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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지음 / 부키 / 2024년 3월
평점 :
2021년 GM이 떠난 빈 중소도시의 쇠퇴를 취재한 르포 《실직도시》가 출간되었었다.
한때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의 공장이 세워지며 많은 노동자들이 유입되었지만 경기의 쇠퇴와 함께 중공업이 문을 닫고 지엠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며 군산은 급격하게 쇠퇴의 길을 걷는다. 기업과 공장이 사라지자 사람들도 떠나가고 남은 몇몇의 사람들만 예전의 활기를 그리워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4년, 이제는 다른 도시를 쓴 르포가 출간되었다.
2021년 군산에 대한 르포보다 심각하다. 2024년도에는 불안한 울산의 미래를 예측한 르포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이다.
울산이 어디인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석유 화학등 대기업의 제조업 시설이 한 곳에 밀집된 공간이다. 그런데 왜 저자 양승훈 교수는 '울산'을 디스토피아로 말했을까?
아직까지 전국 2위의 GDP를 기록하고 있는 울산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강조하며 울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을까?
지역 경제가 살고 비슷한 중산층들이 살아날 수 있는 해결책.
그 답을 전형적으로 갖고 있는 도시의 표본이 바로 '울산'이다. 대기업 공장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높은 임금을 받으며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탄탄한 제조업이 밑바탕이 되고 있었다.
평생 굳건할 건만 같았던 '울산'이 왜 불안한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21년 출간되었던 《실직도시》가 도움이 된다. (저자는 다르다).
군산은 왜 한 순간에 쇠퇴하고 말았는가? 방준호 기자가 쓴 <실직도시>에서 군산의 역할이 바로 '지엠'의 생산기지였기 떄문이라고 말한다.
지역이 대기업 생산 기지만 가지고 성장하는 모델은 10년짜리라고 봐요.
자동차도 조선도 결국 산업 사이클이 있고, 하강기에 접어들면
의사 결정 기구 같은 핵심적인 기능이 없는 지역 생산 기지부터 잘려 나가죠.
<실직도시> 중에서
군산은 미국 지엠회사의 '생산 기지'일 뿐이었다.
한때 호황기를 누릴 때에는 여러 곳에 투자를 하며 공장을 세우지만 불황기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축소되는 부분은 '핵심 기지'가 없는 '생산 기지' 즉 공장부터 가장 먼저 철수한다.
지엠 또한 사업이 어려워지며 물건만 만들어내는 군산의 공장을 가장 먼저 철수했다.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의 저자 양승훈 교수는 왜 울산이 바로 군산과 같은 이 전철을 밟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용어를 바로 '구상과 실행의 분리'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자동차나 선박을 구상하는 엔지니어들이 현장중심주의라서 공장과 밀접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구상하는 엔지니어가 있는 연구소는 수도권으로 옮겨오고 울산은 이제 공장만 있는 즉 '생산기지'만 덜렁 남아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점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공장마저 수도권으로 이전할 수 있는 현실.
이 공장마저 없게 되면 울산의 경제가 몰락하는 건 한순간임을 이미 앞선 군산의 예에서 우리는 볼 수 있다.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에서는 울산의 미래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성, 생산직, 대기업 정규직
이 세 가지는 이제까지 울산 경제를 떠받들며 많은 노동자를 중산층으로 만들어 준 키워드였다.
공장이기에 대부분의 노동자가 남성직이며 대기업 정규직으로 생산직에서 근무하는 도시.
그들을 중산층으로 만들게 한 이 세 가지가 이제 역으로 울산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공장은 많지만 그 외 일자리가 없는 도시.
여성의 일자리가 없으니 부산이나 수도권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여성들.
대기업 정규직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주 노동자로 대체되며 점점 좁아지는 청년 취업률.
막을 수 없는 수도권 집중 현상과 날로 변해가는 국제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울산의 현실을 암울하게 전망한다.
수도권 집중현상과 국제 추세는 막을 수 없으니 이제 울산의 쇠퇴는 막을 수 없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 하지만 문제를 안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울산을 강하게 막아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들의 리그를 강하게 지키며 정규직 자리에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갈 수 있도록 변화하고 공장만 모아 있는 제조업 중심에서 '구상과 실행'의 공간이 함께 할 수 있는 연구 시설의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소가 떨어져 있는 생산기지는 결국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기에 지속 가능한 제조업으로 되기 위한 엔지니어링 클러스터를 만들고 부산,울산, 경남등 함께 동남권이 함께 연대해야 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과연 실현가능한가?
대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실을 막기는 힘들다. 엔지니어링이 있는 연구소를 만드는 것 또한 대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부산,경남, 울산등의 연대도 각 지자체의 이해 관계로 실현되기 어렵다.
지자체, 정부, 기업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하는 이 과정은 잘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복잡하지만 지역 소멸되어 가는 이 현실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숙제임을 말한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울산'이 부러웠다.
이제 지역이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는 이 시대에 지역도시의 미래를 누군가가 걱정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있기 떄문이었다. 또한 아직까지 대기업의 공장들이 굳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나마 울산에서는 해결해나갈 미래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2021년 군산의 암울한 현실이 점점 퍼져가며 이제는 울산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실직도시》를 다시 펼쳐들었다.
그리고 이 군산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우리는 이미 군산의 현실을 보았음에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울산의 현실을 보며 군산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기는 커녕 후퇴하는 한국의 현실을 보게 된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위기 의식. 지역이 소멸하는 걸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의 사회는 더욱 큰 재난의 쓰나미로 다가올 것임을 저자는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에서 말한다.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나만 아니면 괜찮은가?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의 진지한 고민과 해결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