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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 호명의 철학자 강남순 교수의 철학 에세이
강남순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5년 6월
평점 :
오늘 예배 시간에 설교를 마친 다음, 태어나 처음 교회에 온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강단에 올랐다. 목사님으로부터 축복기도를 받기 위함이었다. 아기를 본 순간 '아유~'라는 웃음을 품은 감탄사가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나 역시 웃는 얼굴로 옆에 앉은 아내와 주변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모두들 웃음 띤 얼굴이었다. 행복해 보였다.
''행복한 사람'을 판가름하는 나만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 있다. (...)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그의 얼굴에 지순하고 환한 웃음을 짓는 순간들을 일상 세계에서 가지는가. (p. 20)'
강남순 교수는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며 자기소개 시간을 가진다. 학생들의 소개가 끝나면 '강남순에 대하여 질문'하라고 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서로 질문하며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받은 질문 가운데 마음에 남는 2개의 질문이 있다며 소개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날(ideal day)은 어떤 날인가'다.
'이 질문들은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일상적 삶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만들고 싶은 미래를 생각하도록 하는 중요한 초대장 기능을 한다. (p. 230)'
이 두 질문이 강남순에게 개인적인 삶과 공적 삶을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도록 하는 초대장이라면, 철학자 강남순의 철학 에세이 <모든 존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내게 멈췄던 사유를 이어나가도록 만드는 초대장 같은 책이었다.
왜 쓸까? 사유를 이어가 본다.
'쓰기 행위는 무엇보다도 자기 삶에 대한 방치와 무관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존재론적 몸짓'이다. (p. 26)'
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책을 읽고 쓰는 행위를 할 때 내 삶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바쁘게 달려오느라 방치했던 내 삶을 살피며 과거의 나와 대화한다. 글로 옮김으로써 그 대화가 명확해지기까지 한다.
세상이 내 삶이 너무 부조리해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순간 삶을 종료하는 자살을 선택한다. 자살하지 않고 삶을 이어갈 수는 없을까? 저자는 '시시포스적 삶'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계속 굴러떨어지는 부조리 맞서, 바위를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반복적인 삶일지라도 그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 방법이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신, 하나님.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병을 낫게 해달라고, 투자할 곳을 알려달라고 기도하는 내 모습에서 '서로 사랑하라'는 그래서 '함께 살아가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주고받음'의 틀에서 기능하는 '교환경제의 신(economy of exchange)'만이 존재한다. 급기야 어떤 이는 그 신을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고 버리기까지 했다.
'그러한 '외적 구원'이 가능하다고 믿으면서 결코 오지 않는 '고도(Godot)'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삶은 '거대한 오류(great fallacy)'에 빠져 버리고 만다. 이 유한한 삶의 지독한 낭비다. (p. 253)'
아무 생각 없이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언제 올지도 전혀 모른 채 기다리는 '무사유의 삶'. 이것이 무서운 것은 '생존기계(living machine)'가 돼버려 삶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유마저 없다면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악'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곳에서 직장 생활을 마쳤다. '돈 버는 기계'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행인 건 퇴직한 다음 책을 읽게 됐고 이 책처럼 사유를 이어가며 질문하도록 도움을 준 책을 여럿 만난 것이다.
질문, 기계적 삶을 멈추게 하는 질문, 강남순 교수에게 삶을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도록 만들었던 질문, 행복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그런 질문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시시포스적 삶, 즉 외부에 기대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부조리를 직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아기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웃게 되는 행복할 권리를 가진 존재가 된다.
'"행복한가"라는 물음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나의 행복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의 릴레이로 이어진다. 나 외부에 있는 그 어떤 것이 나 대신 행복의 확실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러한 물음과 마주하는 것이 때로 힘들더라도, 스스로 질문 앞으로 자신을 초대해야 하는 이유다. (p.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