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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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떠오르는 대사가 있다. 


영화에서 김지영이 임신하기 전 남편이 김지영에게 '내 아이를 낳아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남편은 아이만 낳아주면 집안일도 도와주고 뭐든 할 수 있다며 변하는 게 없을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그런 남편을 보며 김지영은 말한다. 


"그런데 왜 나는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이 바뀔 것만 같지?" 


아이를 낳으면 남성들의 세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의 삶은 전방위적으로 바뀌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되는 세계라서 매우 공감이 되어 아직까지 그 대사는 잊혀지지 않는다. 


레이철 요더의 소설 『나이트 비치』의 소설은 바로 엄마가 되어 세상이 바뀌게 되는 그 부분을 극대화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살 배기 아이를 둔 엄마, 그녀의 남편은 항상 바쁘다. 평일에는 항상 출장을 가고 주말에만 돌아온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평일에는 온종일 혼자서 아이를 돌보고 주말에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과 함께 또 육아를 한다. 


한 때 잘 나가는 예술가였던 엄마, 그녀가 워킹맘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지 않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처절하게 노력했다. 하지만 야근도 잦은 예술가의 세계, 손을 많이 타는 아이에 대한 양육을 홀로 부담하다 결국 전업주부의 삶을 책임진다. 


 『나이트 비치』에서 여자의 일상이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아침에 일어나고 아이와 함께 하며 산책을 하거나 잠을 재우는 일상들이 여자의 심리와 함께 그려진다. 그런데 그 심리를 나타내는 부분이 매우 적확하다. 마치 쌍둥이육아로 힘들었을 때의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모성에 짓눌린 돌봄육아의 어려움을 대변해준다.



평일 내내 바깥에서 지내고 돌아와 주말에만 잠깐 돌봐주는 남편. 

나쁜 남편은 아니지만 잠깐 보는 집안 상태로 판단하며 아내의 가사와 육아에 무심한 남편. 

남편 뿐만이 아니었다.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세상의 시선과 별다를 게 없었다. 


남편은 집에 있으니 너만의 계획을 가지고 프로젝트등을 하라고 하고 

세상은 힘든 일이니 당연한 거라고 주입시키는 모성의 세계. 

그 사이에서 여성은 아이와 함께 밤에 변신하는 '개' 가 되어가며 묵혀있던 모든 욕망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나이트 비치』에서 저자 레이철 요다는 왜 여자와 아이를 '개'로 변신하게 했을까? 

왜 '개'로 변신하면서까지 여자에게 숨겨진 욕망을 표출하게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을 주인공 여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자는 엄마가 되는 순간 세상에 의해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요구받는다. 

엄마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일하는 여성으로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하게 한다. 참아내야 한다.  세상이 완벽한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며 엄마의 행복한 삶을 살도록 변신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세상이 지워진 '변신'이 아닌 다른 여성들, 엄마들에게 이 프레임에 질문을 하며 또 다시 스스로 변신해야 함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자신의 '자아'를 지킬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서 작가 레이철 요더는 주인공이 '나이트 비치'가 되도록 변신을 허락했다. 그 변신 속에 여자는 조금씩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며 다른 엄마들과도 연대를 내민다. 


 『나이트 비치』 는 레이철 요더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집필하여서 엄마들의 삶에 대해 매우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소설을 읽노라면 주인공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남녀평등지수가 높은 미국이라도 모성과 돌봄노동에 대해서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는 현실이 한국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해 주며 또 한편 여성은 또 다시 변하지 않으면 결국 이 무거운 짐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생각하게도 해 준다. 


단순한 모성이라는 신화만을 그린 소설이 아닌 개로 변신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해나가는  소설 『나이트 비치』  속에서 개로 변신하는 과정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개가 되어서 조금씩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돌봄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보일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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