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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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확실한 닫힌 결말을 선호한다.

그래서 어떤 책을 볼 때면 책의 뒷부분을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결말 부분이 마음에 들 때 비로소 첫 장을 시작할 용기를 낸다.

 

그런 면에서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이야기의 끝》은 내 취향과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다.

 

소설은 산간마을에 사는 에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작은 산골마을, 에미는 저 산 너머 세상이 궁금하다.

가보지 못한 세계, 누가 살고 있을까, 뭐가 있을까 궁금한 에미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베이커리 라벤더>를 운영하는 부모님은 항상 바쁘시고 외동딸 에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상상의 시간으로 보낸다.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 상상의 세계는 갈수록 커져간다. 그렇게 상상의 세계가 커져 갈 때 마침 같은 짝이 된 친구 미치요가 묻는다.

 

"네 머릿속에는 뭐가 있어?"

 

그 상상 속의 이야기를 미치요는 놀라워하며 에미에게 작가라고 말해준다. 그제서야 작가라는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된 에미는 미치요의 격려에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그 후 부모님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던 중 늘 같은 시간에 햄 샌드위치를 사 가는 남학생 '햄 씨'를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하는 연인이 된다. '햄씨'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햄씨'가 홋카이도에서 대학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결혼만을 약속했을 때 어린 시절 자신을 작가라고 격려해주었던 친구 미치요에게 연락이 온다. 자신이 견습생으로 있던 유명한 마쓰키 류세이의 일을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더구나 마쓰키 류세이가 에미의 작품을 읽었고 재능이 있다고 한다면서.

부모님의 가게를 물러받고 햄씨와의 결혼만을 생각하던 잔잔한 에미의 심장이 뛴다.

마쓰키 류세이 밑에 일하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오지 않을까? 이 기회를 꼭 잡고 싶다. 하지만 약혼자 햄씨도, 그리고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눈물을 흘리며 꿈을 접는다. 이대로 지나가자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 뛰기 시작한 심장이 멈추지 않는다. 힘들어도 해 보고 싶다. 그렇게 에미의 발걸음은 역으로 향한다. 역에서 도착한 순간... 햄씨가 있었습니다. 마치 내가 그 곳에 올 줄 안 것처럼.

 

드라마라고 한다면 '다음 시간에' 라는 자막이 뜨며 다음을 기약하겠지만 이 소설은 대담하다.

 

이 이야기에 다음은 없다.

결말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고 해야 할까.

경황없는 일상 속에서 소설 결말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결말 없는 이야기는 여행의 동반자로 안성맞춤일지 모른다.

<이야기의 끝> 48p

 

그리고 소설은 훌쩍 시간을 지나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여러 여행자들에게 전해진다.

 

홋카이도. 라벤더 꽃이 피고 유명한 사진가 마에다 신조의 <다쿠신칸>이 있는 곳. 사람들마다 여행의 목적이 모여든 만큼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투병 생활을 하며 임신을 유지하는 도모코, 그녀는 배에서 만난 십대 소녀 모에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소녀에게 부탁을 받는다. 이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출처 미상, 열린 결말의 이야기의 에미와 햄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모코는 생각한다.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그 결말을 자신의 상황에 비추며 자신이 원하는 결말로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결말을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인다.

 

'에미와 햄씨의 이야기'는 도모코가 또 다른 여행자에게 만난 청년 다쿠마에게 전해지고 다쿠마는 시바타 아야코에게 그리고 아카네에게 전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에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각자의 다양한 사연만큼 서로 다른 인물들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해답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꿈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에미의 입장에서,

누군가는 꿈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에미의 부모님 또는 햄씨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본다.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신이라면 꿈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자신의 상황에서 이야기의 중간을 이어가며 결말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각자가 만들어낸 결말은 자신들의 삶에 새로운 시작이 되어 준다.

 

원작의 결말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이런 결말로 하자.

 

내가 꽉 닫힌 결말을 선호했던 이유는 바로 그 이야기에서 멈추었기 때문이다.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 결말은 다르다. 이야기는 진행형이고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열린 결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만나고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니까. 이 끝나지 않은 결말을 만들어가며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 아직 인생이 끝나지 않았음을.

인생은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며 틀린 답은 없으며 결국 모든 답이 정답이자 소중함을.

 

이야기는 결국 돌아돌아 다시 '에미와 햄씨'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숨겨진 결말을 확인할 때는 최고의 감동어린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결국 인생이란 우리가 결말을 만들어가는 여정임을 알게 해 준다.

그러하기에 이 이야기를 전달받는 사람들 모두 여행자들인 것도 우리가 인생이라는 여정을 걷는 여행자임을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그 여정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여기서 멈출지 아니면 계속해나갈지 만들어가는 건 결국 여행자의 선택이다. Go할지 Stop할지. 하지만 중요한 건 모든 선택이 끝이 아님을. 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음을.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가자고 여행해준다.

 

올해 만난 소설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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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스토리 - 인생의 무기가 되는
킨드라 홀 지음, 이은경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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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일이 터졌다. 사실 언젠가는 터질 수 있다고 짐작은 했었다. 그래도 그동안 잘 넘겼기에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데 기어이 일이 터졌다. 부랴부랴 이사님께 이 문제를 보고하고 나는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했다.

 

이 일을 만든 당사자인 전무님은 나를 보며 태연하게 말씀하셨다.

 

"어차피 이 일을 하긴 해야 하잖아!"

 

알고 있다. 어차피 나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라는 걸. 하지만 일은 본인이 저질러 놓고 수습은 내가 해야 하는 현실이 두려웠다. 무엇보다 담당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은 후 처음하는 업무였기에 더욱 두렵고 무서웠다.

더욱이 법이 더욱 강화되었기에 새로운 업무는 내게 너무 큰 벽으로 느껴졌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안전빵을 제일 우선시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일을 하기는 커녕 정해진 수순을 따라가기를 선호한다. 그래서 상사로부터 도전적인 정신이 없다는 싫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는 내게 두려웠다. 오늘 갑자기 내게 배정된 이 업무만 해도 두려웠다.

 

이 새로운 일로 두려워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새로운 일에 두려워할까?"

 

유독 겁이 많고 정해진 일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나는 뭐가 잘못된 것일까?

나는 분명 알고 있다. 새로운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그래서 매일 자기 확언도 해 보고 수십번 다짐도 해 본다. 하지만 말짱 도루묵.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이 질문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표지에 '나만의 이야기가 '나'라는 브랜드를 만든다'라는 문구는 정말 퍼스널 브랜딩을 연상케 한다. 속았다.) 구매했는데 막상 책을 열어보니 웬 걸...

브랜드가 아닌 '셀프스토리' 에 관한 책이였다.

 

문제는 행동이 아니다.

우리가 미친 짓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들려주는,

눈에 보이지 않고 습관처럼 저절로 작동하는 스토리가

효과가 없는 일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발목을 잡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는 숨은 스토리다.

책 저자 스토리 텔러 킨드라 홀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 확언'이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다짐을 해도 변화되지 않는다고. 변화가 없을 때 우리는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문제는 행동이 아니라 우리 안에 숨겨진 스토리다.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는 우리의 숨겨진 아픈 스토리들을 직면할 수 있게 유도한다.

자신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나의 지난 이야기. 아무리 작은 순간이라도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순간 그 순간은 거대한 순간이 된다. 그 상처를 직면해서 진지하게 물어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안전제일주의만을 선호하는 것도 혹시 나의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만의 아픈 기억들을 되새겨 보았다. 무엇이 있을까 회상해 보았다. 너무 까마득해서 잊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스토리...

 

넌 머리가 멍청해서 하나님 잘 믿어야 해.

그래야 살아.

 

학창시절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다. 학생 시절 내게 했던 말이니 이 말을 들은 게 20년도 넘었지만 아직까지 그 때 받은 충격은 생생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엄마는 삼형제 중 유독 내게 믿음을 강조하셨다. 교회 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게 하셨고 기도와 성경 공부도 열심히 시키셨다. 나는 그저 그러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분명히 말했다. '내가 멍청하다고.' 오빠나 동생보다 유독 믿음생활을 강조시킨 게 내가 두 명보다 더 부족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라도 구원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엄마가 나를 이렇게 부족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그래서 유독 강하게 믿음생활 시켰음을 처음 알았다.

그 때부터 내가 실패할 때마다 나는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정말 나는 멍청한 게 아닐까? 그리고 엄마의 그 말은 지금까지 내게 저주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 에서 저자는 말한다. 내가 이 슬픈 셀프스토리를 실패의 순간마다 계속 되새김질 하고 있었음을. 되새김질하는 스토리의 능력이 '자기 확언'보다 너무 세서, 빙산처럼 굳건해서 우리의 행동이 변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스토리에게 질문하라고 말한다.

 

그 스토리는 '한 번이라도' 진실이었나?

그 스토리는 말한 사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진실이었나?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 140p

 

내게 질문해본다. 정말 나는 멍청한가? 부족한 존재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나는 멍청하지 않다. 나는 이제까지 실패는 있었지만 독립적인 인간이다. 대학 졸업 후 호주워킹홀리데이도 해 내고 사회인으로서 임무를 다 하며 나의 몫을 해내고 있다.

엄마의 말은 결코 '한 번이라도' 진실일 수가 없었다. 특히 '나'에게도 진실일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엄마의 말을 진실로 믿으면 안 된다. 이 스토리를 거부하고 다른 스토리로 바꿔야만 한다.

 

 

왜 나의 잠재의식은 행복한 셀프스토리보다 슬픈 셀프스토리를 자꾸 자동재생하는 것일까?

 

스토리의 크기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뒤에 숨은 감정이 중요하다.

1부에서 살펴봤듯이

우리는 두려움, 수치심, 슬픔, 후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크게 느끼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스토리라도

그것은 우리 기억에 분명히 남게 된다.

<인생의 무기가 되는 스토리> 135p

 

저자 킨드라 홀은 바로 부정적인 스토리에서 받았던 그 충격과 감정이 가지는 힘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엄마가 내게 그 말을 했던 상황은 떠올리지 않지만 그 때 내가 받았던 충격과 공포는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 감정이 내 평생 어느 때보다도 컸기에 나의 잠재의식은 실패의 순간에 엄마의 말을 마치 사실처럼 떠올리게 했다.

 

우리 과거의 셀프 스토리를 바꿀 수는 없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에서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성공의 순간이 있었던 긍정적인 스토리가 꼭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성공의 스토리가 어떤 것이 있을까?

 

내게 호주워킹홀리데이에서의 추억이 있었다.

처음으로 나의 힘으로 이루어낸 경험이 바로 '호주워킹홀리데이'였다.

 

누군가에게는 '호주워킹홀리데이'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달랐다.

내가 처음으로 호주에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네 성격으로는 아마 외국에서 오래 못 버틸거야."

"네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호주행을 허락했지만 못 미더운 아빠는 내게 몇 번이고 강조하셨다.

 

"못 버티겠으면 1년 채우지 말고 딱 6개월만 버티고 와라."

 

내게 긍정적인 말을 해 주는 사람은 동생과 친구 한 명 그렇게 둘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매 순간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일자리도 구할 수 있었으며 친구도 사귀었다. 아빠는 6개월만 채우라고 하셨지만 나는 마침 바뀐 호주법 개정으로 인해 1년 더 연장하여 1년 10개월을 호주에서 지낸 후 귀국했다. 나의 힘으로 뭔가를 이룬 특별한 경험이었고 비로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경험이었다.

 

무척 다행인 것은 최근 내가 바디프로필에 도전하여 완주했다는 사실이다.

 

아이 엄마라는 사실, 워킹맘으로 나를 돌볼 시간이 없었던 현실의 한계,

확찐자가 되어가면서 움츠리게 되는 나의 몸. 어쩌면 나는 바디프로필을 도전하고 싶었던 게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성공적인 셀프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바디프로필을 끝마친 후 우리는 서로 말하곤 한다.

 

"바디프로필도 해냈는데 다른 걸 못 해내겠어요!"

 

우리의 바디프로필 스토리가 우리에게 자꾸 말을 건네고 있고 다른 부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긍정적인 셀프 스토리는 또 다른 스토리를 늘려가고 우리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 준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도로시를 찾아서>에서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준다.

 

 

다시 한 번 나의 성공적이었던 셀프 스토리를 꺼내본다.

 

나는 스스로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성공했다. 

나는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는 처음 내 예상과 달랐던 책이였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과거 스토리들을 직면하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자기 확언보다도 내 스토리 중 긍정적이었던 셀프 스토리들을 선택하도록 말한다. 이제부터 나는 긍정적인 셀프 스토리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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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가 정해 놓은 기대 수준은 부정적인 셀프스토리가설정한 수준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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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단식 일기 - 소비를 끊었다. 삶이 가벼워졌다. 자기만의 방
서박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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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줄였더니 현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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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단식 일기 - 소비를 끊었다. 삶이 가벼워졌다. 자기만의 방
서박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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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은 신용카드 한도의 90퍼센트 이상을 사용하셨습니다.

 

신용카드 한도 500만원.

500만원의 90퍼센트, 즉 450만원을 결제했다고 카드 알림 문자에 저자는 정신이 번쩍 든다.

쇼핑을 많이 한다는 건 알지만 명품 백같은 비싼 물건을 산 것도 아닌데 언제 이렇게 많은 돈을 썼지?

이건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아무리 마이너스 인생이라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파산이다라는 심각한 위기에 저자의 소비 단식이 시작된다.

 

지난 6월 내가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코치님이 지시하신 지침은 바로 눈바디를 찍는 일이였다.

정면, 측면, 후면, 체중을 찍음으로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 위한 지침이었다.

저자의 소비단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비를 단식하려면 먼저 자신이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 알아야 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 눈바디를 찍는 건 참 곤혹스럽다. 볼록한 아랫배, 불균형한 몸등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이게 진정 내 몸인가라는 심각한 회의에 빠지곤 한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의 재무 상태는 처참했다.

대학시절부터 쌓여온 학자금 대출, 온갖 명목의 대출등으로 쌓인 빚 1,600만원의 대출과 카드 리볼빙으로 할부가 쌓이고 쌓여 만든 450만원의 카드 결제금액... 자신의 상태를 알고 나니 더욱 정신이 번쩍 든다.

이제 본격적인 다이어트 시작이다.

 

《소비단식일기》 는 다이어트와 동일한 패턴을 따라간다.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듯, 저자 또한 소비를 줄이기 위한 운동을 해 나간다.

아이와 산책할 때마다 생각없이 샀던 물, 립밤 등을 미리 챙겨 외출하고 저자의 소비 중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옷도 안 입는 옷은 정리하고 쿠팡과 같은 쇼핑앱들을 지워나간다. 이 행위들을 해 나가면서 저자는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자신을 알게 된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는 사람이며,

그걸 의식할 때 돈을 가장 많이 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모습, 뒤쳐지기 싫다는 위기의식, 자신도 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

온갖 마케팅은 인간의 그런 마음을 이용한다. 보는 이들에게 말한다.

 

당신은 부족하다.

이걸로는 충분치 않다.

이걸 더 하면 당신은 완벽해질 것이다.

 

매출 증진을 위해 브랜드마다 자신들의 앱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유혹한다. 결제는 버튼 또는 여섯 숫자만 누르면 완성되는 이 간편결제 시스템은 끊임없이 유혹한다. 이 유혹에서 빠져나올 길은 없을까?

 

다이어터들에게 요요와 같은 위기가 오듯 저자에게도 요요가 와서 한동안 잠시 멈춤할 때도 있었다. 다시 시작하며 재정비하는 우여곡절 속에 저자는 일상 속에서 '자족'할 줄 아는 사람만이 소비를 멈출 수 있음을 깨닫는다.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기.

기본적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에 감사하고

나의 찬장에 고마워하는 삶.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저자의 솔직한 소비 패턴을 나에게 적용해본다. 나의 경우 올해 재테크 고수인 50대의 재테크 멘토 꿈꾸는 서여사님이 강조했던 제 3원칙이 있었다.

 

1 신용카드 쓰지 않기

2 편의점, 커피숍 사용 줄이기

3 가계부 쓰기 & 냉장고에 있는 재료 활용하여 식비 줄이기

 

이 중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게 있다면 신용카드는 교통카드용으로만 사용하기에 저자와 같은 카드 결제 부담은 적다. 하지만 소비 패턴은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1 책 - 저자는 책을 유난히 죄책감 없이 구매하는 품목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큰 아이 누리가 나에게 "엄마는 책을 너무 많이 사서 엄마한테는 책이 파산핑이야"라고 할 정도로 나는 유난히 책을 많이 산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혹은 좋아하는 저자 (작가들은 왜 이렇게 책을 자주 출간하는가!) 신간알리미가 울리거나 월급 받을 때 또는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콘텐츠 조사 겸 책을 산다. 저자 또한 책을 사다가 알게 된다. 단지 나는 책을 사는 행위를 읽는 행위보다 더 좋아했고, 그런 나를 알게 된 것이다.

 

2 스티커, 포스트잇 - 나의 경우 책을 읽으면 표시하기 위해 꼭 포스트잇을 구매한다. 이 외에도 볼펜, 공책을 좋아해서 엄마로부터 "볼펜 못 사서 죽은 귀신이 붙었냐?"라고 할 만큼 볼펜을 샀고 (지금은 더 이상 사지 않는다) 서점에서 책의 굿즈가 공책이 나오면 귀신에 홀린듯이 책과 굿즈를 결제한다. 아이들과 마트에 가면 장바구니에 은근슬쩍 포스트잇을 끼워넣는다.

 

저자에게는 가득 쌓인 여름 티셔츠, 스티커, 에코백 등을 보면서 깨닫는다. 낱개의 가격은 비싸지 않고 이 작은 물건들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주나'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450만원의 태산을 만들어냈음을.

 

저축은 해도 해도 티끌 모아 티끌인 것 같은데

쓴 돈은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

싸고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구매할 때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있으면 좋은 것'은 자제하고 '없으면 안 될 것'만 구매하는 일.

바디프로필을 하며 변해져가는 내 몸을 사랑하게 되듯, 소비 단식을 하는 일도 현재를 사랑하는 과정을 배우는 과정임을 저자는 알게 된다. 없는 걸 바라기보다 있는 걸 더욱 소중히 하는 것.

불안하기보다 현재에 감사할 때 비로소 소비는 멈출 수 있다. 결국 저자의 소비 단식 여정은 현재를 더욱 충실히 살아가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나를 비롯해 함께 바디 프로필을 찍었던 팀원들은 6월 바디프로필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운동을 하고 일반식에서 폭식을 하지 않을 만큼 양을 조절하며 먹는다. 우리 몸의 줄이고 줄인 부분을 소중히 여겨 나가기 위해 항상 관리하고자 마음먹는다. 저자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고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카드 대금 0원이 되었고 그 과정 속에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니 두 번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을 읽으며 저자 뿐 아니라 나의 소비 패턴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해 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소비 중독에 걸린 이 사회에서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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