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를 처음 접했을 때 서정 호러 소설 표지를 보며 고개가 기웃거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서정 호러라는 개념이 내 안에 성립되지 않았기에 더욱 궁금증은 커져갔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의 저자 야마시로 아사코는 오츠 이치, 나카타 에이이치 등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담 전문 작가로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호러 작품보다는 오래 잔잔히 맴도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긴 여운을 남기는 호러 소설, 이 책은 바로 작가의 특기인 서정 호러의 미학의 정점이 이 8편의 단편 소설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8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8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인생의 소중한 부분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태어나지도 못한 채 뱃 속의 생명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내 지후유와 나,

이모에게 모진 학대를 받으며 머리 없이 몸통으로만 살아가는 닭 교타로를 키우는 후코,

미래를 볼 수 있는 여자친구로부터 인생역전을 꿈꾸는 N,

학창 시절 왕따 대상이었던 요리코와 똑같은 외모의 자식을 낳게 되는 가오루 등등..

이 모든 인물들은 각각 자신의 삶 속에서 소중한 일부분이 상실된 채 살아간다. 그 상실 속에서 애써 일상으로 돌아오려 하는 그들에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신기한 현상등이 펼쳐진다.

자신과 아내에게 시시때때로 나타나 일상을 방해하며, 아이를 잃은 후 약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엄마, 살려 줘'라며 호소하는 아이의 환청 소리가 들어나는 등 각각의 현상은 그들이 애써 억누르고 참던 그들의 상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이 책의 표제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도 서정성은 뛰어나지만 내게 이 여덟 편의 단편집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는 [아이의 얼굴]을 꼽을 것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주인공과 친구 또래들이 결혼 후 죽은 피해자와 동일한 외모의 아이를 낳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사건들 속에서 다른 친구들은 이 끔찍한 현실 속에서 두려워하며 이 아이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결국 살인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택한다. 하지만 완강한 남편 앞에 자신의 피해자와 똑같은 외모의 아이를 키우게 되며 생기는 갈등과 괴로움, 그리고 결국 그 아이를 완전히 포용하기까지 과정은 강한 울림을 준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과거, 자신도 이 아이를 죽이고 싶다는 두려움,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이 가한 폭력의 흔적이 나타나는 아이를 정면으로 대하며 이 두려움을 피하기만 해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작품은 말해준다.

[아이의 얼굴] 뿐만 아닌 다른 소설 모두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의 현상과 마주한다.

표제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의 주인공도 자신에게 들려오는 엄마를 찾는 그 환청 소리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아이를 잃은 나의 상처를 극복해나가고 머리 없는 닭 교타로 또한 머리가 없는 채로 옛 주인 후타를 찾아가며 살아간다.

오싹한 공포 대신 그들의 상실된 부분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 주는 이 소설은 책 표지 그대로 서정성과 호러가 절묘하게 만난다. 이 작품집의 호러는 무서움보다는 서정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해 주는 역할을 함으로 더욱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반면 [곤드레만드레 SF]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F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집 중 가장 오싹함을 자아내주는 작품이다. 먼 미래가 아닌 몇 분 후의 미래만 취중상태에서만 볼 수 있는 지인의 여자 친구의 능력 앞에 일어나는 이 사건은 강한 반전과 함께 인간이 생존 앞에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 강한 충격을 준다.

서정 호러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즐겨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떠올랐다. 물론 그 분위기와 전개는 매우 다르지만 억울한 귀신들의 사연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던 한국적 정서와도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슬픔 속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이 작품들을 덮은 후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들에게 공포를 주기보다 오히려 위로해 주려 그들에게 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을 전혀 닮지 않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의 아이를 품에 안고 더 사랑해주기로 다짐하는 가오루와 다른 모든 인물들에게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쭉 나아가라고 안아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멕시코 이민자인 빅 엔젤의 가족이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의 장례식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 와 가족을 이루고 집안의 큰 기둥 역할을 한 빅 엔젤은 암을 통보받은 시한부 인생이다.

그의 마지막 생일을 남겨놓고 빅 엔젤은 온 가족에게 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할 것을 통지했지만 그의 생일을 일주일 남겨 놓고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뒤로 미루고 그 다음 날 바로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도록 일정을 잡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엄격한 아버지이자 손주들에게는 '아부지'로 통하고 절대 늦는 법이 없던 빅 엔젤은 이제 기저귀를 차고 부인 페를라와 딸 미나의 도움으로 모든 것을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빅 엔젤은 자신의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한 모습을 유지한다.

어머니의 장례식과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을 보내기 위해 모인 온 가족들의 이틀 동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지면서 빅 엔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둘이나 있던 페를라와의 결혼,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습 등 그의 온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민자로 미국 사회에 살아남기까지의 고민, 위험한 미국 사회에서 아들과 사촌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 반이성애자를 선언하며 집안과 인연을 끊은 인디오, 그리고 배다른 동생인 리틀 엔젤 등 각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며 해묵었던 감정들이 펼쳐진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내가 기대했던 뭔가 드라마틱하며 죽음을 앞두고 서로의 사랑을 깨달으며 극적인 화해를 하는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집안의 기둥인 빅 엔젤의 죽음을 앞두고 모든 이들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이어간다. 시한부 인생인 빅 엔젤은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모든 사람들 또한 이를 당연시 여긴다.

누구 하나 슬퍼하기보다는 하루 하루가 어제와 다를 바가 없이 살아간다. 마지막까지 서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잔잔한 감동을 일으켜준다.


그게 바로 소중한 것이다.

결국 마지막 한 방울의 피와 불꽃을 가지고 매 분의 생명을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



절친한 데이브 신부의 권유로 마지못해 수첩에 감사제목을 적기 시작하지만 조그만 것들 하나씩 늘어나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백미다.전에는 전혀 몰랐을 감사들이 죽음을 앞두고 수첩에 적히는 감사제목은 극히 사소한 것들이지만 삶의 마지막에서 각 시간마다 벌이는 에피소드 속에서 감사 제목들이 쌓여간다.

소설은 빅 엔젤의 마지막 화해와 함께 새로운 세대의 교체를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좋은 인생이었다고 이야기하는 빅 엔젤과 그를 떠나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은 죽음 앞에 선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해준다. 멕시코인 특유의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이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음을 이야기하며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진심이 만나며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기가 막히는 반전 등은 없지만 끝까지 당당한 어른 역할을 해내는 빅 엔젤의 모습을 보며 나의 마지막을 생각해본다. 내가 빅 엔젤처럼 기저귀로 용변을 해결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 상황에서 나는 빅 엔젤처럼 끝까지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끝까지 당당할 수 있을까.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다소 실망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죽음은 하나의 끝이 아닌 인생의 또 하나의 이야기임을 믿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에 대한 열풍이 뜨겁다. 블로그 및 다양한 SNS의 등장으로 인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글쓰기에 관한 책과 수업 등에는 수강생이 붐빈다. 그런데 왜 글쓰기에는 여성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까?

나 또한 그랬다. 결혼 전만 해도 글쓰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전문적인 작가들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보수적인 남편과 사회의 압박 속에서 시달리던 내가 글쓰기를 하면서 이 시대에 대한

불평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글쓰기는 나를 붙드는 원동력이었다.

《여성의 글쓰기》, 저자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다. 왜 저자는 여성의 글쓰기라고 이름 지었을까?

경향신문 기자였던 나름 알아주는 직업을 가졌던 저자 이고은씨는 자신이 일을 할 동안에 아이들을 돌봐 줄 마땅한 보호자를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퇴사라는 선택지를 받고 전업주부가 된 저자에게 보이는 세상은 그나마 대접받는다고 여겼던 세상에서 불합리와 모순, 여성혐오 및 소외의 세상이었다.

이 혐오의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글을 쓰면서 저자는 여성이 글을 쓰며 목소리를 높일 때 세상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글쓰기》는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아, 진실, 그리고 결핍과 충족의 글쓰기, 사회,연대, 글쓰기 등으로 구성된다. 1장 자아를 찾아가는 글쓰기에서는 자신으로부터 글감을 찾아가며 글을 쓰는 방법에서 이야기한다.

처음 글쓰기가 막막할 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법인 '나'로부터 시작하지만 이 '나'에 관한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선 '나'에 대한 이야기가 거시적 함의를 지녀야 함을 알려준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글쓰기, 즉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고 발견하며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알려준다.

2장은 저자가 일간지 기자였던 시절, '사건'에 관한 뉴스를 취재했던 글쓰기와 현재 언론의 모습에 관해 보여준다.

1인 미디어, 또는 다양한 미디어가 생겨났지만 정작 중요한 전통적인 언론사들은 언론 시장의 변화를 깨닫지 못해 '기레기'라는 오명을 듣기 까지의 상황을 언론인의 시점에서 설명해준다.

언론이 권력과 결탁하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기만 지속되어버린 한국의 언론계로 인해 세상은 답을 구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렸음을 지적한다. 글쓰기에서도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하며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2장이 서두였다면 3장부터 본격적인 《여성의 글쓰기》가 시작된다.

저자는 결혼 전 그나마 인정받던 삶에서 전업주부라는 외피를 쓰자마자 달라진 세상의 대우 속에서 이 사회가 여성을 소외시키고 불편하게 하는지를 똑바로 직시하게 된다.

분명 여성의 사회 진출은 예전보다 활발해졌다.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 휴직, 단축 근무 등 많은 법적 시스템은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법적 시스템이 있다 할지라도 도와 줄 누군가가 있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진다.

또한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 , '맘충이', '노키즈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및 다양한 여성 혐오 범죄 등으로 인해 위축되어 가는 여성들의 모습 속에서 글쓰기는 바로 여성의 목소리를 높여 가는 것이라고 조언해 준다.

저자는 글을 쓴다는 건 바로 언어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은 남성의 언어로 가득하다. 가부장제, 여성 혐오, 모성의 강요, 성차별 등 모두 남성의 언어다.

자신들의 언어로 들끓는 세상에서 남성들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이 사회가 대신 말해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조금씩 커져 가는 여성의 언어는 당연히 남성들에게 달게 들릴 리가 없다.

그런 남성의 언어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결코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반면 여성은 아이를 낳고 소외된 세상 속에서 타인을 보는 시각이 생겨나고 이 사회의 차별을 좀 더 잘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 세상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여성의 글쓰기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세상을 바꾸는 큰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의 글쓰기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때때로 생겨나는 가사의 공백으로 인해 불편해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처한 현실이 복제한 듯했다. 가사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깊은 밤이나 이른 새벽 이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성의 글쓰기, 글쓰기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나에게 일축했던 보수적인 남편의 모습이 그려지며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잠이 오는 시간이 아닌 한낮의 1시간이라도 쓸 수 있었다면 하는 글쓰기에서 가끔씩 그냥 다 때려치우고 편하게 살까 하는 유혹을 받곤 한다.

하지만 이 여성의 글쓰기가 소외된 자들이 모여 연대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한 큰 목소리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저자는 글쓰기를 독려한다. 물론 《여성의 글쓰기 》가 글쓰기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 주기도 하지만 가장 큰 궁극적인 목적은 여성들이 힘들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글을 씀으로 함께 불합리한 언어를 바꿔 나가고 더 나은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여성들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것이다. 여성이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자신의 진솔한 고백을 나누며 얼마나 큰 의미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준다. 여성의 글쓰기가 개인의 변화를 넘어 더 나은 삶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책이다.

나의 글쓰기를 비아냥 거리는 남편의 조롱 속에서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읽으며 수없는 밑줄을 치며 글을 읽었다.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나에게 남편은 집안 일이나 신경쓰지 쓸데 없는 것을 배운다며 나를 비난했다.

과연 이게 쓸데없는 짓일까. 저자의 글을 보며 이게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고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저자는 내가 글쓰기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알려 주었다. 내가 나 혼자에 멈추지 않는 연대의 목소리가 될 수 있도록 힘들지만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디뎌보려고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열한 은행원의 세계를 그려낸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3권이 출간되었다.

조직의 횡포에 굴복하기보다 과감히 맞서며 갑에 대항하는 을의 멋진 통쾌한 활약상을 보여줌으로 수많은 직장인들의 환호를 받았던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가 2권까지는 주무대가 은행에서 3권에서는 증권사로 옮겨진다.

조직의 이단아인 한자와 나오키가 도쿄중앙은행의 자회사인 도쿄센트럴증권으로 파견되며 《한자와 나오키 3》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상 좌천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자와 나오키가 근무하는 도쿄센트럴증권은 전뇌잡기집단 사로부터 경쟁업체인 도쿄스파이럴의 M&A의 자문사를 의뢰받는다. 이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부하 직원 모로타를 중심으로 일을 꾸려나가지만 갑작스러운 계약해지와 함께 모회사인 도쿄중앙은행이 자문사 업무를 가로채가며 한자와는 책임 추궁과 함께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모회사인 은행이 전뇌잡기집단의 자문사 역할을 빼앗고 한자와 나오키가 전뇌잡기집단의 반대편인 도쿄스파이럴의 자문사 역할을 맡게 되면서 은행과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된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잃어버린 세대]에서 바로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거품 경제의 순풍을 타고 무난히 은행에 입사할 수 있었던 세대에 비해 거품이 꺼지고 불경기와 함께 취업 한파를 몸소 겪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일명 잃어버린 세대를 뜻한다.

그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한자와의 부하직원인 모리야마의 좌절감 그리고 한자와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를 통한 모습이 주로 그려진다.

이 책의 부제인 [잃어버린 시대의 역습]만큼 모리야마가 한자와 나오키와 일하게 되면서 변화되는 과정에 주목한다.자신은 어려운 취업난을 힘겹게 이겨내고 증권사에 어렵사리 탑승하였기에 이 증권사가 소중한 일자리지만 은행에거 파견되어온 사람들에게 하나의 징검다리식으로 여기는 은행파 파견직들에 대한 분노,쉽게 취업할 수 있었던 기성세대들에 비해 모든 게 힘겹기만 한 잃어버린 세대들에 대한 좌절감등에 주눅들어 있던 모리야마는 한자와 나오키와 함께 도쿄스파이럴의 M&A를 막기 위해 일을 해 나가면서 변화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나는 계속 싸워왔어.

세상과 싸운다고 하면 막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조직과 싸운다는 건 눈에 보이는 사람과 싸우는 거야.

그거라면 나도 할 수 있잖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잘못되었다고 말했고,

입씨름을 통해 몇 번이나 상대를 박살내왔지.


분노로 인해 좌절감을 맛보기보단 조직의 부조리와 싸우고 변화를 이루어나가는 한자와 나오키의 삶 속에 모리야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비참함 속에, 은행파와의 비교 속에, 기성세대와의 비교 속에 좌절하기만 할 뿐 싸워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모리야마는 한자와와 함께 일하면서 좌절 대신 정면승부를 택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 승부 속에 활약을 펼치면서 부제 그대로 잃어버린 시대의 활약하며 일에 대한 의미를 깨워 나가는 모리야마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낸다.

인사이동으로 겁을 주는 조직의 위협 속에서도 불평하는 대신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데 주목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자와의 모습은 나에게 내가 처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최선을 이끌어낼 것인지 바라보게 해 준다.



입사 후 처음부터 조직의 부조리에 맞서 싸워오는 삶을 택했던 한자와 나오키였기에 그만이 해 줄 수 있는 질문이였다.


세상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비판만 해서는 안 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대답이 필요해.


단지 직장생활만이 아니라 내가 있는 가정에서도 한자와 나오키의 말을 적용해 보았다.

내 꿈을 쓸모없다 비웃는 남편에게 분노하는 나의 모습 속에서 불평하는 대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회사에서도 나의 의견을 피력해가며 내 스스로 대답을 만들어가는 삶이 되어야 함을 한자와 나오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수입회사에 일하면서 그동안 숱하게 보았던 외국 업체들의 인수합병 뉴스 속에 잡아먹으려는 자와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정보 싸움과 음모등이 이 책으로 조금씩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쟁터와 같은 현장에서 길을 만들어가며 후배 세대들에게 답을 보여주는 한자와 나오키, 그리고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잃어버린 세대의 모리야마를 보며 결국 답은 자신이 찾아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도 내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답을 찾기 위한 조그마한 용기를 내 본다.

이번에도 나는 한자와 나오키에게 한 수 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
다인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땐 외교관을 꿈꿨다.

그리고 대학시절엔 유학을 가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과 결혼, 그리고 엄마가 되면서 어느 누구도 내게 꿈에 대해 묻지 않았다. 마치 엄마의 꿈이 아이의 미래인 것 마냥 단정지으면서 궁금해 하지 않았다.

꿈이란 게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으로 학교 책상을 박차고 세계로 나간 열 일곱 살 소녀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열일곱 살 소녀가 25개국을 돌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은 단 한 가지.


당신의 꿈은 뭐예요?

이 질문의 인터뷰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10대부터 시작해서 88.56세 할아버지까지 저자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꿈을 이야기한다.

꿈을 이룬 사람도 있고 여러 사정으로 인해 마음 속에 담아두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흘러 살아가는 데 급급했던 사람들 은 이 여행객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꿈을 어느 새 이루었다는 걸 깨닫고 행복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홍콩, 멕시코, 아랍에미리트,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꿈 속에 어떤 꿈도 작고 큰 꿈이 없고 소중하지 않은 꿈이 없다.

서로가 서로의 꿈이 되어주는 노부부, 지금처럼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일상이 꿈인 마르살라 할아버지,

자신이 즐거워하는 만화를 틈틈이 그릴 수 있는 삶을 꿈꾸는 캐롤라인.. 이 사람들에게 꿈은 꿀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걸 우리에게 말해준다.

우리는 꿈을 높게 잡아야 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전정신을 불어넣지만 이 책의 많은 인터뷰이들은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함을 말해준다. 그 꿈이 바로 현재에서 멀다 하더라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하더라도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있음을 말해준다.


저자의 세계 여행과 함께 쏟아지는 다양한 꿈 속에 나 또한 "당신의 꿈은 뭐예요?"라는 저자의 질문에 인터뷰이가 되어본다.

나의 꿈.. 나의 책을 출간하고 번역가가 되는 꿈.

누군가는 번역가가 사양직종이라고 하고 나의 나이를 문제삼고 나의 능력을 문제삼는다.

그래서 언제나 꿈을 말할 때는 조심스러웠고 침묵할 때가 많았다. 물론 묻는 사람들이 드물기도 했지만...

하지만 사랑이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라는 공리의 답변 속에 계속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쉽지 않기에 꿈을 꾸고 그 꿈으로 인해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꿈을 꿔가며 나 자신의 삶을 꾸며나가면 된다.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나는 지금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저자가 세계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꿈에 나의 꿈 하나가 포개어진다.

그 각자의 꿈이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진다.

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책을 읽기 전 꿈은 내게 신기루와 같은 환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내게 꿈은 정반대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꿈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다.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존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