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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평점 :

강남구 역삼동에 테헤란로가 있다. 1977년 서울특별시와 이란의 수도 테헤란시의 자매 결연을 기념하여 가로명으로 붙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 때 자매 결연하에 다른 나라의 도시명을 붙여 명명할 정도로 친밀했던 관계가 이제는 누구보다 어색한 관계가 되었다. 위험한 나라로만 인지되고 있는 나라 이란. 과연 우리와는 그 이상 그 이하 관계도 아닐까?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는 <김의 나라>로 유명한 이상훈 작가의 역사적인 고증과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탄생한 작품이다. 영국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쿠쉬나메>에 기록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이야기에 착안하여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였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교차한다. 다큐멘터리PD 희석은 할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조상이 페르시아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듣게 된다 누구나 집안의 이력을 잊고 싶지 않은 법. 할아버지는 희석에게 신신당부한다. 페르시아 제국 왕자의 후손임을 잊지 말라고.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을 주변에서는 우스개 소리로 치부한다.
아버지를 따라 잠시 머물던 이란에서의 따뜻한 경험이 있던 희석은 이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지만 쉽지 않다. 마침 이란에서 한국 선박 나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고 학교 선배 현철로부터 <쿠쉬나메> 기록이 영국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음을 알며 그 역사를 추적해간다.
소설은 한 편의 구전이라고 하지만 역사상으로 실존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이 처음 만난 바실라 (신라)의 화랑 죽지랑,
당나라의 고종과 측천무후, 의상대사와 원효대사, 신라의 문무왕과 요석공주와 설총..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이 당나라에서 신라로 피난오며 신라의 프라랑 공주를 만나 결혼하기까지 실제 사건들과 작가의 상상력이 촘촘히 얽혀 역사의 진위를 알 수 없다.
다만 이 이야기를 단순히 허구라고 하기에는 책 뒷부분에 수록된 사진들인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벽화와 <쿠쉬나메> 이야기와 함께 수록되었다는 <아자히브>의 채색 삽화는 작가의 상상력에 신빙성을 더해 준다.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 관련 기사를 보던 중 국제 분쟁 전문가인 김영미 PD의 인터뷰를 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서양의 시각에서 알고 있는 진실이 많다는 것과 우리의 시각에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에서 주인공 희석과 선배 현철이 나눈 대화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세계사들이 서양의 시각에 비춘 것임을 드러낸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지 않고 남의 시각에서 보는 다른 나라들은 선입견을 갖기 쉽다. 지금 우리가 이란을 단지 위험한 나라로만 보여지고 있는 것 또한 이란을 악의 축으로만 본 미국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 때문이 아닐까.
한국의 역사를 단지 한반도 자체에서만 본다면 우리는 그 안에 한정되어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사적으로 넓게 본다면 우리는 더 큰 우리의 역사를 자세히 볼 수 있게 된다. 역사소설인만큼 이 소설에 관한 진위 여부보다 우리의 역사를 더 넓게 확장했다는 데에 이 소설의 의미를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