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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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는 이 한 문장으로 말할 것이다.

SF소설처럼 먼 미래의 역동적인 느낌이 아닌 커다란 집에 나 '피라네시'와 '나머지 사람'만 있는 커다란 집을 홀로 살아가는 이 이야기는 처음에는 그리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없이 큰 집에 사는 피라네시. 그 집에는 수십개의 조각상이 있고 조수가 들이닥치며 새들이 많은 곳이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고 조수가 언제 방안에 들어오는지 파악하며 살아가는 이 집은 읽는 독자에게는 황량하고 섬뜩한 공간이지만 피라네시에게는 아름답고 무한히 자애로운 공간이다.

"집은 헤아릴 수 없이 아름답고, 무한히 자애롭다."

피라네시라는 이름은 이 집에 사는 '나머지 사람'이 지어준 이름이다. 일주일에 단 두 번만 만날 수 있는 그는 피라네시를 만날 때마다 엄청난 지식을 얻기 위한 의식을 행한다. 이 집에서 유일한 인간이였기에 피라네시는 '나머지 사람'을 따르고 의지한다.

《피라네시》는 이 커다란 집을 탐험하는 주인공의 여정에 대한 상상의 여백이 대단한 작품이다. 집, 새들, 조수, 조각상 등 책에 묘사되는 장면을 따라 나 또한 방 하나하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물고기를 잡는 피라네시, 새들에게 말을 거는 주인공, 숨겨진 사람들, 뼈만 남은 알코브 사람들 저자는 정확히 그리기보다 독자에게 상상하도록 한다. 그 집을 오르내리며 이야기가 읽는 이의 눈 앞에 펼쳐지게 한다.

소설은 그렇게 주인공의 여정을 잔잔하게 보여주다 이 집에 '나머지 사람' 이외 16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야기는 급반전을 한다. '피라네시'라고 불러진 주인공 '나'의 정체도, 그리고 '나머지 사람'이 '나'를 통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며 이제까지 있었던 '나'의 일기에 이 반전에 대한 힌트가 있었음을 알게 한다.

《피라네시》의 저자 수재나 클라크는 병상에서 자신이 누워 있는 방 안에서 이 거대한 스토리를 생각했다고 한다. 비록 거동이 힘들지만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몸을 회복해나갔다고 한다.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피라네시》의 주인공이 왜 이토록 큰 집에 외로이 있으면서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같은 처지의 모습 속에서 결국 자유를 얻는 주인공을 통해 저자는 희망을 꿈꾸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소설은 초반의 당혹스러움을 잘 이겨내야한다. 앞서 말했듯 《피라네시》에 나오는 수많은 방, 조각상, 새, 물고기 등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계속 상상해야 한다. 그 상상 속에 비로소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김보영 작가가 며칠이나 시각적인 환영에 빠져 있었다라는 추천사의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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