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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평점 :
"책을 왜 읽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답하는데, 때때로 '어떤 주제로 갖고 얘기하더라도 30분 정도는 그 대화에 끼고 싶어서'라고 답하곤 한다.
대화로 의사소통한다.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교양>에서 '교양은 인간의 상호 이해를 즐겁게 해주는 의사소통의 양식'이라고 정의한다. 삼단논법으로 따지자면 대화에 교양은 필수다. 그 교양을 책으로 쌓을 수 있으니 내 대답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문학, 역사, 철학으로 나누어 결정적 장면을 시대순으로 정리한 책이다. 익히 들어 아는듯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우물쭈물하다가 대화에 섣부르게 낄 수 없을만한 22가지 역사적 사건, 22명 철학자의 사상, 16개 문학 작품을 추려 이 책에 담겼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말만 알아서는 선뜻 대화에 끼어들기 어렵다. 카이사르가 클레오파트라를 왕좌에 앉게 해준 뒤, 이집트를 떠나 골치거리였던 폰토스 왕국의 군대를 물리치고 원로원에 전했던 말이라는 것 까지는 알아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셰익스피어가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서 사용한 유명한 명언 "브루투스 너마저."까지 설명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카이사르가 친아들처럼 여겼던 브루투스를 중심으로 한 원로원들에게 암살 당할 때 한 말이다.
"신은 죽었다."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망치를 이름 앞에 붙인 이유는 니체가 기존의 질서와 철학, 우상을 파괴하려고 들었기 때문이다. 니체에게 신, 이성, 이데아와 같은 관념은 인간의 정신을 구속해온 우상일 뿐이다. 니체가 사망선고 내린 신은 '우상화된 신'이다.
'니체에게 '신이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왜곡되어 존재가치를 상실해 버린 신, 인간이 우상화해 버린 신이 문제였다. (p. 319)'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새에게 알은 세계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라는 정도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의미를 모른다면 <데미안>을 주제로 한 대화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아직 약한 부리로 단단한 껍질과 싸워야 한다. 껍질 안의 새는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알을 깨야 한다. 그렇게 한 세계를 깨뜨리면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p. 346)'
살면서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상황을 맞닥뜨릴 때 갖는 생각은 절망이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은 뒤 그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누구나 경험한다. 알을 깨고 나온 경험이 있기에 <데미안>의 글귀에 공감하게 되고 명언이 되어 많은 사람들 가슴에 남는 이유다.
쌓은 교양을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거나 망신주기 위한 질문에 이용하면 안 된다. 대화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짓이다. 지난 며칠 동안 벌어진 대선 토론에서 그런 질문이 토론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사람을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다.
알고 있는 교양을 써먹을 욕심에 자랑하듯 마구 늘어놓는 것도 볼썽사납다. 여자들이 많은 자리에서 군대에서 익힌 무기 지식을 쏟아낸다든지, 영어를 마구 섞어가며 알은체 하는 것 말이다. 이런 광경 역시 대선 토론에서 볼 수 있었다. 허풍은 교양과 거리가 멀다.
'"그리스 신화를 모르면 유럽 문화의 대부분을 이해하기 힘들다." - 토머스 볼핀치 (p. 104)'
유럽에서 탄생한 조각, 회화 등의 예술작품은 물론 문학 작품이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의 모티브는 우리들이 (대충 아니고 제대로) 알아야 할 교양이다. 교양을 갖추기 있지 않으면 대화에 관여하거나 이끌어가기 힘들다. 그 교양을 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 단, 교양이 자신을 내세우는 교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