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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믿지?
송순진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0년 11월
평점 :

한때,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여성의 모습은 서로 적대시하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며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모습이 주로 비춰졌다. 함께 공존하는 법을 알지 못했고 사회는 그런 모습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우리가 연대할 때 우리의 자리가 커질 수 있음을. 생각과 함께 드라마의 역할도 변화되었고 여러 소설도 여성들의 연대가 그려졌다. 단편 소설집 『언니 믿지?』 또한 여성들의 따뜻한 연대를 그린 테마 단편소설집이다.
『언니 믿지?』에는 8명의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8명의 작가만큼 이야기 또한 다양하다. 아들에게 모든 걸 바치며 순종할 것을 강요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있고 서른여덟의 미혼 나이에 난자가 적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는 여름도 있다. 이혼한 딸을 두고 노심초사하는 엄마 등등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소설집 첫 작품을 수록한 <할머니는 엑소시스트>를 읽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철저한 가부장적 사고를 가지며 아들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할머니를 보노라면 이게 여자들의 연대를 그린 소설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할머니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 여성들을 같은 손녀인 자신이 이해하고 품어줘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김지원 작가의 <에그, 오 마이 에그> 또한 마찬가지다. 더 늦기 전에 결혼하라고, 더 나이 먹으면 아이 낳기 힘들다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한여름의 엄마를 보며 딸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 무심코 받은 검사에서 난소가 적다는 판정을 받으며 치료를 받으면서 임신을 하며 출산을 하는 여성들의 고충이 눈에 들어온다.
여덟 명의 작가들이 그리는 여성의 모습 모두 따뜻하지만 그 중 하나를 고른다면 김서령 작가의 <언니네 빨래방>이 아닐까? 이혼한 둘째 딸의 이야기를 동네 사람들에게 숨기고 사는 경자는 자신이 중매를 했던 이웃집 딸 은주가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노인들만 사는 시골에 빨래방을 하겠다는 은주의 이야기가 어리석어 보인다. 그런 경자에게 은주는 말한다.
"아줌마."
"저, 도와주세요."
아... 도와주라는 그 한 마디에 경자는 동네 사람들을 설득해나간다. 은주가 짚어내지 못한 동네 사람들의 특징을 알려주며 빨래방을 시작하는 은주의 든든한 동지가 되어준다. 그리고 경자의 딸이 집으로 내려와 사업을 하겠다는 소식에 경자가 찾아간 곳은 바로 은주였다.
"은주야."
"네, 아줌마."
"이번엔 니가 나를 좀 도와줘야겠다."
"그럼요. 그래야죠."
도와달라든 말 한 마디에 내 일 마냥 팔을 걷어부친 경자, 그리고 도와주라는 말에 "그럼요"라고 화답하는 은주의 미소, 그들에게 도와달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손을 내밀어주고 함께 나아가는 동지였다.
아들이 제일이라고만 여기는 할머니 세대는 여자가 서로 연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했고 시대가 흘렀지만 직장에서도 여성의 적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 깨달은 건 서로 싸울수록 여성들의 자리가 결코 커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네가 있어야 내가 있다라는 연대의식으로 여성의 자리는 점점 커져왔다. 미투 운동에도 함꼐 하는 동료가 있었고 사회는 조금씩 변화되어왔다. 『언니 믿지?』는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준다. 할머니 세대부터 지금 세대의 모습을 아우르며 다양한 여성의 따뜻한 연대를 보여준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지금은 비록 깨지기 힘든 유리천장과 편견에 막힌 현실 속에서 연대하는 여성서사가 더 많지만 앞으로는 유리 천장이 없이 더욱 활개치며 개성을 펼치는 여성의 연대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소설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활짝 도약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