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결심
하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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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은 전국구세요." 매니저 시절 한 후배가 조용히 다가와 내게 전해준 말이다. 그 당시만 해도 회사 내 학연, 지연 따위로 엮인 이른바 라인들이 있었다. 서너 개 정도였던 것 같은데, 모여서 회식도 하고 고스톱도 치고 명절이면 우두머리 격인 상사의 집으로 인사도 하러들 가고 그랬다. 인사철이 되면 끌어 주고 밀어 주며 자기 식구들을 챙겨 진급시켰다.

후배 설명에 따르면 이들이 지역구다. 라인에 속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전국구다. 일은 전국구가 한다. 진급은 당연히 고스톱 치던 지역구들 몫이다. 회사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지역구의 벽을 넘지 못해 진급이 매번 1년 2년 늦어졌다. 각 라인의 우두머리와 학교나 지역이 하나라도 엮였어야 하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 하완은 인터넷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인생 첫 책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마흔 살에 출간했다. 이 책이 30만 부나 팔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내가 읽은 책은 6년의 세월이 흘러 '개정판 기념 Q&A'가 더해진 개정증보판이다.

작가 하완은 딱 1년만 열심히 살지 말아 보자고 결심했다. 그런데 이 무모한 결정이 저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열심히 안 했다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p. 22)'

'더'하는 게 아니라 '덜'하는 게 필요하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공 사례는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했을 때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는데 그걸 많을 사람이 좋아해 준 경우였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향으로 걷다 보니 앞서가는 사람도 뒤처지는 사람도, 즉 비교할 만한 사람이 없어졌다.


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으니...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지난 6년간 저자는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고 한다. 경제적 자유도 누리며 잘 살았나? 그동안 없던 운이 책을 출간하자 저자에게 찾아와 운 좋게도 베스트셀러까지 됐고 적지 않은 돈으로 6년간 놀고먹었더니 이제 돈이 다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만 놀아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럼 이제 다시 열심히 산다는 건가? 그만 논다고 했지 열심히 산다고 하진 않았다고 저자는 대답한다. '내가 말하는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무책임한 삶이 아니라 무리하지 않는 삶, 여유가 있는 삶이다. (p. 351)'


학연, 지연이 없어 지지리도 운이 없던 직장 생활을 끝냈다. 삶의 속도가 줄었다. 차가 막혀도 조바심 내지 않는다. 백수가 가진 건 시간뿐이다. 줄 서서 기다릴 때도 줄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목을 빼 앞뒤를 살피지도 않는다. 속도를 줄이니 여유가 생겼다.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고 내 삶도 달라졌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는 없어져 이게 잘 사는 삶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기 싫으면 안 한다. 이룰 거창한 목표도 없어 뛰지도 않는다. 스케줄도 내가 정한다. 확실한 건 내가 살아보고 싶은 삶이란 점이다. 저자는 결심해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을 경험했지만, 내게는 정년퇴직이란 사건이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을 내 앞에 갖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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