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책을 멀리했다. 왜냐고? 책을 읽지 않고도 즐길 거리가 도처에 널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건 아이를 낳고부터였다. 육아로 예전과 같이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했던 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유일한 행동은 바로 독서였다. 유일하게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활동은 책이었다.

그렇다면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나와 같이 출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책이 하나의 출구가 되어준다.

책을 찾는 또 하나의 부류가 있다. 바로 새로운 출발을 원하는 사람들이 답을 찾기 위해서 책을 찾는다. 즉 사람들의 인생에 구명줄이 필요할 때 책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동아줄이 되어준다.

앤서니 도어의 소설 『클라우드와 쿠쿠랜드』또한 한 권의 책이 시대를 초월한 다섯 명에게 동아줄이 되어주는 소설이다.

『클라우드와 쿠쿠랜드』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나온다.

15세기 콘스탄티노플의 고아 소녀 안나와 불가리아에서 언청이로 태어난 오메이르,

한국 전쟁에도 참전했던 이제는 80대의 동성애자 노인인 지노,

유일한 동물 친구 올빼미를 토지개발업자에게 빼앗기고 분노하는 자폐스펙트럼 소년 시모어

22세기 위험한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제2의 터전을 찾아 다니는 콘스턴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회의 비주류에 속한 자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살던 시대에 무시당하기 쉬웠더 이 다섯 명에게 한 권의 책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이야기를 읽는 건

작은 낙원을 짓는 것과 같으니,

이 쪽방 안에서 황동색으로, 과실과 포도주와 함께 빛난다.

 

나는 이 문장이 『클라우드와 쿠쿠랜드』의 방대한 내용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한 문장을 풀어나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비주류로 사는 이들에게 현실은 암울하기만 했다. 안나는 유일한 보호자이자 가족인 언니 마리아가 주인의 폭력으로 건강을 잃게 되고 언청이 오메이르는 장애로 인해 숲 속 깊은 마을로 쫓기듯 살아가야 한다. 동성애자인 지노는 어떤가. 그들은 그 당시 사회에서 불경한 존재들이었다. 없는 듯이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 이야기를 만난다. 그리고 꿈을 꾼다. <클라우드 쿠쿠 랜드>의 아이톤처럼 몽상을 하며 그 곳을 찾아 나선다. 이 다섯 명에게도 현실 속에서 버티게 하는 그 중심에는 하나의 책이 있었다. 이야기를 읽는 건 결국 자신들의 마음 속에 낙원을 심고 꿈을 꾸게 하는 것이었다.

결국 『클라우드와 쿠쿠랜드』는 책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지 묻는 책이다.

이 다섯 명의 인생에서 책이 하나의 동아줄이었다면 지금의 우리에게 책은 그저 필수품으로 되는지 아니면 진짜 당신은 저들처럼 책이 인생을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저 책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문,

또 다른 장소와 시간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란다.

네 앞에는 창창한 삶이 펼쳐져 있어.

그리고 앞으로 넌 오늘 본 것을 평생 누리게 될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니,

어떻게 생각하니?

 

다섯 명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는 책이었다. 이 책이 그들을 해피엔딩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안나의 경우 책으로 인해 언니 마리아를 잃어야만 했다.

하지만 외로웠던 그들에게 다가왔던 건 바로 책이었고 책은 그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이 다섯 명의 여정을 읽다보며 과연 내가 다시 책을 만났을 때를 떠오르게 한다.

이 여정이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긴 여정이지만 다섯 명의 인물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두고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될 것 같다.

다시 한 번 이야기의 힘을 믿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