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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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독서가이며 실학자인 이덕무의 글과 역사평론가이자 고전 연구가인 한정주씨의 번역과 해석이 담긴 글이다. 

<문장의 온도>에 비친 이덕무의 글은 왠지 그의 고뇌가 느껴진다. 
조선 시대 양반의 핏줄임에도 서자의 신분으로 인하여 미래에 대해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덕무의 고뇌와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그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선귤당농소]에서의 사람들이 '편안한 삶'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우습다고 자조하는 듯한 이덕무의 글은 남들이 자신의 마음을 모른 채 쉽게 말하는 것에 대하여 서글픈 웃음을 짓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온다. 
또한 세상을 바꾸고 거역하고 싶어한 그의 마음은 이 잔인한 신분제도에 반기를 들고 싶어하던 그의 마음이 느껴져 이덕무의 고심과 절망이 얼마나 깊었는가를 보여준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덕무는 불평만 하는 대신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으로 자신을 발전시킨다. 여러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박물학에 박학다식하며 좁은 소견을 갖지 않기 위해 많이 읽고 배우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서자 신분에 자포자기할 수 있지만 자신을 다그치고 세워가려고 하는 이덕무의 의지가 아니였을까 생각된다. 

이덕무는 해답을 어린 아이에게서 찾았던 게 아닐까? 
어린 동생 종대의 꾸밈없는 모습과 해맑은 웃음소리에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진정성을 보게 된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혼탁해져가는 우리들이 아이들의 모습과 일상에서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했던 이덕무의 글은 처음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곱씹고 곱씹을수록 문장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건 그의 글이 수많은 고뇌와 수련에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좁고 편협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넓은 배움과 독서의 길을 행했던 사람이었기에 현재까지도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정 글을 쓰는 사람은 끝없는 수련과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덕무를 통해 깨닫는다. 

동방삭은 세상을 조롱한 사람이다. 영균은 세상에 분개한 사람이다. 
그들의 고심은 모두 눈물겹다고 하겠다.
슬픔이 닥쳤을 때는 사방을 돌아봐도 막막할 뿐이다. 
다행히 나는 두 눈을 지니고 있어 조금이나마 글자를 알고 있으므로, 손에 한 권의 책을 든 채 마음을 달래고 있노라면 무너진 마음이 약간이라도 안정이 된다.
모름지기 벗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책과 더불어 어울리면 된다.
최하등의 사람은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해 감추거나 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난을 호소하다가 가난에 짓눌려 끝내 가난의 노예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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