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글을 올리다보면 조회수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조회수는 내 노력과 비례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과연 계속 글을 써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내 글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평소에는 내 글을 잘 보지 않던 동생이 이런 날은 귀신같이 알고 전화를 해 왔다.
"언니, 미안한데 내가 잔소리를 좀 해야겠어.
언니 글에 왜 평가를 받고 싶어해? 언니 글이니까 쓰면 되지 평가가 뭐가 중요해?"
동생의 잔소리를 듣고 보니 정신이 확 들었다.
어차피 내 글의 목적이 계속 쓰는 것이었는데 조회수에 떠밀려 내 글의 목적이 주객전도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전 구글러 출신 정김경숙님의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을 쓴 에세이 《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봅시다》를 읽던 중 '정체성'에 대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40세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15년째 영어를 배우고 있는 정김경숙님.
그 분은 이제 더 이상 구글출신이 아니다. 경력이 좋아 여러 곳에서 이직 제안을 받지만 그 제안들을 거절하고 미국에 남아 여러 직업을 경험하고 있다.
스타벅스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마트 종업원, 우버 기사로도 일한다.
그래도 명색이 구글 출신이고 50이 넘은 나이에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하는 이유는 '영어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있었기 떄문이다.
저의 정체성을 '영어 하는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정김경숙님은 영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단 한 가지로 정했다.
"영어 하는 사람"
수많은 업무 가운데서도 늘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영어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했고 늘 영어를 가까이 하며 영어를 손에 놓지 않았다. 상황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정한 정체성에 맞게 행동했을 뿐이었다.
'영어 하는 나'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에게
영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함없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분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피곤하다고 해서, 새해라고 해서, 휴일이라고 해서 결심하거나 쉬거나 하는 게 없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변함없이 하는 사람이 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니 구글에서 나왔다고 해서 영어 공부를 중단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이제 다양한 사람의 영어를 들어보겠다는 목적에 공부 방향을 틀어 다른 방식의 영어공부를 하게 된 것 뿐이었다.
정김경숙님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이 '상황'이 변수가 되지 않았다.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니 상황에 개의치 않고 영어 공부를 해나가는 게 중요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조회수가 적다고 글을 쓰지 않는다면 내가 매일 글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포기해버린다면 과연 나는 글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작가란 무엇인가?
책을 출간해서 작가가 아닌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이다.
그러므로 내 안에서도 나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가기로 했다.
'매일 글 쓰는 사람'
'매일 읽는 사람'
이 정체성에 어떤 변명을 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정했으니 이 정체성에 충실하기로 한다.
저는 매일 글을 쓰고 읽는 사람입니다.
이 정체성을 끝까지 놓지 않고 붙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