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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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나이를 먹고-.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13p


이 한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나이를 먹고 우에노역에 노숙자로 쓸쓸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보다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까.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책을 읽기 전에 과연 도쿄 우에노가 어떤 곳인지 알아본다.

우에노 동물원, 국립과학박물관, 도쿄도 미술관, 우에노 공원 등 일본의 화려한 면모가 돋보인다. 재일교포 2세인 유미리 작가는 이 화려한 곳에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있는 노숙자 나의 모습을 철저히 대비시킨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저자의 신작은 아니다. 2015년도에 <우에노역 공원 출구>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올해 새로운 옷을 입고 개정되었다. 책의 배경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이어서일까 2020 도쿄 올림픽이 치뤄진 올해 책이 개정되었다니 의미심장하다.

소설은 '나'로 시작한다. 소설 초반부터 주인공 나, 가즈는 우에노 스테이션에서 올림픽 경기장을 짓기 위한 공사에 동원되며 노숙자로 살고 있다. 사람들이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고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위한 국위 이미지 선양을 위해 노숙자들을 점점 음지로 몰아낸다. 이 모습을 읽노라면 88 서울올림픽을 하기 위해 빈민촌을 강제로 철거했던 우리의 과거와 지금도 음지에서 갈 곳이 없는 서울역의 모습이 교차되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은 덜하지만 예전 우리 역시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좋지 않았다. 정부와 경찰 등은 노숙자를 범죄의 온상으로 생각했으며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에서도 그런 인식때문이었을까? 가즈의 사연이 소개되고 주변 노숙자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각각의 사정이 있다.

구덩이였다면 다시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절벽에서 발이 미끄러지면

두 번 다시 인생이라는 땅에 발을 디딜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건 일본의 모습이 아니다고. 이건 바로 우리나라의 모습이라고. 그리고 한 번 떨어지면 발 디딜 곳 없이 추락하는 이 세계의 모습이라고. 구명줄 하나 없이 모든 위험을 감당하게 하고 마는 그 모습이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누가 그들에게 게으르다고 노력 좀 하라고 돌멩이를 던질 수 있을까.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에서 이 비극을 더욱 극대화 하는 건 가즈의 아들의 자살과 부모님의 갑작스런 임종도 아니다. 소설 틈틈이 비추는 황실의 화려함을 빛내는 현실과 어두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주인공의 현실이다.

아내 세스코가 아들 모리 고이치를 힘들게 해산할 때 라디오에서 "황태자비 전하께서 오늘 오후 4시 15분 궁내청 병원에서 출산하셨습니다"라고 대대적으로 알리며 대중이 환호할 때 누군가는 쓸쓸이 아이를 해산하는 모습, 황실 일행이 들어설 때마다 반짝반짝 윤을 내는 작업에 동원되는 일용직들의 현실, 더욱 화려한 곳에 더욱 초라한 곳이 있음을 드러내는 작가의 글은 날카롭다.


죽고 싶다기보다도 노력하는 데 지쳤다.


살려는 노력마저도 지치게 하는 이 암울한 현실 속에 더욱 큰 외로움은 무엇일까. 아마 우리가 그들을 없는 존재로 눈감아버리려는 우리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을 보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는 암적인 존재로 매도하고 다시 노력해보라는 허울 뿐인 위로를 던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읽는 내내 깊은 여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운 소설이다. 소설이라 하기엔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기에 매우 날카롭다.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바늘로 콕 찌른 듯한 느낌이다.

가즈가 일본 천황을 향해 하려고 했던 말은 무슨 말이었을까.

아마 "여기 사람이 있어요." 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여기에도 사람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

"아직 우리 살아있어요"라는 주인공의 외침이 귀를 맴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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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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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두 기독교인이다.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유치원 때부터 엄마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우리 형제 중 교회를 어린 시절만큼 믿는 사람은 없다. 슬프게도 우리가 믿음은 변하지 않지만 신앙에 회의를 가지게 된 건 우리의 출발점인 엄마때문이었다. 천국과 지옥만이 중요시되는 믿음, 행복해 보이지 않는 엄마의 믿음을 보며 우리는 궁금했다. 하나님을 믿어서 축복이라는데 왜 엄마의 믿음은 왜 의무와 순종만 보이고 행복과 평안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30년 넘게 지켜본 엄마의 믿음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게 믿음이라면 믿고 싶지 않다고...

『라틴어 수업』으로 유명한 한동일 교수의 신작이 『믿는 인간들에 대하여』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아했다. 종교처럼 예민한 주제를 저자는 어떻게 쓸 용기를 냈을까. 무모한 시도가 아닐까. 특히 코로나시대 각 종교계의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리는 이 때 '믿는 인간'들에 대한 글이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첫 장을 펼쳐 읽어나가면서 저자는 믿음이란 결국 삶이라는 걸 알려주며 어떻게 믿음이 삶으로 살아져야하는지 고민하도록 하는 책이였다.

『믿는 인간들에 대하여』 에 소개되는 종교는 저자의 전공과 연관성으로 기독교와 로마 가톨릭교가 주로 소개된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저자가 강의실에서 나눈 학생과의 답변에서도 드러난다. 책에는 저자가 2020년 초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느낀 점, 바티칸 시국의 역사와 현재, 우리 지금의 모습등을 보며 믿음이 어떤 식으로 살아지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찰한다.

기독교, 이슬람교등 여러 종교의 성전으로 통하는 그야말로 종교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성스러운 예루살렘에서 가장 핍박이 심하고 차별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질문한다. 믿는 게 무엇이냐고. 진정 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작 신이 원하는 건 극단적 이슬람주의자 또는 유대교들이 말하는 "신의 이름"으로 정의를 외치는 것이 아닌 저자가 묵고 있는 여관의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는 그런 작은 것에서야말로 신의 뜻이 아닐까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예루살렘이 종교의 아픔과 분쟁을 극명하게 드러낸 곳이라면 저자는 점점 작아져 가고 최소한의 국가로 남게 된 바티칸시국을 예로 들어준다. 중세 시대에만 해도 방대한 땅을 차지했던 교황령이 그 땅을 지키기 위한 부정부패가 있었지만 결국 점점 작아진 바티칸 시국의 모습을 통해 종교가 진정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모습이 아닌 행동으로만이 존경받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믿는 인간들에 대하여』 를 읽으며 결국 믿음은 살아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종교인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에서 각 종교들은 어떻게 교세를 늘릴 수 있을 지 열심이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책에 진정 종교가 필요한 건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한 글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비로소 그 말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왜 엄마의 믿음이 슬퍼보였는지 그 이유를 비로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당시의 문화와 역사 맥락이 없이 믿음만을 강조하는 현 종교의 모습, 그리고 믿음이란 진정 삶으로 증명해야 하며 살아나가는 과정임을 말해준다. 비록 느리고 때론 희망이 없을 때에 삶으로 믿음을 진정으로 실천해 나갈 때 역사가 조금씩 발전되오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질문한다. 나는 신을 믿는가. 내 믿음은 나의 삶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내 삶에서 사람들은 어떤 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가.

Quod non possint ibi verae esse virtutes, ubi non est vera religio.

참다운 종교가 없는 곳에 참다운 덕성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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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리포트 - 탈코르셋부터 소수자 차별 금지까지, 기자 4인이 추적한 우리사회 변화의 현장들
김아영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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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모두를 포용하며 차별하지 않는 페미니즘에 동의하며 페미니즘이 결국 내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페미니즘 북클럽에도 참여하고 페미니즘 관련책들을 종종 읽곤 한다. 토론할떄는 열이 나게 토론하고 곧 변화시킬 수 있을 것처럼 좋아했다. 하지만 내 가정으로 또는 직장으로 돌아오면 현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가부장제는 굳건했고 남녀차별과 성폭력등은 활개를 쳤고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보류중이다. 이 사회를 볼 때마다 페미니즘과 현실은 여전히 간극이 크다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때론 실망했고 좌절도 되었다. 과연 우리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페미니즘 리포트』 는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의 한 획을 긋는 변화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으며 기록한 기자 4명이 쓴 기록들이다. 탈코르셋, 미투, n번방, 성별 임금격차, 차별금지법까지 중요한 이슈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이 과연 어느 자리에 서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꾸밈 노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여성들이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입해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을 '일하는 존재'가 아닌 '타인에게 보여지는 존재',

'피동적으로 순응하는 존재'로 상정하고

실제 업무 수행 능력과 무관한 사항을 기준으로

여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탈코르셋의 현장부터 구석구석 파헤쳐나가는 기자들은 기자답게 여러 현장을 누빈다. 일상, 샤넬 여직원들의 꾸밈노동, 항공사 여승무원 외모 대상화, #핑크택스 등 우리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던진 멋진 여성들을 소개한다.

비록 샤넬 직원들이 외모 규정 규칙이 엄연히 있는데도 법원에서 실패하며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이 꾸밈노동이 여성에게만 부여되는 추가 노동이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탈코르셋의 경우, 외모에 대한 디폴트를 말하곤 한다. 박다해 기자는 한국철도공사의 남성 승무원은 위생과 청결이 기본값이지만 여성에게는 립스택, 매니큐어 색깔, 머리 모양까지 더 많은 디폴트를 요구받는다. 사회는 어떤 생각도 없이 여자는 예뻐야만 한다는 기본값에 순종할 것을 강요한다.

이는 직장생활뿐 아니다. 가정에서도 여성들은 단정할 것을 요구받는다. 남성이 집에서 편안히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여성은 게으름의 표본이 된다. 나 역시 결혼 후 잘 꾸미지 않는 내게 여자 이사님이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내가 남편이라도 내가 집에 아무렇게나 있으면 정나미가 떨어질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존재가 남편에게 예쁘게 보여지는 존재인가요?라는 말을 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마스크때문에 화장품 산업이 주춤하지만 예전에는 화장품 산업은 불패산업이라고 했다. 예뻐지고 싶도록 유혹하고 아름다움, 꾸밈을 디폴트로 믿게 하는 그 산업의 유혹에 많은 여성들의 주머니를 열게 했다.

탈코르셋은 그야말로 이 디폴트에 균열을 내는 운동이었다. 남녀가 다른 디폴트에 의문을 제기하고 동등한 디퐅트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작년 11월, 대한민국 사회를 분노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성폭행 처벌이 강한 미국 법원이 한국 법원에 손정우 인도를 요구했지만 한국 법원이 거부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성범죄자 손정우는 출소하였고 많은 사람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법부에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은 경제사범과 성범죄에 유독 가벼운 형량을 주는 나라로 유명하다. 그건 왜 그럴까. 바로 사회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 손정우를 다른 나라에 반해 실명을 늦게 밝힌 나라이고 신상 공개를 극도로 꺼린다. 성폭행 피해자는 피해가 평생 가지만 가해자는 단 1,2년의 형량만 채우면 된다.

처벌이 면제가 되는 아이러니, 그 안에는 어떻게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까라는 진지한 사법부의 고민이 없었다. 정신장애의 이유로 묻지마 가해자가 풀려나오고 여러 면죄부를 준다. 피해자 중심주의보다 단순한 법령 끼워맞추기로 판단하는 사법부와 경찰의 행동은 어쩌면 이 사회에서 가장 변화가 느린 부분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페미니즘 리포트』 는 돌봄노동, 남녀의 다른 저울로 평가받는 노동의 대가, 소수자를 대하는 여러 현실등을 소개한다. 특히 하리수씨를 포함해 엄연히 트랜스젠더가 있음에도 국어사전에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없는 현실과 성전환자에게 여대 입학을 끝끝내 포기하게 하고 상부의 허락을 받고 성전환수술을 했지만 강제 전역을 명령한 변희수 군인의 사건은 이 소수자에 대해 우리가 '배제'라는 쉽고도 치명적인 무기를 휘둘러 왔음을 강하게 지적한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본다. 『페미니즘 리포트』 에서 네 명의 기자들이 기록한 변화의 현장들을 보면 딱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없다. 샤넬 노동자들은 패소했고 변희수 군인은 안타까운 선택을 했고 성전환자 여대 입학생은 끝내 입학할 수 없었다. 과연 페미니즘은 발전하고 있는 걸까? 여전히 우리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닐까?

기자들은 아직도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이 현실에서 헌법 제 10조를 거론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결국 사회는 국가와 사회 함께 바꾸어 가는 게 아닐까. 우리는 변화되어 왔다. 기자들은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라고 강하게 말한다. 헌법에서도 정해져 있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들은 이 사회의 평등하지 않은 디폴트에 균열을 내 왔다. 그렇다면 새롭고 평등한 디폴트를 만들게 하는 그 작업은 결국 국가가 함께 해 주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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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흑역사 - 왜 금융은 우리의 경제와 삶을 망치는 악당이 되었나
니컬러스 섁슨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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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금융 부문이 확장하여 합당한 규모에서 벗어나

유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이 금융 부문을 지탱하는 국가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부의 흑역사』의 저자 니컬러스 섁슨은 머리말에서부터 금융을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이자 조세 및 역외금융 전문가이자 조세 회피와 금융 문제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니컬러스 섁슨은 어떻게 금융이 세력을 키웠고 난공불락이 되었는지 철저하게 파헤친다.

우리는 책 제목 『부의 흑역사』에서 짐작할 수 있다. 금융이 커 가게 된 배경 뒤에 어떤 그림자 세력이 있는지. 이 금융이 커가기까지 결코 정도의 길을 걷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제 1의 책임이 있는 은행은 어려울 때마다 정부에 손을 벌리고 호황일 때는 서민에게 주머니를 닫아버리는 금융의 형태. 어쩌다 우리는 이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었을까.

니컬러스 섁슨은 석유왕 록펠러보다 금융왕 J.P. 모건의 이야기에서 본격적인 서막을 올린다. 여러 경쟁 회사를 잠식하고 독점으로 부를 거머쥔 록펠러. 하지만 그 록펠러의 악덕 행위보다 그 독점 행위를 주무르는 세력, 투자은행등이 자리잡고 있음을 고발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금융이 아니다.

규모가 '너무 큰' 금융이며 권력이 '너무 강한' 금융이며

민주주의로 검증받지 않은 '빗나간' 금융이다.


한때 금융이 올바른 본연의 역할만을 했을 때가 있었다. 1944년 7월 44개국 대표들이 만나 고정환율제를 도입하며 은행의 투기를 강하게 규제했던 그 시기에는 본연의 역할만 하면 되었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되었고 은행 또한 '고리대금업자'노릇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공공 서비스가 발달하고 경제 불평등이 낮았던 그 때를 저자는 '자본주의 황금시대'라고 일컫는다.

『부의 흑역사』의 저자가 영국인이고 금융의 중심지 또한 영국이다 보니 저자는 영국을 자세하게 파헤친다.

미국에 의해 경제 패권을 빼앗긴 영국이 규제가 심한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어떻게 역외금융을 만들며 제2의 도약을 꿈꾸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겉으로는 정의를 부르짓지만 역외금융과 조세도피처 행위를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시작부터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이론에 힘입어 본색을 드러낸 금융의 민낯이 되기까지 자세한 역사가 소개된다.

우리가 잘 아는 마가렛 대처, 신자유주의의 대표 정치인인 토니 블레어 전 수상 등 영국 정치계가 신자유주의를 껴안으며 일어나게 된 변화, 거세지는 민영화와 독점의 물결 등 이루어지는지는 소름이 돋을 만하다.

특히 저자는 서점계를 잠식하고 최대 유기농 식품업체 홀푸드까지 인수하여 온 미국을 놀라게 한 아마존의 독점 등을 강하게 비난하며 당장 가격의 인상이 없으면 괜찮다는 논리가 독점에 대한 무감각을 줄 수 있다는 강한 경고를 날린다. 또한 그들이 독점하면 오히려 구조 조정이 일어나며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제난 도미노 현상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모든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 시합에서 문제는

거대 기업이 밥그릇에서 더 커다란 몫을 떼어가는 현실이 아니다.

실은 밥그릇이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작은 수입업체에서 일을 하는 나는 일년에 한 두번씩 거래처의 인수 합병 소식을 듣는다.

주로 아마존과 같은 대형 기업이나 금융업계에서의 인수 합병이다. 이 소식에 항상 함께 실리는 글이 있다. 인수회사가 합병하는 회사의 직원들을 고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동료들은 없었다. '주도 기업'의 합병으로 나의 회사는 거래처를 잃었고 점점 규모가 작아져간다. 인수합병 후 가격은 대폭 인상되고 고객은 선택의 폭이 좁아져간다. 이 되풀이되는 먹이 사슬이 어떻게 우리를 조이는지 알기에 저자의 '독식'에 대한 경고가 가장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아무리 경제학을 모른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동안 들어왔던 여러 논리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정치인이 자주 말하는 '국가 경제력'이 기업을 국가의 대표로 만들고 치켜 세워주기 위한 전략임을 폭로하고 지역에서 자랑하는 '기업 유치' '일자리 유치'뒤에 기업을 위한 세금 감면과 융자금 제공 뒤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혈세와 노동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금융이 은행의 역할이라기보다 돈을 착취하며 배불리게 하는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정부에 손벌리는 무능력함과 경제라는 이유만으로 눈감아주는 정치계의 이중박자가 어떻게 경제를 망치는 악당이 되었는지 저자는 모든 걸 이야기해준다.

이제 각 정당에서 대선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요즘, 나는 대통령 후보에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부의 흑역사』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이제껏 경제 발전이라고 속여왔던 금융의 민낯과 신자유주의의 실체를 폭로하며 진정 이 경제를 좀먹는 세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의 흑역사』는 이제껏 흐리게만 보였던 금융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가의 걸작이다. 알아야 우리는 속지 않을 수 있다. 그 첫 단추로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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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맛 모모푸쿠 - 뉴욕을 사로잡은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이 들려주는 성공하는 문화와 놀랍도록 솔직한 행운의 뒷이야기
데이비드 장 지음, 이용재 옮김 / 푸른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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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하게 자신의 명암을 숨기지 않는 그의 이야기는 성공담이라기보다 한 인간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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