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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
김호연 지음 / 푸른숲 / 2025년 3월
평점 :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는 <불편한 편의점>으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김호연 작가의 에세이다.
김호연 작가. 우리는 그를 밀리언셀러라고 말한다.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이 사회에서, 더구나 소설의 쓸모가 적어지는 이 사회에서 밀리언셀러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그는 이번 에세이에서 그의 스페인 체류기를 이야기한다.
먼저 우리는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라는 책이 <불편한 편의점>을 쓰기 훨씬 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소설 <파우스터>를 펴냈지만 빠른 속도로 실패했음을 직감했으며 다시 그의 전 직장인 시나리오 작가로 생각을 하고 있던 시기였음을 밝힌다. 20년 차 전업 작가임에도 내일 앞을 모르는 삶은 그에게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계속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돈벌이가 되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 헤매이던 순간 그는 그의 운명을 바꿔 줄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발신자는 원주 토지문화재단의 K 사무국장.
스페인과 한국의 레지던시 교환작가에 선정되어 스페인의 레지던시에서 3개월간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교환 작가 지원서의 내용을 되살린다. 그가 쓴 내용은 한 가지였다.
<돈키호테>를 한국식으로 해석한 소설을 쓰고 싶다!
이 지원서가 받아들여졌으니 그의 스페인 여정은 <돈키호테>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1605년에 발표한 소설로 전세계에 사랑받는 고전문학이 아닌가. 또한 돈키호테는 무모한 도전으로 유명한 인물이 아닌가. 세르반테스의 고국 스페인에서 김호연 작가가 만나는 돈키호테는 과연 어떤 여정을 미칠 것인가. 그는 그만의 돈키호테를 만나기 위해 스페인으로 여정을 떠난다.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에서 작가는 스페인 곳곳을 누빈다. 미술관과 마요르 광장 등 여러 곳을 여행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가 만난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의 흔적들이다. 그래서 그가 가장 먼저 찾아 나선 곳은 스페인 광장의 '돈키호테와 산초'의 동상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광장에 도착했건만 공사로 가로막힌 녹색 천막이었다. 출간된 소설 <파우스터>도 잘 안 되었는데 처음 만난 돈키호테마저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니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김호연 작가는 이 기분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설가로서의 길을 접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스페인 체류는 하나의 가느다란 동아줄이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그의 기대처럼 여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상 하나 보는 것마저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그는 더욱 자신의 현실을 체감할 수 밖에 없다. 희망하지만 다다르기 힘든 현실. 꿈꾸지만 꿈꾸는 것도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현실이 더 커 보인다. 그렇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돈키호테는 도전의 아이콘이니까.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처럼 다음을 찾아 다시 떠나야 한다.
<돈키호테>를 쓴 김호연 작가는 세르반테스 생가가 있는 '세르반테스 길'에서 그의 '돈키호테'를 발견해나간다.

한순간의 실수로 도피 생활을 하게 되고 책을 냈지만 실패한 작가.
레판토 해전의 참전으로 잃은 왼 손과 5년간의 포로 생활. 세금 징수원으로 살다 감옥에 가게 되고 그 감옥에서 <돈키호테>를 썼지만 위작들이 판을 쳐 돈벌이가 되지 못했다. 그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 <돈키호테> 2편을 완성했지만 1년 뒤 세상을 떠난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자화상이었다.
그의 삶은 불가능의 연속이었으니까. 무모한 도전을 향해 가던 돈키호테처럼 세르반테스의 삶 또한 남들이 보기에 명예 회복이 불가능한 삶의 여정이었다.
세르반테스의 삶에서 김호연 작가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돈키호테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지."
김호연 작가에게 돈키호테는 바로 '소설로 먹고 사는 삶'이었다. 꿈을 가진 사람 모두에게는 그 과정 모두가 '돈키호테'이므로 어디에도 있고 꿈을 꾸지 않고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돈키호테'는 아무에도 없는 삶이었다.
세 편의 작품에 연이어 실패하고 출간이 될 지 안 될지도 모르는 '한국판 돈키호테'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스페인에 와 있는 지금 그의 행동을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지금 나의 돈키호테적인 행동은 무엇인가?
평생 읽고 쓰는 삶을 살기 위해, 일간 이슬아처럼 월간 윤종신처럼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메일로 <데일리 사라>를 발행한다. 열심히 외쳐도 구독자 한 명 모으기 힘든 이 시점에 나는 또한 질문하게 된다.
나의 행동이, 나의 꿈 또한 돈키호테적인 행동이 아닐까? 돈키호테처럼 너무 무모하고 이룰 수 없는 행동일까?
이루어지지 않으면 과연 무모한 것일까?
마드리드에서 알칼라 데 에나레스로 그리고 톨레도로 돈키호테의 여정을 쫓으며 그가 발견하는 건 바로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꿈을 찾아 가는 '로드 픽션'을 쓰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돈키호테가 산초와 함께 길을 떠나듯 우리 자신도 꿈과 희망이라는 여정 속에 있다는 것. 살아가는 한, 끝까지 그 자리에 내려오지 않는 한 우리의 로드 픽션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김호연 작가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통해 배운다.
김호연 작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돈키호테에 관한 소설을 바로 쓰지 못했다. 대신 그전에 쓰고 있던 <불편한 편의점> 원고를 계속 써서 완성했고 첫번째 책 <망원동 브라더스>의 출판사 대표와 연락이 닿아 출간할 수 있었다. 계속 써내려갔기에 그는 밀리언셀러 작가라는 기록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후속작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완성하고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에세이까지도 내는 전업작가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책의 뒤표지에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돈키호테'가 있다. >
나는 나의 돈키호테의 여정을 자꾸 멈추게 하지 않나를 자꾸 돌아보게 한다. 내가 꿈꾸는 한 나의 돈키호테적인 행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김호연 작가가 스페인에서 작가만의 돈키호테를 만났듯, 나 또한 그의 소설 속에서 나의 돈키호테를 만난다. 나의 로드 픽션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내 삶 속에 돈키호테의 여정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