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편지 가게 글월>에 수록된 편지에 답장을 쓰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첫 번째 보내야 할 답장은 바로 '그림 그리는 돌고래'님의 질문에 대한 답장. 



익명님은 자기 자신을 잘 용서하는 사람인가요? 

혹시 자기를 용서하는 방법을 알고 계시면 답장 부탁드려요. 


<편지 가게 글월>


어떤 답장을 써야 할까 고민해 보았다.

이 지면을 빌어 나는 내 답을 써내려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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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돌고래님.

돌고래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아마 제가 4,5년 전이었다면 저는 제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을 것 같아요. 예전이었다면 매번 계획에 실패한 제 자신을 탓하고 이것밖에 해 내지 못한 저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자신을 더 다그치며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채찍질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저도 이제 중년이 되고보니 자기 자신에게 모질 게 대할 수 있는 것도 젊은 시절의 특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젊은 시절에는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다그치고 원망해도 다시 시작할 시간이 많이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이게 시간이 주는 유일한 선물일까요?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소설책이 있어요.

김이설 작가의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라는 소설책인데 그 책에서는 49세의 세 명의 대학 동창들이 나옵니다.










이 소설에서는 50으로 접어드는 중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대요

그 중의 한 문장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하여간 그렇대. 우리 나이가 한참 늙느라 바쁜 나이래.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면서 고장 나는 데 생기고

마음은 공허하고 살아 뭣하나 싶은 나이라는 건데

그게 당연한 마음이라는 거니까 너무 난감해 하지마.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이 문장을 보면서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요...

40대가 되면서 확실하게 느끼는 건 용서하는 방법을 알기 떄문에 용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용서하며 스스로를 달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서하지 못하며 버티는 시간도 너무 아깝고 소중하니까요..

그러므로 제가 그림 그리는 돌고래님께 드리고 싶은 건 지금은 이해 안 되시겠지만 용서하지 못해 힘든 지금의 마음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래요.

자신을 다그칠 수 있는 것도, 용서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것도 모두 꿈꿀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떄문에 가능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림 그리는 돌고래님은 이렇게 질문하시겠죠?

저절로 용서가 되냐고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나이를 떠나 후회와 원망 등 인간의 감정은 똑같으니까요.

여전히 인간은 흔들리고 힘들어하는 갈대니까요.

나태주 시인님의 < 나태주의 행복수업>의 한 문장을 말씀드릴게요.











오그라드는 대로 두세요. 그러면 오히려 떨리지 않아.

그런데 그걸 자꾸 막으면 머리가 하얘지지.

떨리는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투른 나를 자연스럽게,

떨리는 게 못난 게아니에요. 본질이지.


<나태주의 행복수업>


애써 마음을 다그치지 않고 그저 내 마음을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마음이 힘들구나...

내 마음이 지쳤구나...

내가 떨리고 있구나...

강하다고 다그치게 되면 될 수록 내 마음이 더 힘들더라구요.

내 마음을 살살 달래주고 공감해주면서 인정하는 게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겠죠.

저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편지도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편지가 그림 그리는 돌고래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그 마음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래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2024.06.03

From. 자유롭고 싶은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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