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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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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왓챠에서 미드 <빅 리틀 라이즈>의 원작이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한 이 드라마는 재혼가정이 겪는 어려움,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진 드라마를 보며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가진 엄마들이 연대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고 원작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허즈번드 시크릿>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커져 버린 사소한 거짓말> 등 드라마로도 제작될 만큼 자신의 입지를 구축한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소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의 주인공은 나이가 들어 운영하던 테니스장을 접고 단 둘이 살아가는 스탠과 조이 델라니 부부이다. 테니스 선수로 만나 결혼한 이 부부는 두 아들 로건과 트로이, 딸 에이미와 브룩 네 남매 중 하나라도 자신의 뒤를 이어 테니스 선수가 되기 바랬지만 자식 농사는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일찌감치 부모와 테니스를 떠나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자식들 또한 각자의 인생이 있고 스탠과 조이는 자녀들의 선택을 존중하니까. 단지 바램이 있다면 이제 자녀들이 손주 좀 안겨주었으면 하는 평범한 할머니의 소원이랄까.
소설은 조이가 아이들에게 잠시 떠난다는 이상한 문자를 남기고 잠적해버리며 일이 시작된다. 핸드폰은 침대 밑바닥에 떨어진 채로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가 버린 69세 엄마 조이가 일주일 넘게 연락이 없자 네 자녀 모두 조금씩 조바심이 난다. 엄마 조이가 떠나기 전 아빠 스탠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도 의심스럽고 스탠은 아내 조이의 부재를 그리 걱정하지 않는 듯해 의아하기만 하다. 과연 스탠과 조이 부부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걸까?
참다 못한 자녀들이 경찰에 엄마 실종 사고를 내고 경찰 크리스티나 경사는 스탠과 조이 부부 사이에서 있었던 1년 전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본격적인 사건을 추리해나가고 조이의 실종 사건 중심에 한밤 중 초라한 모습으로 부부의 집의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한 사반나라는 여성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생판 모르는 부부의 집에 도움을 청하며 머물게 된 사반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남편이 하는 테니스장의 실질적인 운영자였던 조이가 왜 모르는 낯선 방문객인 사반나에게 이토록 친절을 베풀까.
과연 사반나가 조이의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 궁금중은 더욱 뚜렷해진다.
조이의 실종 사건의 용의자가 남편 스탠으로 좁혀지며 사건의 진실이 더욱 미궁에 빠져 있는 가운데 슬며시 드러나는 부부 사이의 숨겨진 진실. 그리고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아내 조이의 숨겨진 감정, 노년이 되며 변하는 부부 관계와 자녀관계 등의 여러 갈등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69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내 조이가 왜 낯선 사반나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는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후반부에서는 조이의 상황에 공감하며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완벽한 가정이라고만 생각했던 스탠과 조이 부부. 문제가 없을 수 없다. 그 문제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잘못을 헤쳐나가는 것 또한 서로의 의지에 있음을 이 소설은 알게 해 준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조금 힘이 빠져 아쉽기도 한다. 하지만 그 후반부에서 변화되는 이 부부와 가정의 변화가 읽는 이의 마음을 뿌듯하게 해 준다.
왜 저자 리안 모리아티는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제목을 정했을까? 그건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완벽한 가정은 없다. 단지 그렇게 생각할 뿐.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부부의 관계. 특히 여성이자 엄마의 자리에 서 있는 조이의 마음이 공감이 가면서 읽을 수 있어 두꺼운 분량이지만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