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대 민족으로 읽는 패권의 세계사 - 문명을 이룩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새 시대를 연 민족들의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은희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1월
평점 :
역사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일까? 저자는 '배고픔에 대한 공포와 풍요로운 삶을 향한 욕구'라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10대 민족도 이 두 가지를 위해 이동했고, 침략했고, 협력했고, 분열했다. 그 결과 한 민족이 번성하고 쇠락하면,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민족이 패권을 잡으며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같은 일은 계속 되풀이됐고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군사력이 강한 유목민족은 부족끼리 연합하여 농경 지대를 공격했고, 농경민족은 부족 간 힘을 합쳐 자신들의 삶을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상업민족은 상호 연결망을 구축하여 유목민이 세운 제국을 유지하는 데 협력했다. (p. 6)'
유라시아를 정복하고 대규모 교역망을 구축한 몽골족. 흥미롭게도 이들 민족이 몽골고원을 벗어나 중국으로, 유라시아로 진출하게 된 힘의 원천은 겨울이 되면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기후와 척박한 땅이다. 혹독한 생활환경과 식량 부족은 몽골족을 세계사를 바꾼 민족으로 성장케했다.
'그들은 '말의 이용 → 기마 기술의 체계화 → 기마 군단의 출현 → 상업민족과의 협력'이라는 4단계를 거치면서 강대해졌다. (p. 148)'
군사력도 약하고 명나라가 망할 때 100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로 중국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던 만주족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민족이었다. 몽골고원의 유목민과 중국 농경사회 간의 관계를 교묘하게 조합하여 260년 동안 지배를 유지했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 몰락하기 전까지 만주족은 자신들의 힘이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았다. 혼인 정책으로 다른 민족과 동맹을 강화했고 부족들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유교를 중시하여 한족 문화를 존중했다.
군사력으로 힘의 우위를 점할 수 있던 시대에는 '침략과 정복은 생존을 위한 행위'라고 여긴 기마 유목민족이 패권을 잡았고, 교역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상업민족이, 항해기술이 발달했던 때는 먼저 바다로 진출한 민족이,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술과 자본을 가진 민족이 세계를 움직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을 거머쥔 미국은 현재 중국이라는 장벽을 만났다. 중동 국가들도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며 미국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시대는 언제나 바뀌고 그 시대에 작동하는 힘, 우세한 힘을 거머쥐고 세계를 움직이는 주인공도 바뀐다. 앞으로 세계를 움직일만한 능력을 가진 민족은 누굴까? 어느 나라일까?
자원이 부족하고 강한 나라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세계를 장악한 10대 민족 모두가 이러한 환경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었고 이를 극복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위안이 된다. 더 나아가 우리도 어쩌면 세계의 어엿한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용기를 준다. 다만 모든 민족의 쇠락은 안주하고 분열될 때 생겼다는 역사가 마음에 걸린다.
단기간에 기적을 경험한 요즘의 우리를 보면, 그 후유증인지 모르겠지만 패거리 정치, 사대주의적 발상, 리더들의 자기 안위만을 우선시하는 욕심... 현재 우리 사회에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들이다.
'민족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을 화합하고 단결하게 하는 구심점이 되어 국가 건설과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타민족을 배척하고 탄압하는 수단이 되어 끔찍한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고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세계사와 민족의 역사를 배우는 목적일 것이다. (p. 243)'
다른 민족, 다른 국가가 아니라 같은 민족, 같은 나라에서 배척하고 탄압하여 기득권을 지키고 더 키우려는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면 결과는 끔찍한 비극이다.
10대 민족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함이다. 그리고 '배고픔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풍요로운 삶을 향한 욕구'를 위해 세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