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안토니아
마리아 페이터르스 지음, 강재형 옮김 / 이더레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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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클래식에서 여성 지휘자는 많지 않다. 네이버에 검색을 하니 여자경 상임지휘자, 성시경 지휘자, 장한나 등 말할 수 있겠다. 여성 인권이 발달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하지만 클래식에서 여성에게 지휘자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그런데 하물며 100년 전인 1920년대에 여성 지휘자를 꿈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금기를 넘어 클래식계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하지만 그 벽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최초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이다.

『지휘자 안토니아』는 최초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에 관한 에세이자 평전이라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마리아 페이터르스가 지휘자 안토니아의 시점에서, 그리고 동료 로빈,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프랭크 등 3인의 시점에서 안토니아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안토니아 브리코, 그녀의 개명 전 이름은 윌리다. 가난한 집안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집안의 후원을 기대할 수 없다. 자녀이지만 그녀에게 매정한 어머니, 아무리 형편이 어렵다해도 자녀에게 이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무렵 그녀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자녀가 없던 지금의 부모님이 아이를 입양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을 낳아 준 부모님은 사랑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고 헤어진 후 어머니가 아이를 낳았으며 조부모님에 의해 입양되어졌다는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된다.

자신을 입양하기 전 이름이 "안토니아 브리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본 이름으로 개명하기로 하고 그렇게 윌리는 안토니아로 살아가게 된다.

안토니아 브리코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한 결심은 어쩌면 지휘자를 향한 그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해 준 것과 연결되지 않을까. 그냥 평범한 연주자로 살기를 거부하고 주변의 압력에도 금기를 넘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사랑하는 프랭크에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감추지 않으며 유학의 길을 떠난다.

『지휘자 안토니아』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비하섞인 편견, 지휘자가 되기 위해 배움을 청하지만 성폭행을 당할 뻔하고 거부한 대가로 경찰서에 불러 나가는 등 안토니아 브리코가 겪는 여러 벽들이 그려진다.

지금도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는 여성 편견의 벽이 1920년대는 상상할 수도 없었으리라.

그 때마다 안토니아 브리코를 붙잡아 준 건 다름아닌 음악에 대한 그녀의 꿈이었다.

"저는 저 자신을 음악에 바치고 싶어요."

"음악이 저의 종교입니다."

안토니아 브리코가 여성들에 의한 연주를 준비하게 될 때 그녀에게 지인은 말한다.


"너에 대한 인신공격 떄문에 힘들지 않아?"

"그래서 내가 지금 뜨고 있잖아?"

그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해야 했다.

부정적인 명성도 명성이다.


시대의 금기를 넘기 위해서는 익명으로 지내는 것보다, 부정적인 인식도 명성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안토니아는 삶으로 바꿔나갔다. 부정적인 명성일지라 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멈추지 않았다.

『지휘자 안토니아』를 읽으며 항상 역사는 한 사람의 용기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시대에 굴복하고 금기를 뛰어넘을 용기를 낸 안토니아 브리코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여성 지휘자의 역사는 더 뒤쳐졌을 것이다. 책으로 읽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삶이지만 현실은 책에 쓰여진 것보다 더욱 가혹했고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용기는 다른 여성 지휘자를 꿈꾸는 후배들의 길을 열어놓았다.

아직은 내 아이들이 많이 어리지만 아이들이 힘겨워할 때 이 책을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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