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내가 노름을 하냐, 바람을 피냐, 돈을 안 벌고 놀기를 하냐. 남편으로서 뭐가 어때서 불만이냐?"
결혼 N년차 접어들었던 친구가 부부 싸움하다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괜찮은 남편 아니야' 그런 의미인데, 그러네 '괜찮은 남편이네'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절친에게 한마디 했다.
"대한민국 남편 대부분 다 그렇지 않나? 그게 자랑거리인가?"
내가 그래도 괜찮은 남편이라고 말하려면 남들이 다 갖춘 기본은 물론이고 뭔가 하나가 더 필요하듯, 내가 어른임네 하려면 다른 어른보다 뭔가 내세울 만한 구석이 하나 더 필요하다.
21년 차 어른, YTN의 김혜민 PD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자신에게 질문을 했다. 질문 끝에 찾은 어른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 중 하나, 염치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8년 전 세월호, 지난해 이태원에서 벌어진 일을 대하는 우리 어른의 태도는 염치를 생각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니 말이다.
가끔 커나란 분노가 일어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곤 하는데, 이런 세상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준다고 생각할 때다. 욕심 덩어리인 어른들, 그들이 우리 사회의 리더라 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나는 '신독愼獨'을 마음에 품고 산다. 남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기본이고 자신에게조차 부끄러운 행동이나 마음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의 의지를 나타내는 경구다. 신독愼獨.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진리 깨닫기, 상대방 존중하기, 비겁한 변경하지 않기, 사과하는 태도, 소명과 욕망 구분하기...
'어른이라면 '기다려 봐', '잘 되겠지'라는 비겁한 변명 따위는 집어넣고 행동해야 한다. (p. 91)'
김혜민 PD는 마흔이라는 어른의 문턱에서 좋은 어른이라 불리고 싶었고, 괜찮은 어른이 되려고 좋은 태도로 채워 나가고자 한다.
'어릴 때는 재미를 위해 모든 일을 선택하는데, 왜 어른이 되면 재미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까.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어른의 삶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당연히 삶의 축을 '재미'보다 '의미'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만 추구하는 어른에게는 철이 없다 흉본다. 대체 왜 어른은 재미보다는 의미가 더 값지다고 생각하는 걸까. (p. 42)'
김혜민 PD가 던진 질문들을 나에게 해보니, 나이만 먹었지 어른은 아니다. 어른은 되어가는 과정이라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내가 가진 많은 나이가 부끄럽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 정도면 그래도 내가 괜찮은 어른이라고 어쭙잖게 뽐내고 있지는 않은지.
"대한민국 대부분의 어른이 그 정도 노력은 하지 않나? 그 정도 가지고 자랑할 일인가?"
괜찮은 어른이 되려면 뭔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는 '신독愼獨'을 다시 한번 마음에 품고 좋은 어른이 돼보려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계절 중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즐길 수 있는 날들은 며칠 안 되는 것처럼, 한 사람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온한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른이 힘을 기르는 과정이 아닐까. 책을 쓰면서 이런 우울함과 두려움까지 받아들이게 됐다. (p.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