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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평점 :

우리 가족은 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두 기독교인이다.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유치원 때부터 엄마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우리 형제 중 교회를 어린 시절만큼 믿는 사람은 없다. 슬프게도 우리가 믿음은 변하지 않지만 신앙에 회의를 가지게 된 건 우리의 출발점인 엄마때문이었다. 천국과 지옥만이 중요시되는 믿음, 행복해 보이지 않는 엄마의 믿음을 보며 우리는 궁금했다. 하나님을 믿어서 축복이라는데 왜 엄마의 믿음은 왜 의무와 순종만 보이고 행복과 평안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30년 넘게 지켜본 엄마의 믿음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게 믿음이라면 믿고 싶지 않다고...
『라틴어 수업』으로 유명한 한동일 교수의 신작이 『믿는 인간들에 대하여』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아했다. 종교처럼 예민한 주제를 저자는 어떻게 쓸 용기를 냈을까. 무모한 시도가 아닐까. 특히 코로나시대 각 종교계의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리는 이 때 '믿는 인간'들에 대한 글이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첫 장을 펼쳐 읽어나가면서 저자는 믿음이란 결국 삶이라는 걸 알려주며 어떻게 믿음이 삶으로 살아져야하는지 고민하도록 하는 책이였다.
『믿는 인간들에 대하여』 에 소개되는 종교는 저자의 전공과 연관성으로 기독교와 로마 가톨릭교가 주로 소개된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저자가 강의실에서 나눈 학생과의 답변에서도 드러난다. 책에는 저자가 2020년 초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느낀 점, 바티칸 시국의 역사와 현재, 우리 지금의 모습등을 보며 믿음이 어떤 식으로 살아지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찰한다.
기독교, 이슬람교등 여러 종교의 성전으로 통하는 그야말로 종교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성스러운 예루살렘에서 가장 핍박이 심하고 차별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질문한다. 믿는 게 무엇이냐고. 진정 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작 신이 원하는 건 극단적 이슬람주의자 또는 유대교들이 말하는 "신의 이름"으로 정의를 외치는 것이 아닌 저자가 묵고 있는 여관의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는 그런 작은 것에서야말로 신의 뜻이 아닐까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예루살렘이 종교의 아픔과 분쟁을 극명하게 드러낸 곳이라면 저자는 점점 작아져 가고 최소한의 국가로 남게 된 바티칸시국을 예로 들어준다. 중세 시대에만 해도 방대한 땅을 차지했던 교황령이 그 땅을 지키기 위한 부정부패가 있었지만 결국 점점 작아진 바티칸 시국의 모습을 통해 종교가 진정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모습이 아닌 행동으로만이 존경받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믿는 인간들에 대하여』 를 읽으며 결국 믿음은 살아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종교인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에서 각 종교들은 어떻게 교세를 늘릴 수 있을 지 열심이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책에 진정 종교가 필요한 건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한 글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비로소 그 말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왜 엄마의 믿음이 슬퍼보였는지 그 이유를 비로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당시의 문화와 역사 맥락이 없이 믿음만을 강조하는 현 종교의 모습, 그리고 믿음이란 진정 삶으로 증명해야 하며 살아나가는 과정임을 말해준다. 비록 느리고 때론 희망이 없을 때에 삶으로 믿음을 진정으로 실천해 나갈 때 역사가 조금씩 발전되오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질문한다. 나는 신을 믿는가. 내 믿음은 나의 삶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내 삶에서 사람들은 어떤 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가.
Quod non possint ibi verae esse virtutes, ubi non est vera religio.
참다운 종교가 없는 곳에 참다운 덕성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