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바통 5
김홍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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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선생님과 대통령을 꿈꾸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아이들의 꿈은 건물주로 바뀌더니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유튜버'라고 외친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들마저 핸드폰을 켜놓고 "'좋아요, 알림설정' 부탁드려요"를 외치는 시대, 전에는 겸손이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을 드러내놓고 자기를 바라봐달라고 호소한다. 한 연예인의 '관종 언니'라는 닉네임부터 자신이 관심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걸 서슴지 않고 말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관심을 호소하는 시대, 각자만의 개성과 매력이 인정받는 시대의 장점도 있지만 그 후폭풍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잃어가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관종을 추구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갈까? 테마 소설집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에서 최근 가장 핫한 여덟 명의 작가들이 관종 속에 깃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첫번째 단편은 김홍 작가의 <포르투칼>이다. 인력 사무소에서 해외 파견으로 낯선 포르투칼로 오게 된 주인공.

그는 아무 연고도 모른 채 낯선 타지 에서 코스타 씨의 집에 머물며 축제 일을 돕는 일을 하게 된다. 포르투칼어도 몰라 어떻게 하느냐는 반문에 그냥 하게 되어 있다는 말 한 마디 뿐. 그렇게 엉겁결에 사수를 따라 일을 하던 중, 해외 파견을 보낸 인력 회사 '파이브 파워'가 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아무 연고도 없고 포르투칼어도 모르고 돌아갈 비행기표조차 없는 나. 그는 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축제 일을 돕기 위해 길을 나선다. 사실 그것밖에 대안이 없었다. 축제에서 우연히 자신의 장기인 고무풍선으로 동물들을 만들기 시작하며 축제 관광객의 이목을 끌게 된다. 할 줄 아는 건 이런 장기뿐인 그에게 주위에서는 말한다.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해요.

그리고 그걸 계속해요.


관종이 되기 위한 첫번째 단계. 바로 자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걸 계속 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타지에서 관종이 되어 가는 이야기 <포르투칼>의 이야기였다면 손원평 작가의 <모자이크>는 관종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슷할 거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 사람들 사이에

유일한 공통점이 뭔 줄 아세요?

모두들 자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난리라는 거예요.


지기를 드러내고 싶어 흉터가 있는 손을 보정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하며 관심을 끄는 주인공.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조금 더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되자, 더 노력하자."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거짓으로 만들어내는 주인공. 구독자가 늘어갈수록 관심이 많아질수록 주인공의 거짓말도 부풀러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어느 순간 껍데기랑 내용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었다는 거예요.

아, 그러니까 제 겉과 속이 너무 달랐다고요.


그렇다면 무조건 관종을 추구하는 사람이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관종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그들도 자신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고 악플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이서수 작가의 <젊은 근희의 행진>에서 주인공 오문희는 동생 오근희가 못마땅하다.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하고 때려치우더니 느닷없이 북튜버가 되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유튜브를 하는 동생 오근희를 보면 화가 치민다. 야한 옷을 입고 북튜브를 하는 것만도 속이 지글지글 끓는데 3개월이나 연락이 없던 동생 오근희가 걱정되어 집에 가 보니 인스타그램 사기라니... 그래도 가족이라고 다독여서 정신 좀 차리게 해 주자고 하고 싶은데 돌아오는 건 동생의 일침 섞인 편지뿐이다.


나는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에

나도 같이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러니까 언니,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은 내 탓이 아니야.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 탓이야.

사소한 나를 구독해주는 구독자 탓이야.


앞선 내용들이 우리 인간들의 관종을 다루었다면 한정현 작가의 <리틀 시즌>의 경우 우리가 누구에게 다른 관심을 베풀 때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준다.

인간에게 이용되었던 개 '자자'를 반려견으로 맞이하고 관심을 베풀면서 서서히 시작되는 변화, 야생동물을 위해 수고를 마다않는 수의사 선생님의 관심, 일본인 연구원이자 동성애자로 힘들어하는 류스케에 대한 관심. 그 관심이 결국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는 따뜻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떄론 직설적으로 때론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는 관심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관심을 꺼 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의지로 되지 않는다. 한때 같은 길을 걸어갔지만 관심을 받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포기하며 일상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관심으로 타인을 구하는 사람들 등 관심 속에 비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모습들 속에서 나는 과연 어느 쪽인가 생각하게 된다. 무작정 호소하는 쪽인지 아니면 내 관심이 남에게 독이 되는지, 사랑이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저자들은 묻는다.


당신의 관심은 어디를 향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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