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믿지?
송순진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여성의 모습은 서로 적대시하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며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모습이 주로 비춰졌다. 함께 공존하는 법을 알지 못했고 사회는 그런 모습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우리가 연대할 때 우리의 자리가 커질 수 있음을. 생각과 함께 드라마의 역할도 변화되었고 여러 소설도 여성들의 연대가 그려졌다. 단편 소설집 『언니 믿지?』 또한 여성들의 따뜻한 연대를 그린 테마 단편소설집이다.

『언니 믿지?』에는 8명의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8명의 작가만큼 이야기 또한 다양하다. 아들에게 모든 걸 바치며 순종할 것을 강요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있고 서른여덟의 미혼 나이에 난자가 적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는 여름도 있다. 이혼한 딸을 두고 노심초사하는 엄마 등등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소설집 첫 작품을 수록한 <할머니는 엑소시스트>를 읽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철저한 가부장적 사고를 가지며 아들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할머니를 보노라면 이게 여자들의 연대를 그린 소설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할머니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 여성들을 같은 손녀인 자신이 이해하고 품어줘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김지원 작가의 <에그, 오 마이 에그> 또한 마찬가지다. 더 늦기 전에 결혼하라고, 더 나이 먹으면 아이 낳기 힘들다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한여름의 엄마를 보며 딸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 무심코 받은 검사에서 난소가 적다는 판정을 받으며 치료를 받으면서 임신을 하며 출산을 하는 여성들의 고충이 눈에 들어온다.

여덟 명의 작가들이 그리는 여성의 모습 모두 따뜻하지만 그 중 하나를 고른다면 김서령 작가의 <언니네 빨래방>이 아닐까? 이혼한 둘째 딸의 이야기를 동네 사람들에게 숨기고 사는 경자는 자신이 중매를 했던 이웃집 딸 은주가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노인들만 사는 시골에 빨래방을 하겠다는 은주의 이야기가 어리석어 보인다. 그런 경자에게 은주는 말한다.

"아줌마."

"저, 도와주세요."

아... 도와주라는 그 한 마디에 경자는 동네 사람들을 설득해나간다. 은주가 짚어내지 못한 동네 사람들의 특징을 알려주며 빨래방을 시작하는 은주의 든든한 동지가 되어준다. 그리고 경자의 딸이 집으로 내려와 사업을 하겠다는 소식에 경자가 찾아간 곳은 바로 은주였다.

"은주야."

"네, 아줌마."

"이번엔 니가 나를 좀 도와줘야겠다."

"그럼요. 그래야죠."

도와달라든 말 한 마디에 내 일 마냥 팔을 걷어부친 경자, 그리고 도와주라는 말에 "그럼요"라고 화답하는 은주의 미소, 그들에게 도와달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손을 내밀어주고 함께 나아가는 동지였다.

아들이 제일이라고만 여기는 할머니 세대는 여자가 서로 연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했고 시대가 흘렀지만 직장에서도 여성의 적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 깨달은 건 서로 싸울수록 여성들의 자리가 결코 커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네가 있어야 내가 있다라는 연대의식으로 여성의 자리는 점점 커져왔다. 미투 운동에도 함꼐 하는 동료가 있었고 사회는 조금씩 변화되어왔다. 『언니 믿지?』는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준다. 할머니 세대부터 지금 세대의 모습을 아우르며 다양한 여성의 따뜻한 연대를 보여준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지금은 비록 깨지기 힘든 유리천장과 편견에 막힌 현실 속에서 연대하는 여성서사가 더 많지만 앞으로는 유리 천장이 없이 더욱 활개치며 개성을 펼치는 여성의 연대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소설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활짝 도약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물건을 함부로 던지는 아이들에게 말하곤 한다. "네가 물건을 함부로 하면 얼마나 아프겠니? 소중히 다뤄줘야지." 그 말을 듣는 아이들은 "물건은 말을 못하는대요!" 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한다. 텔레비전이나 동화 속에서 보이는 물건들이 실제로 말을 하고 감정이 있다면 어떨까? 더구나 보통 물건이 아닌 인공지능이라면?

SF소설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미래의 인공 지능이 사람의 모습과 감정이 있다는 상상하에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제1회 카카오페이지 X 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카카오페이지 특별 선정작인 이 작품은 인공 지능 티스테와 룻의 우정이야기다.

소설은 25년 7일 14시간 전 주인이였던 다비드 훈으로부터 버림받은 인공 지능 정찰선 티스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우주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우주 시대이지만 지구의 공기는 극도로 악해져 폐병이 최악의 불치병인 시대, 우주 경찰인 다비드 훈의 오랜 동료였던 정찰선인 티스테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이다. 정찰선을 교체해준다는 당국의 명령에도 자신의 친구 티스테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다비드 훈은 토성에 순찰 중 딸 피치가 아이 출산한다는 소식에 곧 온다고 약속하며 먼저 지구로 떠난다. 끝내 오지 않는 훈을 기다리며 토성에 버려진 티스테는 어레스 박사에 의해 감정을 입고 인간 모형을 한 안드로이드로 새롭게 태어난다.

시간은 흐르고 자신을 버린 주인 다비드 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품고 살아가던 티스테에게 훈의 손녀인 룻이 나타난다. 다비드 훈이 위독하다는 사실과 훈이 티스테를 보고 싶어한다며 함께 지구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원망도 컸지만 그리움이 더욱 컸던 티스테는 룻과 함께 지구로 돌아가길 결심한다. 이건 룻의 거짓말이며 티스테를 팔아 엄마 치료비로 쓰려고 한다는 사실을 모른채.... 그렇게 룻과 함께 떠난 이들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설은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다비드 훈과 티스테의 추억,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룻과 티스테의 모험과 우정 등이 그려진다. 자신을 버린 주인, 엄마를 치료하기 위해 티스테를 속이는 룻. 티스테는 훈에 대한 원망에 룻을 골탕먹이기도 하고 룻은 어서 빨리 티스테를 팔고 거액의 돈을 받고 싶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함꼐 해야 할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티스테와 룻은 할아버지 다비드 훈의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가르침을 실행해 나간다.

소설에는 시간과 선택이 나온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음식을 구걸하는 비참한 인생이었던 다비드 훈과 친구 타르, 타르가 거느린 아이 호럼, 그리고 티스테와 룻의 시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인공지능이자 정찰선인 티스테의 눈을 통해 보여진다.

결코 자신의 삶을 놓지 않는 삶을 선택하길, 상상만 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버린 삶이 얼마나 허무한지 보여주는 이 소설은 룻과 티스테가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버림받았던 인공지능 티스테는 과거에서 벗어나 룻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며 함께 즐기는 모습 속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 역시 그랬고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위로하며 그리워만한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룻과 티스테가 그러했듯이.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음탕한 산문집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과 함께 동시에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을 읽었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의 적나라한 성적 묘사의 글이 읽기 힘들어질 때면 , 찰스 부코스키의 편견이 내게 들어갈 때면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이 작가의 글을 못 읽을 것 같았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은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보다 그의 고단한 삶이 더 자주 느껴져 좋았다. 그의 특기인 음란함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 산문집만큼은 그의 생활고를 알 수 있고 글을 쓰는 고뇌가 느껴져서 좋았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은 찰스 부코스키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다. 나와 같은 찰스 부코스키 입문자에게 이 산문집은 작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에는 가난한 작가로서의 삶이 두드려진다. 여러 잡지에 글을 투고하고 타자기는 수시로 전당포 신세가 된다. 글을 투고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출판사로부터 받는 거절 편지 등. 그의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찰스 부코스키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면 「음탕한 늙은이의 고백」을 꼭 읽어보시라. 이 단편에서 찰스 부코스키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1920년 독일 혼외자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자라던 어린 시절, 일하지 않으면 매질을 당해야 했고 학교에서도 공부에는 관심 없이 자리만을 채우는 시간이 된다. 관심 있는 것도 없었고 반항기 가득한 찰스 부코스키의 어린 시절을 통해 그의 도발적인 성격이 어려서부터 형성된 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찰스 부코스키는 「나이 든 시인의 삶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에서 100여 개 직업을 전전하고 같은 일을 11년 동안 해 왔다고 말한다. 일을 하고 난 이후면 신경이 사라지고 손을 위로 올릴 수 없어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려야했다. 고된 일터만을 전전하며 지냈던 찰스 부코스키는 이러한 노동 착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한 사람이 같은 직업에서 수년간 일하면

그의 시간은 다른 사람의 시간이 된다.

내 말은 하루에 여덟 시간이라도 그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그런 생활을 찰스 부코스키는 "일이 날 죽였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노동 끝에 자신만의 전쟁터에서 죽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전쟁터가 어딘 줄 아는가? 바로 자신의 타자기다. 그렇게 소설과 시를 쓰기 시작했고 글이 출간되기까지 한다. 그의 끊임없는 작품은 그가 찰스 부코스키만의 결단이었고 삶의 동아줄이였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반전주의자, 찰스 부코스키. 그는 정치의 오류를 정확하게 안다. 선거일이 되면 좌파와 우파의 정치인 또는 유명 인사들이 색깔을 바꿔입고 나오는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못마땅한 기색으로 그들을 보곤 한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지?"라며 비난하곤 한다. 찰스 부코스키는 바로 그 점을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전쟁에서 적을 없앤 순간 불균형이 생기고 새로운 적이 생겨난다.

좌파를 파괴하면 스스로 좌파가 될 수 있고 우파를 무너뜨리면

스스로 우파가 될 수 있다.

이게 다 변덕의 시소 타기이며 그 균형이 바꾸는 통에 훌륭한 사람들이 덫에 걸리고 농락당하는 것이다.


찰스 부코스키는 전쟁 뿐만 아니라 현 사회의 기득권, 노동자들 착취에 대한 비판은 매우 날카롭다. 그 자신이 노동자였기 때문에 그는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사람이 직장을 걱정하고 너무 많은 사람이 자동차, TV, 집 , 교육을 빚으로 거래한다.

신용과 자산과 하루 여덟 시간의 노동은 권력자의 좋은 친구다.


그의 글이 독일에서 번역되어 잘 나가도 정작 원고의 주인인 자신에게 돈이 들어오지 않자 출판사에 협박 편지를 쓰는 찰스 부코스키의 모습은 과연 그 답다고 생각한다. 보통 나였다면 받기 위해 자존심을 굽힐텐데 그는 당당하게 해 볼 테면 해봐라 라는 그의 당당함이 부러웠고 그 편지를 받자마자 돈을 지불한 독일 출판사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기게 한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은 찰스 부코스키의 특징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보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서야 그의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찰스 부코스키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음탕하다.

그렇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NOTES OF A DIRTY OLD MAN』 이다. 번역하면 더러운 노인? 아니면 못된 늙은이라고 해야 할까? Dirty를 음탕한 으로 번역하여 제목을 정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산문집은 음탕하다. 더 이상의 적절한 단어를 나는 찾을 수 없다.

찰스 부코스키. 처음 접했다. 《우체국》 ,《팩토텀》, 《호밀빵 햄 샌드위치》 등 60여 권의 소설과 시집을 낸 미국 문단의 이단아라는 평이 높고 자신만의 매니아를 구축한 작가라고 한다. 자신을 Dirty old man이라는 이 맹랑한 늙은 작가를 알고 싶어 인터넷을 검색했다. 내가 좋아하는 박현주 번역가님의 소개가 눈에 띈다. “미국 하층 계급의 삶을 노래한 계관시인”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미국 노동자들의 삶을 어느 작가보다도 탁월하게 소개해 내는 작가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나도 문학의 이단아가 쓴 노동자의 삶이 궁금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기대하지 마시라. 『음탕한 노인의 비망록』은 정말 음탕하니까.

책을 펴며 몇 페이지 읽던 순간 나는 길을 잃는다. 저자인 찰스 부코스키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다 또 다른 타자에게로 시선이 옮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또한 사실 그대로를 쓴 글로 생각하고 읽어나가다 경기에 날개 달린 천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이게 실화일까라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보면서 찰스 부코스키는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하게된다. 웃으며 야한 농담을 서슴치 않고 주고 받는 늙은 노인이 떠오른다.

음탕하다는 표현대로 이 산문집은 노골적인 성생활의 모습이 유독 두드려진다. 특히 창녀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유난히 돋보인다. 창녀에게 사람취급 해 주지 않는 건 기본이고 폭력도 주저하지 않는다. 성생활 후 나가라는 말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의 특징이 드라마에서는 그 말을 듣는 여자들이 불쾌해하며 방을 나서는데 찰스 부코스키와 함께 한 여자는 그렇지 않다. 저자에게 병을 깨뜨리며 기분 나쁜 복수를 한다. 저자의 불쾌한 성생활에 언짢아 있던 나의 기분이 후련해진다.

동성애, 적나라한 성적 묘사를 읽다 보면 눈살이 찌푸러진다. 미국 시 문단이 온통 좌파, 동성애판이라고 비판하는 저자의 말과 여자들을 함부로 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혼자 책을 읽다가 민망해질 때도 많다. 하지만 저자만의 촌철살인 문장이 드러나면 현 사태를 보는 같아 무릎을 치곤 한다. 음탕한 문장 속 무릎을 치게 만드는 그 문장들이 진흙 속 보물 같이 느껴지곤 한다.

찰스 부코스키, 그의 첫 책을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가 아닌 다른 문학집으로 시작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왜 나는 작가의 도발적인 작품을 첫 책으로 선택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함께 출간된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을 바로 아니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부디 이 책에는 음탕이 아닌 촌철살인, 이단아적인 그의 면모를 보길 기대한다.


나이가 들고 보니 특히나 이 나이 대를 사는 것이 기쁘다.

별것도 아닌 인간이 그저 너무 많은 헛소리를 하는 데 지쳤다. 사방에서 이런 일이 이러난다. 프라하.워싱턴. 헝가리. 베트남. 정부가 아니다. 사람이 정부에 대항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마침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젊은이가 점점 더 많아졌다. ....

그들은 혁명이 매국의 방식으로 투표를 불러오리란 걸 알고 있다.


우리는 방 한가운데, 가난과 부서진 유리 한가운데에서 레슬링을 벌였다.

그날 저녁에는 싸움이 없었고 창녀도 백수도 없었다.

사랑이 모든 것을 뒤덮었다.

그리고 깨끗한 리놀륨 바닥에 우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미국 남성은 열두 살이 되기 한참 전에 미국 공교육과 미국 예비 부모들과 미국의 괴물 광고에 머리를 두들겨 맞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여기에 있어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35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이세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 『내가 여기에 있어』는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수상작인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작품입니다.

'아동 문학상'의 최고 권위있는 상으로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개최되는 이 수상은 어린이 도서 분야의 노벨상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권위를 자랑합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의 표지를 보면 뭐가 떠오르나요? 맞습니다. 꼬리가 긴 뱀이 보입니다.

뱀과 함께 몸통 사이 사이 별과 달 그리고 새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누군가 소년의 몸을 깨웁니다. "톡톡" 소리에 놀란 소년은 고개를 들어 쳐다봅니다.

뱀의 꼬리가 소년을 향해 살랑입니다. 자신을 깨운 뱀의 꼬리를 찾아 방문을 연 소년은 커다란 뱀의 몸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기다랗고 커다란 뱀의 정체를 찾아 소년은 길을 떠납니다.


뱀을 찾기 위한 소년의 모험은 계속됩니다. 담장을 넘어 마을을 넘어 도시를 벗어납니다.

무섭기도 하지만 뱀을 찾아 숲으로 향해 갑니다. 소년은 뱀을 찾아 가는 여정 중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을 발견합니다. 누군가는 뱀의 몸통에 기대어 잠이 들고 동물에게는 뱀의 몸통이 따뜻한 휴식처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 드디어 뱀의 얼굴과 만난 소년에게 뱀은 말합니다.


괜찮아.

이렇게 널 보니 참 반가워. 아무도 여기까지 온 적 없거든.

친구도 없이 혼자 너무 오래 있었나 봐.



뱀의 커다란 몸통 주위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지만 정작 그 몸통의 주인인 뱀은 외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찾아오는 이 하나 없이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존재인지 말해 주는 사람 없어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도, 동물들도 뱀의 몸으로 여러 도움을 받지만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가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존재는 홀로 있을 때가 아닌 함께 있을 때 의미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이젠 개인주의와 함께 내 이웃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각자 살아가기 바쁩니다. 뱀의 몸통과 함꼐 살아가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웃들처럼요.


널 다시 보게 되면,

네 몸에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선 두 개를 그려 줄게.

그건 우리 둘만의 신호야.

'내가 여기에 있어.'

라는 뜻으로 말이야.


우리 주변엔 늘 함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에는 외로움과 무관심이 늘어나는 이 때 우리는 소외된 누군가에게 우리가 바로 여기 있다고 손짓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언택트 시대에 다정한 손길과 따뜻한 표현이 더욱 절실해진 이 시대를 생각하게 해 줍니다.

사람들이 무관심 속에 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소년은 끝까지 뱀을 찾아 나섰습니다. 어쩌면 우리 또한 뱀과 같이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모른 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온기를 나누며 '내가 여기에 있어'라고 손짓을 보내 줄 상대를 찾아야 합니다. 보이나요?

뱀은 우리의 가족이 될 수 있고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길가에 버려진 고양이가 될 수도 있어요.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듯 하지만 함께 살아가고 영향력을 받는 존재이니까요. 그들에게 함께 있다는 마음을 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큰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림책 『내가 여기에 있어』의 소년의 작은 신호만으로 뱀이 혼자라는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듯, 우리의 작은 마음만으로도 다른 누군가의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