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나라는 세계를 만드는 법
정지우 지음 / 마름모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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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좋은 삶으로 가는 여정에 관한 책이다. 



정지우 작가는 자신의 신념을 강의 식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자신의 삶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는 자기 계발에 가깝지만 저자의 삶이 깊게 녹여 있기에 에세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정지우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의 인스타그램 혹은 페이스북 SNS에서 나오는 그의 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글쓰기에 관한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읽고 부터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분명 글쓰기 책인데 글보다 삶을 더 말하는 부분. 글쓰기로 시작해서 좋은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글쓰기의 방법만을 나열해온 책들과 달랐다. 작가의 신간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목적을 말한다. 이 책은 '좋은 삶'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좋은 여정으로 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실패란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여정'뿐이다. 





정지우 작가는 자신이 실패한 것들을 나열한다. 소설가. 학자, 언론사 취업 등등.. 

그의 20대 삶 중에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삶인 소설가가 아닌 에세이 작가, 변호사, 강연 등은 전혀 꿈꿔보지 못했던 모습이였음을 이야기한다. 정지우 작가는 소설가가 되기 위하여 수많은 소설책을 읽었고 언론사에 취업하기 위하여 많은 문제집을 풀며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루지 못한 목표는 과연 헛것인가? 그 시간들은 모두 사라지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그 경험들이 저자의 새로운 출발에 보탬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수없이 썼던 문장들은 다른 종류의 작가가 되는 과정이고 언론사에 취업하기 위해 읽었던 칼럼들과 문제들은 지금 하는 강의나 문화평론가에 되어 주었다고 말한다. 하나의 삶에 충실했던 여정이 초기 목표에는 실패했을지라도 다음의 시작점으로 가는 '여정'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니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당장 성공을 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정' 자체를 버거워한다. 왜 그럴까? 그건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넘어 '실패'="끝"이라는 여정을 찾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내가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건 아이들 출산 후부터였듯 싶다. 

인플루언서를 꿈꾸었지만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나만의 콘텐츠를 위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가 너무 버거워서 한 달 종료 후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한 서평단을 보며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지만 정작 머리에 남는 책은 소수의 몇 권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실패한 것일까? 정지우 작가의 여정에 나를 대입해본다. 닥치고 책읽기는 나의 사고를 폭넓혀주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수없이 썼던 글들은 지금의 내가 매일 써내는 글들의 글감들이 되어주고 있다. 독서모임에서 남을 능숙하게 이끌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글을 쓰는 게 나의 강점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실패'한다는 건 결국 '진짜 나에게 어울리는 과정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작가의 말이 맞다. 


나의 시간을  써서 돈이 아닌 무엇을 쌓아왔는지, 또 쌓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의 글은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불러온다. 


"돈이 없어도 내게 남는 것들이 있는가?" 


그 말은 결국 돈을 제외하고 나를 정의할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 생각해본다. 


돈만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들은 돈을 잃는다면 남는 게 없는 공허한 사람으로 남을 뿐이다. 하지만 돈 이외에 가족과의 추억을 쌓는다면 그 사람에게는 '가족'이 남을 것이다. 혹은 '그림'을 그려온 사람이라면 '그림'으로 남을 것이며 그 힘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나는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책 읽는 시간'들이 내게 남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심한 우울증과 부부 불화 속에서 내가 나만의 동굴에서 서평 쓰기 위해 읽어 나갔던 시간들. 그 시간들과 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잇다.그리고 그 책을 읽는 습관들이 내가 실패했던 순간마다 다시 책을 찾는 초심으로 나를 불러들였다. 이 시간들이 고명환씨처럼 혹은 김소영씨처럼 확 뜨게는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실패의 순간들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여러 괴로움은 '타인들의 가치관'에서 오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오히려 내게 더 어울리는 가치관에 몰입하면서, 나와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을 계속 찾고 함께 하는 일이다. 219p



 

가끔씩 남편은 내게 말한다. 그깟 '소설책' 읽어서 뭐하냐고. 돈이 되는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재테크와 경제 관련 서적 이외 소설 읽기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남편의 가치관과 주위 온통 성공하기 위한 열풍을 보면서 나는 과연 이 시간들이 시간 낭비인 것인가 생각할 때가 많다.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 나의 행위는 시간 낭비처럼 보이고 쓸모없는 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분위기에 이끌려 여러 모임을 들어가지만 결국 나를 나답게 해 주는 건 내가 좋아하는 행위들을 할 때임을 깨닫는다. 남이 시켜서가 아닌 내가 자발적으로 읽고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때 온전히 나 다움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위에는 나를 방해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정지우 작가는 '동료'를 찾아 나설 것을 요구한다. 소수의 동료들이더라도 자신의 것들을 함께 지켜나갈 때 그 세계가 비로소 조금씩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를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처음 말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자문해본다. 그건 바로 온전한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이였다. 돈이나 주위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취향이나 태도를 쌓아 나만의 삶, 나만의 가치관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삶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 그 여정 자체를 즐겁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법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취향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가진 것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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