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그녀들 일본문학 컬렉션 2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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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못지않게 가부장적인 사회를 꼽는다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하고 여성의 순종이 강조되는 보수적인 사회이다. 한국 또한 여성의 위치가 많이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일본 또한 마찬가지이다. 근대의 일본은 더 할 나위 없어 여성의 순종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그 당시에 여성의 불륜도 사회적 지위도 꿈꿀 수 없었다. 생각 없이 따를 의무만 강조되던 시기, 여성의 삶을 고민했던 근대 시기의 일본 여성작가들이 글로서 반란을 꿈꾼다. 바로 《발칙한 그녀들》이다.

《발칙한 그녀들》에는 9편의 단편소설과 각 작품 해설과 작가 소개가 수록되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전쟁의 조짐이 보이거나 때로는 전쟁 중 변화의 움직임이 한참이던 근대의 시기를 주로 담고 있는 이 작품들은 여러 여성들의 삶을 담고 있다.

다정한 남편이 있지만 결혼 전 연인과 몰래 만나는 리쓰, 부모님에게 떠밀려 강제 결혼했으나 뒤늦게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결혼 반지의 알을 깨버린 여성 '나', 여성의 삶을 존중해주는 남편을 만났지만 끝내 아내와 엄마라는 벽에 부딪히는 닛토 등 다양한 여성들이 소개된다.

소설 속 여성들에게는 다양한 배경이 있다. 부유한 여성도 있고 생활고로 남편과 힘들게 생활해야 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아내의 뜻을 적극 지지해주는 남편도 있다. 이들의 배경은 다르지만 동일한 건, 그 당시 여성들에게 결혼은 선택의 자유가 없었다는 점이다. 부모에 의해 정해지고 여성의 생각은 열외되었다는 점. 이혼마저 쉽지 않았고 꾹 참고 살아야만 했던 그 당시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불륜과 깨진 반지를 끼고 다니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였다. 무엇보다 이 소설들의 발칙한 행위에는 작가들의 경험이 녹아 있어 단지 소설 속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근대 시절에도 여성의 자유를 꿈꾸는 여성작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9편의 단편 중 하나를 꼽는다면 <그녀의 생활>을 꼽을 수 있다. 결혼한 여성들의 삶이 불행해 보여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던 마사코가 운명의 남자 닛타를 만나 결국 결혼하게 되고 자신의 작품 활동과 결혼생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조금씩 조금씩 가사와 엄마라는 벽에 부딪히며 마사코의 꿈이 좌절되어가는 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아내 마사코를 적극 지지해주겠다고 하지만 정작 마사코의 희생에 편안함을 느끼는 남편 닛타의 이기심, 마사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주저앉는 모습이 지금 현대 사회까지 계속되는 듯해 더욱 안타깝게 한다.

누군가는 이 소설들의 인물의 행동이 전혀 발칙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당시 틀을 깬다는 게 가문의 수치로 여겨졌던 그 당시 깨어 있는 여성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작품들의 여성의 삶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또한 지금의 여성의 삶이 과연 그 때보다 더 나아졌는가라는 진지한 물음 앞에 직면하게 한다. 어쩌면 그 당시 작가들이 그 떄 당시 꿈꾸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을 꿈꾸는 발칙한 생각을 하고 글을 써나갔기 때문에 여성들의 삶은 느리지만 한 발자국씩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에게 안주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발칙한 그녀들을 생각하고 꿈꿀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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