 것처럼, 한 사람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온한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른이 힘을 기르는 과정이 아닐까. 책을 쓰면서 이런 우울함과 두려움까지 받아들이게 됐다. (p.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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