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이 책을 알기 위해서는 프롤로그를 꼭 읽어야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존경하는 스승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조사한 걸 토대로 책을 써서 두 번째 책을 써서 대성공을 이룬 마커스 골드먼.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해리 쿼버트가 정말 그런 짓을 저질렀습니까? " 


이 질문에 대해서 짐작한다. 해리 쿼버트가 바로 범인이겠구나. 이 책은 해리 쿼버트가 어떻게 살인을 했는지 밝혀내겠구나 라는 걸 짐작케 한다.  해리 쿼버트. 그가 저지른 일은 어떤 사건인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시작하는 부분이면 챕터가 1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은 31부터 시작되어있다. 

스승인 해리 쿼버트가 제자 마커스 골드먼에게 책과 글쓰기에 대해 권하는 부분인데 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임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떤 결론부터 보여주는가? 


바로 해리 쿼버트의 정원에서 33년 전에 죽은 15세 소녀 놀라 켈러건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그 유골에는 해리 쿼버트를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주었던 소설 <악의 기원> 원고가 함께 묻혀 있다. 


해리 쿼버트 교수의 개인 저택 정원에 묻힌 유골, 

자신의 대표작인 <악의 기원> 원고,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해리 쿼버트는 살인 용의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모든 사실이 해리 쿼버트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30대의 무명 작가와 15세 소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악의 원고>가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해리 쿼버트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며 공격했다. 


이 사실에 믿을 수 없던 마커스 골드먼은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이 책은 두 권의 긴 이야기로 나눠져 있지만 읽을수록 양파껍질을 벗기듯 매번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게 한다. 


작은 오로라 마을인 만큼 죽은 소녀 놀라 켈러건은 모든 사람과 엮어 있다. 

<클락스 식당>의 주인 가족, 해리 쿼버트 저택 주인, 오로라 경찰서, 친구 등등 이들이 들러주는 증언은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모습이 나오며 과연 이 소녀는 다른 누군가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 맞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 사람의 증언이 앞서 이 사건에 대해 말했던 사람의 증언에 대해 반전을 하게 되는 형식이다. 

사건을 추리해 갈수록 이 사건에 대한 용의자들이 좁혀져 가는 게 아닌 점점  확대되어간다.

이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한 가지 의심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 동네 사람들 모두 한통속이 되어서 소녀를 죽인 게 아닐까?" 


의심 가지 않는 사람이 없는 이 상황은 2권째에서도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 또 다른 의문점은 바로 왜 해리 쿼버트는 자신과 놀라 켈러건의 사랑을 쓴 책 제목을 <악의 기원>으로 정했을까? 


분명 소설은 금지되었기에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건만 이 사랑을 악의 기원이라 했는가. 

제목대로라면 해리 쿼버트가 소녀를 죽인 피해자가 되어야 마땅해야 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이 질문을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왜 해리 쿼버트는 자신의 소설을 <악의 기원>이라고 지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설명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이 소설은 모든 사람들이 놀라 켈러건을 죽인 범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각자 다른 누군가에게 악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악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뿐 결국 가장 잔혹한 살인이라는 악의 형태를 통해 또 다른 작은 악들이 드러나게 됨을 보여준다.


그래서 소설은 말한다. 


이  사건은 1957년 8월 30일에 있던 이야기일 수 있고  1960년대 또는 1964년, 1975년에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하는 건 각자의 작은 악들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였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는 몇몇을 제외하곤 많은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꾸기를 원했다. 

악의 기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 그 인물들은 자신들이 잘 살아왔다고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결국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책에서 해리 쿼버트는 작가들의 파라다이스를 말한다. 

작가가 이야기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곳. 


어떻게해야 그 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해리 쿼버트의 질문에 마커스 골드먼은 이미 일어난 과거를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리 쿼버트는 말한다. 


그야 물론이지만 현재를 바꿀 수 있어. 



현재를 바꾸라는 건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악을 정정당당하게 고백했더라면, 또는 사건이 밝혀질 때 자수했더라면 결말을 다르게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러므로 현재를 바꿀 때 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노라고 말이다.  


프랑스에서 조엘 디케르 현상을 이끌어내며 600만 부 판매한 베스트셀러이자 다수의 상을 수상한 소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 소설을 읽고 글을 쓰면서 가장 리뷰 쓰기가 힘든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바로 책에서 소개한 글쓰기의 비법대로 나는 과연 쓰고 있나 여러 번 곱씹게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의를 토대로 하며 이 책이야말로 좋은 글쓰기의 표본임을 말하고 있는 듯한 조엘 디케르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의 자신감 답게 두 권의 이야기가 매 장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