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뒤에 오는 것들 - 행복한 결혼을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
영주 지음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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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대 중반을 넘어 결혼했다. 결혼하기 전 부모님은 얼른 결혼하라며 나를 압박했고 창피하게 여기셨다. 결혼이 인생의 전부인 마냥 시집 안 간 과년한 딸을 부끄럽게 여기셨다. 막상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부터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곤 한다. "이렇게 살 거면 왜 부모님은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셨지?"

결혼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남편의 고지식한 부분에 직면해야 했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충실하게 살 것만을 요구하는 주변의 압박이 나를 힘들게 했다. 결혼 뒤의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엄마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오늘도 혼자말을 하곤 한다.

"이렇게 살 거면 왜 부모님은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셨지?"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의 저자 영주씨는 [며느리 사표]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결혼에 대해 큰 반향을 일으킨 분이다. 20년 넘는 시집살이와 결혼 생활 끝에 시부모님께 사표를 제출하고 자신의 삶을 뒤늦게 살아가면서 비로소 행복을 찾은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 《결혼 뒤에 오는 것들》를 출간했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은 부부생활을 위한 책이 아니다. 주로 여성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결혼 생활에서 여러 굴레와 억압으로부터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가 [며느리 사표]로 알게 된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과 함께 이 한국 사회의 결혼생활에 대해 독자들에게 말한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은 다섯 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소개한다. 첫 번째 파트인 '자각하기'에서는 주로 친정과 시댁 양가 어른들의 잦은 간섭으로 인해 침해되는 부부의 삶을 이야기한다. 지금이야 분가가 자연스러워졌고 결혼 문화가 간소화되었지만 여전히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 부부도 많고 결혼 예단 등 준비부터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부모님의 경우 딸같은 며느리를 원하며 며느리도 자식이라며 딸 노릇을 해 주기를 원한다. 이 현실 속에 저자는 거리 두기를 제안한다. 부부가 되면 자식 간일지라도 분명한 선이 있어야하며 그 선을 침해하지 않도록 과감한 거리 두기를 할 것을 요청한다.

결혼을 한 후 내가 가장 힘들었던 문제는 바로 '엄마'라는 이름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남편의 태도였다. 또한 어머님, 친정부모님 모두 나 자신의 삶보다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위해 살 것을 요구했다. 기도도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라고 하고 내가 뭔가를 배우겠다고 하면 아이들보다 자신을 더 위한다며 이기적인 엄마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저자 영주 씨는 결혼 하면 겪게 되는 여성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여성들이 더 고립되고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이 여성이 행복하지 않으면 가정이 행복할 수 없는데 사회는 이런 문제는 엄마 스스로 해결하도록 권하며 희생, 의무 만을 강요한다.


아무도 모른다,

여자가 결혼해 며느리,아내,엄마로서만 사는 게

왜 우울을 유발하는지.

멀쩡한 한 인간으로 살아오다가 부여받은,

주어진 역할만을 우선시하는 삶이 왜 우울한지

진짜 아무도 몰랐다.


부모님보다 부부의 삶이 먼저이다. 그리고 부부의 삶보다 더 먼저인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이다. 결혼하면 남편에게 많은 걸 기대하는 삶, 착하게 살면 이쁨받을 거라며 기대하고 남편이 채워줄 거라며 충성하지만 돌아오는 건 공수레인 며느리, 엄마의 역할... 저자 또한 남편에게 호소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늦게나마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관계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 때에서야 남편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알아봐 주길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서로 독립적인 관계로 만나고 자신이 자신을 챙겨줄 때에서야 관계가 발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나 역시 쌍둥이 육아의 힘듬을 토로할 때마다 남편의 반응은 차가웠다. "다들 그렇게 살아." "이 정도도 각오 못 했냐?" "너만 유별나게 왜 그래?"라며 나를 몰아세웠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남편이 나를 챙겨줄 것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며느리는 없다. 현모양처는 없다. 먼저 자신을 생각할 줄 알고 돌보는 사람만이 결혼생활에 성공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남편이나 가족 등 타인도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스스로를 대접해주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여자가 혼자 있을 수 있는 방과 경제력이라고 말했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의 영주 저자 또한 자신만의 시간을 적극 가질 것을 권장하며 글쓰기, 그리고 경제적인 자립을 강조한다. 그리고 여성이 여러 역할놀이에 함몰된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것이지만 결코 부부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부부싸움을 조장한다. 여성에게 불리한 이 기울어진 결혼 제도에서 여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싸우고 투쟁하며 단호해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남들이 규정한 역할이 아닌 여성 자신이 역할을 규정하고 그 안에서 행동할 것을 권한다.


올해 초, 글쓰기 수업을 듣겠다고 하는 나에게 남편은 나를 집안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비웃었다. 며칠간의 싸움 끝에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내 돈을 내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업을 듣겠다는데 나를 비난하는 남편이 힘들었다. 그리고 내가 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투쟁하듯 살아야하나라는 깊은 우울증으로 힘들었다. 이 책은 내게 말해준다. 아직도 투쟁할 것이 있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포기하지 말라고. 자신을 돌보라고.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적극 말해준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세월끝에 알았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나 또한 다시 다짐하게 된다. 절대 지지 않는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며느리이기 전에, 딸이기 전에 바로 나 임현경이다.


이혼 선언을 시작으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이 분명해졌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부모도 남편도 아닌 내 두 손에 달렸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상황을 변화시킬 힘도 내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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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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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단장애인의 의족을 수입하는 회사에 다닌다. 처음 이 업종에 근무하기 전까지만해도 내 주위에 손 또는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들을 보지 못했다. 아니 절단된 사람들이 있다는 존재조차도 알지 못했다. 절단 장애인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내가 이 업종에 일을 시작한 후 절단된 손과 다리의 모습을 보면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첫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는 그분들의 신체를 보는 것이 꼭 죄를 짓는 기분이였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다. 


소설 《그녀, 클로이》의  공간은 뉴욕 웨스트빌리지  5번가 12번지의 아파트이다. 자동화 엘리베이터가 흔한 세상이지만 이 아파트는 아직도 수동식 아파트를 운행한다. 승무원인 디팍과 리베라가 주야간으로 교대하며 아파트 주민을 태워주며 물건을 받아주는 이 아파트에서 디팍은 자신이 운행한 거리를 세며 언젠가 신기록을 세우리라고 다짐한다. 매번 침묵의 원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하는 디팍과 부인 랄리의 곁에 릴라의 조카이자 IT 사업가인 산지가 인도에서 뉴욕으로 건너오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우리는 인도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때 가난하고 낙후된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뉴욕에서 건너온 산지는 부모님으로부터 뭄바이 호텔을 물려받은 재산가이다. 다만 그의 재산을 탐내는 삼촌들과 다투기 싫어 그의 사업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산지가 뉴욕에 도착해 택시를 탄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를 인도의 가난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로 대우한다. 그들만의 삶에 익숙한 그들은 자신과 다른 타인, 아시아인 또는 흑인들에게 당연한 선입견을 내세우며 그들을 대한다. 


그럼 당신도 나처럼 택시 기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여기 온 인도인들은 대부분 그렇거든요. 

똘똘한 사람들은 우선 옐로우캡이나 우버를 몰고,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은 이 차 같은 리무진으로 영업하죠.


이 5번가 12번지의 아파트의 9층에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오디오북 배우 클로이는 절단장애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고 당한 그 때를 '14시 50분'이라고 말한다. 두 다리 신체의 40센티미터를 잃은 그녀는 절단장애인이 된 자신을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하다. 남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하면서 타인의 맹목적인 도움과 선의는 거절할 줄 아는 당당한 여성이다. 수동식 엘리베이터 승무원 디팍과 리베라에게 항상 친절한 그녀는 우연히 디팍을 찾아온 산지와 만나게 되고 그들은 호감을 갖게 된다. 


역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나는 그런 용기를 낸 것을 후회했다. 

그곳에는 병원 직원들도 나의 퇴원을 축하해주는 사람들도 없었고, 

내 휠체어를 피해 돌아가면서 잃어버린 나의 40센티미터,

없어진 내 다리와 두 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별 것 아닌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산디와  두 다리를 잃은 클로이, 이 두 사람은 뉴욕 사회에서 낯선 존재들이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외국인과 장애인의 존재는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뉴욕 사회에서도 그들과 다른 존재들이었다.  《그녀, 클로이》의 작가 마르크 레비는 이 두 사람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많은 국가들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비난하지만 뉴욕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또한 아시아권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과 특권의식으로 그들을 대하며 장애인들의 존재를 그들의 공동체 안에 받아들이기를 부담스러워한다. 자신과 다른 타인에게 차별이 당연한 옵션처럼 내재되어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을 디팍과 랄리 그리고 산지와 클로이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 가끔씩 이 5번가 12번지 주민들의 생활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클레르 부부는 사랑을 나누고 젤도프 부부는 싸움을 하고 모리슨 씨는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졌다.  고급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을 읽으며 나는 이게 그들만의 단단한 철옹성 같이 느껴졌다. 자신들의 삶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삶은 낮게 여기는 그들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았다. 그런 차별이 내재되어 있는 그들에게 승무원 리베라의 사고로 인해 삶에  균열이 일어났을 때 당연히 모든 원망과 원인은 그들과 다른 디팍과 산지였다. 


자신을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익숙했던 클로이가 초반 산지의 호감을 동정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시선에 그와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이 소설은 극적인 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이 소소한 일상들 속에서 차별과 혐오가 내재되어 있는지 마르크 레비는 따뜻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당연히 무고하지.

이 나라는 우리 같은 이민자들에게 약속의 땅이었어.

의무와 고마움으로 개처럼 일했건만

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봐요,

외국인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어.

이것이 오늘날 미국의 현실이라면

나는 인도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어요.


'14시 50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클로이가 이 사고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말미에 이르는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들에게 차별과 상처를 준 것도 주민들이었지만 디팍을 위해 마음을 나누고 행동에 나설 때, 그리고 클로이 또한  산지를 만남으로 상처를 치유해갈 수 있었다. 클로이가 말한 삶의 경이로움은 바로 우리가 함께 서로를 포용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이룰 수 있음을 말해준다.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 혐오증이 거세지고 미국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종차별이 또 다시 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때 이  《그녀, 클로이》의 출간은 참 시기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 로맨스와 사회 문제를 이 이야기 속에 적절히 버물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마르크 레비, 그는 이 소설로 자신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나는 절단장애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보면서 눈을 피하고 몸둘바를 몰라하던 내 모습에  차별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차별은 미국 조지 플로이드 같은 사망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과연 나는 이 5번가 12번지 주민들의 모습과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번씩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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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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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사느니 빨리 죽을 거야"라며 혼잣말을 하곤 했다.  치매 판정을 받은 이후 잊혀져 가는 삶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죽는 것보다 못한 삶. 내게 치매는 고통보다 못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였다. 그런 내게 글쓰는 요양보호사 고재욱씨가 쓴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는 낯설었다.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의 의미를 존재하는 이 분 글에서 삶을 본다는 의미가 낯설었다. 암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이 질병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보게 될까.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에서는 저자가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들을 만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치매의 경중에 따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기억의 모습이 다르다. 어느 할머니는 전쟁으로 헤어진 어머니를 기억하는 모습이 있다. 다른 할머니는 남편분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경험으로 행복해 하는 분도 있다. 반면 오지 않는 자식을 한없이 기다리며 창문을 쳐다보는 할아버지가 있다. 노인들이 겪는 그들의 기억의 단편을 붙잡고 남은 삶을 살아간다. 


나는 이 치매가 사람의 생을 끝내는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내 아이, 부모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가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치매가 "매일 하루 하루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어제의 기억이 다르고 오늘의 기억이 다르다.  환자들은 어제와는 전혀 다른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병으로 잃은 삶의 한 부분의 기억을 오늘 삶의 한 부분의 기억으로 채워간다. 어제의 미련이 아닌 오늘 하루만을 살아가는 질환, 그래서 오늘을 꼭 붙잡고 있는 병이 바로 치매임을 말한다.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삶은 계속되고 죽음의 고통 속에서 두려워하고 있음을 저자는 따뜻하게 말해준다. 


요양원에도 일상이 있다. 바깥세상과 다르지 않다. 

조금 느리고 조금 단순할 뿐이다. 

거창한 희망과 열정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든, 

자세히 보아야만 보일 정도로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든,

결국 모두 오늘을 살아간다. 

건강하면 건강한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이 곳에서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지나버린 어제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보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오늘이라는 희망은 모든 이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희망이라는 것을.  


흔히 치매는 환자만 행복한 병이라고 말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환자만이 자유롭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에서 저자가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 요양보호소에 남겨진 삶 속에서, 잊혀진 기억 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희미하게나마 간직한다. 그리고 그분들의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도 삶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 것도 모르리라 생각하는 환자들에게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은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알게 해 준다. 


저자는 이 치매 유형도 사람의 평소 성격이나 습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평소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면 치매 판정 이후에도 정리를 잘 하는 반면 화를 잘 내는 성격은 똑같이 치매 발명 이후에도 동일하다고 한다. 치매를 다룬 드라마를 보며 내가 환자였다면 어떤 모습이였을까를 생각할 때가 있다. 저자는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을 보라고 말한다. 지금의 내 성격과 삶의 태도는 결코 나를 잃어가는 환자들의 모습에서도 영원히 남게 된다. 자신의 태도와 인격은 인생의 마지막날까지 함께 하게 된다는 걸 아는 순간 우리는 결코 현재를 낭비할 수 없게 된다. 


나는 평소 삶의 태도가 

얼마나 끈질기게 영향을 미치는 지 알고 싶었다.


언젠가 치매가 나를 찾아올 수도 있다. 

그때의 내 모습이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은 아니기를, 

무엇이라도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저자가 현장에서 치매 환자들을 돌보며 겪는 가장 안타까운 현실은 이 요양보호소가 재활이 아닌 격리의 장소가 된 현실이었다.  "어리석고 미련하다"라는 뜻의  치매(痴?)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아무런 의식 없이 쓰이는 반면 인지증(認知症)이란 단어로 대신하며 그들을 격리가 아닌 재활의 대상으로 보는 일본의 예를 들려준다. 예전 어느 출판사에서 일본의 한 젊은 가장이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회사에 가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래도 웃으면서 살아갑니다>가 떠올랐다. 치매를 극복할 수 없겠지만 환자들이 사회에서 격리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회의 시선은 치매 환자들에게 삶의 의지가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요양보호소에 격리된 채로 살아가는 환자들에게는 외로움과 더불어 병의 증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치매를 막을 수 있는 약은 아직 없지만 오직 주위의 관심과 사랑만이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 없기에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그저 오로지 열심히만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며 사랑을 배워간다. 뚝 끊긴 가족의 연락을 한없이 기다리는 분들의 외로움에 함께하고 수십번 되풀이되는 인생 이야기를 매일 듣는다. 생의 끝에서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환자들을 통해 삶이란 끝날 때까지 소중한 것임을 깨닫는다. 결코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으며 마지막까지 사랑하며 살 것을 말해준다. 삶의 끝까지 우리는 사랑하고 포기하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기억을 잃어가기에 더욱 소중한 오늘을 가장 충실히 살아가는 환자들.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 나의 오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짐해본다. 포기하지 말자. 끝까지 사랑하자. 끝까지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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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은 마음 - 왜 노력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가
오타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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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 가수 장나라씨의 신인 시절, 장나라씨가 1집이 성공한 후 엄청난 중압감으로 힘들어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1집부터 거둔 성공에 2집이 1집보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라는 부담감 속에 심적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인정받아야 한다는 마음, 또는 그 인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단순히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운동 선수, 연예인 그리고 일반인들 또한 그 중압감을 받고 이 욕구에 시달리곤 한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SNS에서도 공감이나 좋아요 숫자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 또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이다. 오타 하지메는 저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통해 우리의 그런 욕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저자 오타 하지메는 2008년부터 여러 기업과 관공서, 병원, 중고등학교, 유치원에서 인정이나 칭찬으로 인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오랜 연구를 해 왔다. 오타 하지메는 인정으로 인한 장점, 그리고 인정 욕구가 강박으로 변하게 될 때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까지를 이 책에서 제시해준다.

흔히 우리는 인정이란 긍정적인 영향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오타 하지메 또한 장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인정과 칭찬이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며 이직을 억제한다. 따라서 정신 건강과 부정 억제에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이 인정욕구는 모든 사람들이 소유하는 보편적인 욕구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정'이 주는 '빛'보다 '그림자'에 대해 집중하여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정 욕구가 강박증오로 바뀌기 쉬움을 이야기하며 그로 인한 부정적인 면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먼저 인정 경험을 받은 인재들, 또는 어려서부터 엘리트였던 인재들이 쉽게 조직을 떠나는 경험이 많은 점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그들이 한 노력이 인정 받았는데 왜 그들은 인정 받은 조직을 떠나는가? 그리고 왜 그들은 그 기대감을 못 견뎌하는가 등을 이야기한다. 욕구를 넘어서, 가벼운 부담을 넘어서 신경증 적인 반응이 오는 사례를 저자는 '개미지옥'이라고 말한다.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의식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한 그 불안을 제거하려면 할수록

마치 개미지옥처럼 불안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 인정욕구가 강박관념으로 변해 불행하기 쉬운 원인으로 주위로부터 받는 인지된 기대, 자신이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기효능감의 격차에 따라 이 강박관념이 우울증, 번아웃, 멜랑콜리 친화형의 우울증의 형식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는 IT,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사회 구조의 변화 또한 이 현상에 일조했음을 강조한다. 학교 교육에서 영재였지만 객관식이 아닌 독창성과 개성이 더 인정 받는 이 시대에서 단순히 노력만 해서 얻어지지 않는 이 모호한 자질들이 더 큰 강박증과 불행을 야기했다고 말한다.


지금 시대의 첨단을 달리는 일에서 요구되는 요소는 감각과 번뜩임, 직감, 감성과 그것들을 결합하는 독창성과 창의성 혹은

독특한 개성이라는 능력과 자질이다.

그런 능력과 자질은 모호한 데다가 정체도, 발휘되는 과정도

아직 해명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이처럼 일에서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과 수험 수재형 인재의 특기 사이에 격차가 벌어졌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앞서 말한 청년처럼

모든 걸 내려놓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주로 일본의 조직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현상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들은 일본과 비슷한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는 한국 사회 또한 결코 다르지 않다. 폐쇄적인 조직 특히 관료 집단, 직장의 비리, 공과 사가 불명확한 조직 제도, 그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때로는 부정을 눈감아주는 문제등,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왜 조직의 범법 행위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지 그 근원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인정 욕구가 건강하게 자리잡기 위해, 또는 자유롭게 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이 정의한 이 강박증에 대한 문제로부터 해결책을 찾는다. 기대를 키워주는 쪽보다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으로, 매우 정확한 인정 방법과 조직의 명확하면서도 적절한 보상 제도 등 아울러 제시해 준다.


그 중 저자가 제시한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라는 사고방식으로부터 보호해 줄 '계단'이나 '슬로프'같은 제도를 설치할 것을 권유하는 글을 읽으면서 한 책에서 최근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조영남 서울대 교수가 말한 중국과 한국의 차이점에 관한 글이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실패하면 끝이기 때문에 벤쳐 사업같은 창업에 대해 엄두를 못 내지만 중국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실패했어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우리의 인정 욕구로부터 더 건강하게 자리잡는 데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인정받기 위한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개인의 의지 또한 중요하지만 제도 또한 중요함을 이 책은 말해준다. 하지만 우리는 제도로부터 기대하기에는 막연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제안한 개인적인 방법 등은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실현해 볼 수 있는 방법 등도 제시되어 있어 시도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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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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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듣곤 했다. 하지만 이 신화는 옛날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랬기에 단 한 번도 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특별합본판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이 신화가 다섯 권의 방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잘 알지 못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는 2000년에 총 다섯 권으로 출간되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 한 권으로 합본하여 출간한 특별합본판으로 다섯 권의 내용을 한 권에 합본한 만큼 1196 페이지라는 엄청난 분량을 자랑한다.




저자 이윤기 작가님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분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변신 이야기>, <장미의 이름으로> 등 수많은 문학작품을 번역한 탁월한 번역가이자 <뿌리와 날개>, <내 시대의 초상> 등을 포함 다수의 소설 및 산문집을 펴낸 작가이다. 번역가 겸 작가의 이력도 화려한데 이윤기 작가님은 또한 신화 전문가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윤기 작가님의 해석과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해준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의 다섯 권은 각 주제에 맞춰 이 신화를 소개한다.

1권에서는 신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이해하기 쉽도록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와 2권에는 사랑의 테마, 3권 신들의 마음을 여는 테마 4권 헤라클레스 5권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 등으로 나누어 독자들에게 신화를 소개한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헤라, 에로스,하데스 등등 수없이 많은 신들의 계보와 신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어신화에 대한 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를 읽다 보면 저자가 그리스와 유럽을 여행하며 신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그린 명화들을 찾아 박물관을 다니거나 여행하며 저자는 자신이 느낀 그 감동과 이해를 위해 이 책 곳곳에 명화와 대리석등 수많은 작품들이 수록되어있다. 이 수록된 작품들과 함께 작가는 책 말미에 이 신화를 느껴보기 위한 여행을 권할 만큼 독자들이 신화를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많은 신들과 인간들의 이야기 앞에 인물들이 혼동되기도 하고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 주제에 맞게 인물의 배경 및 가계도에 대해 상세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서양의 문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저자는 이 바탕이 된 그리스 로마 신화로 파생된 언어의 기원과 속담 등을 설명해 주며 단순한 신화로 그치지 않고 서양의 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하여 이 이야기들만 수록되어 있다면 큰 오산이다. 저자는 뼈대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집중하지만 이에 관련되거나 비슷한 동양, 한,중,일본의 신화 또한 소개해 주며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층 더 친숙하게 만든다. 가령 고구려 유리왕이나 낙랑 공주 등의 이야기가 나오며 비록 공간과 시대는 다를지언정 이 신화 속에 보편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저자의 모든 해박한 지식과 아울러 저자의 여행 이야기들을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읽는 나에게도 전혀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저자의 유머가 곁들어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는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마음 속의 신전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화를 판단하기보다 그 당시의 상황으로 들어가 느끼며 많은 신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우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당시의 이 신들을 믿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해외를 여행할 수 없지만 직접 가서 보고 느껴 볼 것을 권하는 저자의 글 앞에 내게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언젠가 이 책에 수록된 수많은 작품들을 내가 꼭 보고 느끼리라 다짐해본다. 그 때는 아마 이 신화가 내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리라.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12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는다. 마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작품 설명해주듯 읽는 독자 또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윤기 작가라는 거대한 큐레이터를 얻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 큐레이터는 분명 독자들을 이 신화의 세계로 흠뻑 빠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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