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바통 5
김홍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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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선생님과 대통령을 꿈꾸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아이들의 꿈은 건물주로 바뀌더니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유튜버'라고 외친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들마저 핸드폰을 켜놓고 "'좋아요, 알림설정' 부탁드려요"를 외치는 시대, 전에는 겸손이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을 드러내놓고 자기를 바라봐달라고 호소한다. 한 연예인의 '관종 언니'라는 닉네임부터 자신이 관심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걸 서슴지 않고 말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관심을 호소하는 시대, 각자만의 개성과 매력이 인정받는 시대의 장점도 있지만 그 후폭풍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잃어가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관종을 추구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갈까? 테마 소설집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에서 최근 가장 핫한 여덟 명의 작가들이 관종 속에 깃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첫번째 단편은 김홍 작가의 <포르투칼>이다. 인력 사무소에서 해외 파견으로 낯선 포르투칼로 오게 된 주인공.

그는 아무 연고도 모른 채 낯선 타지 에서 코스타 씨의 집에 머물며 축제 일을 돕는 일을 하게 된다. 포르투칼어도 몰라 어떻게 하느냐는 반문에 그냥 하게 되어 있다는 말 한 마디 뿐. 그렇게 엉겁결에 사수를 따라 일을 하던 중, 해외 파견을 보낸 인력 회사 '파이브 파워'가 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아무 연고도 없고 포르투칼어도 모르고 돌아갈 비행기표조차 없는 나. 그는 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축제 일을 돕기 위해 길을 나선다. 사실 그것밖에 대안이 없었다. 축제에서 우연히 자신의 장기인 고무풍선으로 동물들을 만들기 시작하며 축제 관광객의 이목을 끌게 된다. 할 줄 아는 건 이런 장기뿐인 그에게 주위에서는 말한다.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해요.

그리고 그걸 계속해요.


관종이 되기 위한 첫번째 단계. 바로 자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걸 계속 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타지에서 관종이 되어 가는 이야기 <포르투칼>의 이야기였다면 손원평 작가의 <모자이크>는 관종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슷할 거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 사람들 사이에

유일한 공통점이 뭔 줄 아세요?

모두들 자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난리라는 거예요.


지기를 드러내고 싶어 흉터가 있는 손을 보정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하며 관심을 끄는 주인공.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조금 더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되자, 더 노력하자."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거짓으로 만들어내는 주인공. 구독자가 늘어갈수록 관심이 많아질수록 주인공의 거짓말도 부풀러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어느 순간 껍데기랑 내용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는 거예요.

아, 그러니까 제 겉과 속이 너무 달랐다고요.


그렇다면 무조건 관종을 추구하는 사람이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관종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그들도 자신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고 악플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이서수 작가의 <젊은 근희의 행진>에서 주인공 오문희는 동생 오근희가 못마땅하다.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하고 때려치우더니 느닷없이 북튜버가 되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유튜브를 하는 동생 오근희를 보면 화가 치민다. 야한 옷을 입고 북튜브를 하는 것만도 속이 지글지글 끓는데 3개월이나 연락이 없던 동생 오근희가 걱정되어 집에 가 보니 인스타그램 사기라니... 그래도 가족이라고 다독여서 정신 좀 차리게 해 주자고 하고 싶은데 돌아오는 건 동생의 일침 섞인 편지뿐이다.


나는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에

나도 같이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러니까 언니,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은 내 탓이 아니야.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 탓이야.

사소한 나를 구독해주는 구독자 탓이야.


앞선 내용들이 우리 인간들의 관종을 다루었다면 한정현 작가의 <리틀 시즌>의 경우 우리가 누구에게 다른 관심을 베풀 때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준다.

인간에게 이용되었던 개 '자자'를 반려견으로 맞이하고 관심을 베풀면서 서서히 시작되는 변화, 야생동물을 위해 수고를 마다않는 수의사 선생님의 관심, 일본인 연구원이자 동성애자로 힘들어하는 류스케에 대한 관심. 그 관심이 결국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는 따뜻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떄론 직설적으로 때론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는 관심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관심을 꺼 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의지로 되지 않는다. 한때 같은 길을 걸어갔지만 관심을 받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포기하며 일상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관심으로 타인을 구하는 사람들 등 관심 속에 비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모습들 속에서 나는 과연 어느 쪽인가 생각하게 된다. 무작정 호소하는 쪽인지 아니면 내 관심이 남에게 독이 되는지, 사랑이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저자들은 묻는다.


당신의 관심은 어디를 향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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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 7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만드는 7가지 비밀
전인구 지음 / 차이정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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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촉‘을 키워주는 자기계발서이자 투자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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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 7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만드는 7가지 비밀
전인구 지음 / 차이정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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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이와 김숙, 그리고 박영진이 출연했던 KBS 재테크 예능 <국민영수증>을 아시나요?

의뢰인의 영수증을 분석하여 소비 패턴을 분석해주고 재테크 전문가가 의뢰인의 상황과 목표에 맞는 재테크 처방을 내려주는 프로그램으로 저도 꽤 즐겨 보곤 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국민영수증> 프로그램에서 맞춤형 처방을 내려주는 전문가가 바로 『세븐』을 출간한 저자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 소장)입니다.

자기계발서이자 투자 성공 가이드인 『세븐』의 목표는 책 표지부터 확실합니다.

7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만드는

7가지 비밀


저자 전인구 소장은 먼저 자신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음을 공개합니다.

경제저 자유를 이룬 나이가 무려 35세... 요즘의 파이어족과 같이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 분입니다.

저자 전인구 작가 15세에 아버지의 사업이 쫄딱 망하고 도망치듯 집을 나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35세의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었을까요? 그 비법을 저자는 책 『세븐』 을 통해 7가지 방법을 설명해줍니다.


저는 이 『세븐』을 읽으면서 저자의 일곱 가지 비밀 중 가장 중요한 건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속도(시간 ) - 속도의 차이가 부의 차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바로 '속도'입니다. 7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야 하는데 당연히 월급만 가지고는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일년에 천만원 버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남보다 빨리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해서는 안 된다고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24시간. 그 24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보통 많은 직장인들은 시간을 근무 시간 + 퇴근 후 시간 (휴식 시간)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시간 구분법을 다르게 정의합니다.


일의 시간과 자본의 시간


자본의 시간 역시

저축의 시간과 공부의 시간이라는

두개의 시간으로 한 번 더 나뉜다.


일의 시간은 직장에서의 시간이라면 자본의 시간은 그야말로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습니다. 퇴근하고 피곤한데 어떻게 그 시간을 쓰냐고요.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시간을 투자하는 간절함 없이 그냥 평범하게 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생활을 예로 들어 설명해줍니다.


모든 모임을 한 날자에 집중한다. - 지방에 거주하기 때문에 이동 반경을 한 날에 집중하여 시간을 번다.

여행을 공부의 기회로 활용한다. - 여행을 가도 그 지역을 공부하며 투자할 만한 곳이지 눈으로 살핀다.

돈이 모이면 투자하겠다는 생각보다 저축과 투자를 함께 병행해 나가라는 것 또한 더 빨리 경험을 쌓아야 감각을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결국 기회와 연결되며 이는 또 다른 부의 창출을 낳는 통로가 됩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자본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2. 사람 - 먼저 내가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얻으려고만 할 뿐 내 것을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세븐』에서 저자는 책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강조합니다. 자신의 것을 내놓지 않는데 누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느냐고요.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이 나만 잘 하면 돼라고 하는데 경제적 자유로 가는 지름길은 결국 '사람'이라는 통로에서 나온다는 걸 강조합니다. 저자 역시 자신이 계획하고 있던 기획이 모임의 사람들을 통해서 사람을 소개받고 기회가 만들어져 하나씩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 중 가장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가치'가 높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주식이나 투자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성공의 8할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부자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 또한 사람을 가려 만납니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로 나의 가치, 평판을 쌓아야 합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자신만의 프로파일이 있어야만 사람들이 만나줍니다.

3. 관심​- 일상의 소비자가 되지 말고 투자자가 되어 감각을 키워라.


『세븐』을 읽으면서 제가 절실하게 느낀 건 바로 제가 세계 정세와 우리 일상을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유가가 오른다는 것에만 치중했지 그 후폭풍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사람만이 기대 산업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 기회를 얻는 것이죠. 투자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 역시 강조합니다. 감각은 한 두번에 길러지지 않는다고요. 실전을 쌓으면서 감각을 연마해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보통 이 투자 감각을 어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투자는 저 멀리 증권시장이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음료수, 즐겨 찾는 라면,

심지어 라면 후발 주자로 뛰던 오뚜기가 품질 개선으로 맛에 대한 평가가 급등하며 판매 호조를 보이는 현상... 이런 모든 것들. 우리가 소비만 하고 좋아졌네 혹은 이건 안 되겠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바로 투자에 연결됩니다. 사고 쓰기만 하면 소비자가 되지만 투자의 가치를 따지는 순간 우리는 투자자가 됩니다.

여행을 가도 여행지에 대해 공부하고 투자 가치를 공부하고 분석하면 여행자가 아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즉 저자가 말하는 1+1 =3의 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세븐』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투자의 '촉'을 키워주는 자기계발서이자 투자 가이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어떻게 투자자의 마인드로 살아가야 하는지 그 예가 상당히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놀라웠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분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협찬 받았으나 끝까지 다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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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자들 2 - 자연 발견자들 2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경희 옮김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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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의 역사는 발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진리를 만들어가고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해간다.

때로는 기존의 진리처럼 믿고 있던 지식이 새로운 발견에 의해 거짓이 되어 세상을 발칵 뒤집는다. 때로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구심은 끝없는 발견을 만들어냈고 현재까지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니얼 J. 부어스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다. 대니얼 J. 부어스틴은 새로운 역사 연구를 제시한다. 바로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발견자들' 의 역사이다. <시간, 지구와 바다>, <자연> 그리고 <사회> 세 가지 시리즈로 만들어낸 이 『발견자들』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과학이 어떻게 이 세계를 변화시켜왔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세 가지 시리즈 중 내가 만난 시리즈는 바로 『발견자들』 자연 편이다.

자연, 천문학계에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발견이라면 뭐가 있을까? 뭐니뭐니해도 지동설이다.

코페르니쿠스 이전만 해도 지구가 중심이라고 굳게 믿었던 이 신념에서 처음으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말했던 과학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천지개벽할만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바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부터 시작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코페르니쿠스의 프로필은 놀랍게도 단순하다. 특히 그가 교회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편안한 생애를 보냈다는 것은 처음 접하게 된다. 과학자가 아니였음에도 지구 지동설을 발견한 그는 그의 이론의 신념조차 희미했다. 오히려 주저했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제자들에 의해 <천체 운동에 관한 가설으 개요>를 출판하게 된다.

가끔씩 우리는 어떤 사람을 두고 운수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반면 운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다. 이 두 가지중 코페르니쿠스를 예로 든다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중심이 아니고 움직인다는 1가지만 수정하고 프톨레마이오스 이론의 많은 특징들은 그대로 두었다."

저자는 말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은 지구가 움직인다는 한 가지밖에 없었음을. 더구나 그의 이론은 충분한 증거도 이론도 수립되지 못한 불완전한 것이였음을. 그럼에도 주변에서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더구나 후에 그의 이론을 방해하려는 지인 안드레아스 오시안더라는 신학자의 방해에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그의 명성은 쉽게 더럽혀지지 않았다. 지동설로 인해 불행한 말년을 맞은 갈릴레오보다 평안한 인생을 살았던 코페르니쿠스는 발견자들 중 행운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이야 의학도의 필수 학과인 해부학의 역사 또한 흥미롭다. 그 당시 시체를 제대로 운반하기조차 어려워서 시신을 말꼬리에 연결되어 광장에서 의과대학까지 끌어오는 이야기는 운반도구가 미흡했던 시절 해부학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 험난한 과정 속에서 단 하나의 조그만 조각이라도 잡을고 애쓰는 베살리우스 해부학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게 해 준다.

똑같은 발견을 했음에도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에 따라 명성을 빼앗기는 과학자들, 이론의 창시자, 발견자로서 이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벌이는 논쟁, 뉴턴의 이야기 또한 과학계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

『발견자들』의 이야기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읽기에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책 속에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뒷이야기들과 배경들이 자세하게 풀어놓아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세상의 수많은 발견들. 아이들에게도 좋은 과학역사책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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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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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혼자 자취했을 때, 출장동안 엄마가 집을 봐 주신 때가 있었다. 출장을 마치고 와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엄마가 말씀하셨다.

"야, 너희 집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

나 혼자 사는데 우는 소리라니? 이게 무슨 영문인가 싶어 엄마를 빤히 쳐다보니 엄마가 대답하신다.

"너희 집 화분들이 나 죽겠다고 막 울어. 야 다 죽기 직전이더라! 어쩜 그렇게 신경을 안 쓰냐?"

엄마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매번 멋으로 화분을 사면서 한 번도 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후 나는 더 이상 식물을 들여놓지 않는다.

에세이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의 저자 정재은씨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자신이 비록 식물들과 함께 한 이야기를 썼지만 식물과 함께 한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음을, 가장 오래 키운 식물이 4,5년이 최대이고 그동안 자신의 손을 떠나 고이 묻힌 식물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사랑은 자꾸 자랑하고 싶어지는 거라고.그 사랑을 말하고 싶어한다고. 이 책도 그렇다.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된 인생의 이야기들을 알리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담은 에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네 가지에서 저자는 겨울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가장 혹독한 겨울부터 이야기를 할까?


나무의 삶은 정해진 대로 그저 네 계절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어떻게 겨울을 보내느냐에 따라 다른 봄을 맞는다.

봄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꽃을 피우는 건 아니었다.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27p


나무의 겨울이야기를 듣노라면 나비를 떠오르게 한다. 나비는 번데기를 깨고 나와야만 진정 하늘을 훨훨 나는 나비가 될 수 있다.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치는 나비가 안스러워 인간이 그 수고를 덜어주면 나비는 힘이 없어 날아오르지 못한다. 그 힘으로 나비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날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무 역시 춥고 쓸쓸한 겨울의 시간을 잘 견뎌내야만 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겨울을 잘 견뎌내지 못하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걸. 볼품 없고 보잘것 없는 시간을 통과해야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다.

신은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힘든 시간이 있어야 우리는 꽃이 피는 시간을 더욱 감사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많이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만물에게 거저 주어지는 시간은 없다. 모든 시기에 때가 있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낼 때 우리는 때가 오면 웃으며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서 나비에게도 나무에게도 인간에게도 겨울은 가장 외로우면서도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계절이다.


스킨답서스가 쉽다고는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절대적인 건 없다.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나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쉬워지지 않는 일에 절망할 건 없다.

쉬워지지 않는 마음으로 남보다 조금 더 애쓰면 될 일이다.

쉬워지지 않을 뿐, 못 하는 건 아니니까.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107p


모두가 쉽다고 말해서 덜컥 도전했다가 당황한 경험들이 있다. 모두 다 해내는데 나는 왜 안 되지라는 생각에 내가 실패자처럼 느껴지는 경험. 그럴 때 나는 쉽게 포기했다. 어쩔 수 없다고. 식물을 키우는 저자에게는 스킨답서스가 그런 경우였다. 쉬울 줄 알고 가져왔는데 어라, 이거 만만하지 않은데? 그럴 때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더 정성을 들인다. 안 되면 더 열심히 하면 된다. 남보다 조금 어려울 뿐이니 더 노력하면 된다.

앞서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키웠던 소국화 화분이 깨진 경험을 이야기한다. 극락조화에 지극정성을 다했음에도 끝내 식물이 죽자 저자는 겁을 낸다. 빈 화분 안에 다른 무언가를 채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 포기 상태에 방치해있는 빈 화분과 자신의 삶 속에서 포기 상태로 방치된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그 빈 화분에 새로운 식물을 들이며 계속 하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는다. 자신의 삶 속에서도 계속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스킨답서스 키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도 더 노력하자고 다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려운 거지 못 하는 건 아니니까 계속해 나간다.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야기였단 생각에 머문다.

나를 위로하게 하고,용기를 쥐어보게 하고, 충만해지는 마음을 알게 하여, 그렇게 조금 더 커진 마음으로

이 전부를 머금는 내가 되게 하는.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131p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흥준 교수는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영화 유튜버 김시선씨 또한 <오늘의 시선>에서 말한다. 더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영화를 보고 또 본다고.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역시 마찬가지다. 식물을 알아가는 것에 공을 들인다. 식물수분계가 있음에도 손으로 만져보고 느끼며 하나하나 알아간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오늘의 식물이 다르고 또 다른 날의 식물이 결코 같지 않음을. 사랑하기에 더 많이 알고 싶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사랑하기에 품이 들고 시간이 들어도 기꺼이 감수한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자신이 알아가는 만큼이나 식물들도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음을. 함께 하는 일상 속에 저자는 인생을 깨닫고 자신이 써야 할 글이 어떤 글인지까지 깨달아나간다.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는 밑줄 친 곳이 많은 문장으로 번아웃인 내게 힘을 주는 책이였다. 뭐랄까. 또 다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김질 해 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덕질을 극복하는 방법은 더 많이 덕질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알게 해 주는 책이였다. 그리고 살짝 나도 다시 식물을 키워볼까 하는 욕심이 들지만 감정에 휩쓸려 한 생명을 결정해서는 안 됨을 알기에 살포시 욕심을 접으려고 한다. 이제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 책을 읽고나니 나무의 초록이 더욱 짙어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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