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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어원 사전 - 이 세계를 열 배로 즐기는 법
덩컨 매든 지음, 고정아 옮김, 레비슨 우드 서문 / 윌북 / 2024년 6월
평점 :
요즘은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예전에는 한국이라고 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202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며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이라고 목청껏 외칠 때부터였지 싶다. 한국은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약자이고 '한민족의 나라'라는 산문적인 뜻이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외국인은 우리나라를 Korea라도 부른다. 처음에는 Corea라는 표기로 영어에 등장했지만 일제강점기부터 K가 쓰이기 시작했다고 (확실한 건 아니지만) 학자들이 주장한다. 열등한 식민지가 올림픽 등에서 영어 알파벳 순서에서 앞서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와 같이 여전히 Corea, 즉 'C'를 쓰는 나라들도 있긴 하다.
Korea는 외국인 붙인 타칭명exonym이고, 대한민국은 그 나라 사람들이 쓰는 자칭명endonym이다. 이를테면 Japan, Germany는 타칭명, 니뽄, Deutschland는 자칭명이다.
우루과이강에서 따온 '우루과이'에 대한 어원에 대한 설은 한 가지가 아니다. 토착 과라니어에서 의미를 찾으면 '새들의 강'을 뜻하고, 우루과이 강과 그 지류의 토착 민물인 왕달팽이 이름에서 왔다는 설도 내세울 만하다.
'콰우테말란은 나와틀어로 나무가 많은 땅이라는 뜻이다. (p. 38)' 나와틀어가 혀에 붙지 않았던 콩키스타도르들은 편하게 '과테말라'라고 불렀다. 이름에 걸맞게 과테말라는 수목이 울창한 정도가 아니다. 무시무시하게 나무를 베어내고 있는데도 국토의 3분의 1이 울창한 삼림으로 덮여 있다.
'교활한 바이킹은 이 화산섬의 푸른 해변에 도착하자 다른 개척자들이 눈독을 들일 것을 경계해서 이곳을 '아이슬란드 Iceland', 즉 '얼음 나라'라고 이름 지었다. (p. 99)'
이 섬엔 관심을 끄고 매력적인 그린란드 Greenland로 가란 뜻이었겠지만 얼음은 아이슬란드보다 그린란드가 훨씬 더 많다. 물론 이 이야기는 그냥 재밌는 이야기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서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Liberia'는 짐작했겠지만 자유를 뜻하는 라틴어 liber에서 온 나라 이름이다. 라이베리아에는 12세기부터 다양한 부족이 살았다. 그런데 미국이 식민지인 이곳에 미국 해방 노예들을 위한 정착지로 삼으면서 이들의 운명이 바뀌었다. 2만 명에도 못 미치는 흑인 해방 노예들이 라이베리아 권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토착민을 노예로 삼아 미국에서 겪었던 고통을 고스란히 토착민에게 가했다. 해방 노예들은 자유를 얻어 이곳에 왔지만 정작 토착민들은 '자유 Liberty'를 잃었다.
<여행자의 어원사전>은 6개 대륙, 65개 나라를 여행한 저자 덩컨 매든이 나라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다.
앞서 소개한 몇 가지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 이름에는 '오래전에 사라진 문화, 민족 이동, 종교, 언어, 갈등, 정복, 지형, 지도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이름은 단순하게 침략자의 이름을 따거나 주요 지형에서 오기도 한다. (p. 10)'
또한 마르코 폴로가 모가디슈 항구로 착각해 붙인 마다가스카르섬처럼 오해와 착각으로 나라 이름이 지어지기도 하고, 역사, 수호신, 과거에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민족의 이야기를 나라 이름에 담고 있기도 하다.
마침 여행할 나라가 있다면 이 책에 그 나라가 있는지 찾아보자. 그 나라 이름의 어원을 알면 여행하는 즐거움이 더해질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나라가 새롭고 친숙하게 여겨질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