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
이문현 지음, 박윤수 감수 / 포르체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도착 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연행했다.

이게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이 어이없는 현실의 피해자 김상교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 억울함에 응답한 이문현 기자의 취재로 우리가 '승리 사건'으로 알게 된 '버닝썬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난다. 범죄의 온상 '버닝썬' 그 실체를 밝혀낸 기자의 226일간의 기록이 공개된다.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의 저자 이문현씨는 MBC 사회부 기자다.

그는 2018년 12월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김상교씨의 억울한 사연을 보게 된다. '경찰이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기사도 놀라웠다. 50만에 육박하는 놀라운 조회 수, 하지만 기자를 더 놀라게 했던 건 이 피해자의 사연을 취재해 보도한 기사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피해자의 증언 밖에 증거가 없는 현실 속에 이문현 기자는 하나씩 단서를 찾아나간다. 피해자의 증언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거듭해서 질문하고 경찰이 공개하지 않던 CCTV 영상도 찾아 나가며 사건의 일지를 완성해간다. 이 추적 끝에 저자는 뒤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버닝썬의 실체를 알게 된다. 버닝썬이 바로 마약이 자유자재로 거래되며 경찰까지 눈감아주는 범죄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단순하게 '버닝썬 게이트'가 마약 그리고 가수 승리의 범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버닝썬에서 벌어지는 성폭행의 사건이 일어나는 마약 GHB의 실체를 밝히며 이 GHB에 대한 무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성폭행이 눈감아져왔는지를 폭로한다.

왜 버닝썬에서 성폭행이 벌어졌음에도 성폭행 피해자들의 증언이 묵살되고 가해자가 무죄 취급을 받을 수 있었는가?

경찰들은 CCTV 영상에서 여성들이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닌 온전한 정신으로 걸어나갔다며 일방적인 성관계가 아닌 여성의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단지 CCTV 영상 속의 모습만으로 판단하고 피해자의 주장은 묵살당한다. 가해자는 무혐의로 풀러나간다. 저자는 버닝썬을 취재해가며 GHB가 소변으로 쉽게 배출되기에 검출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GHB는 치매처럼 다른 마약과 달리 '기억의 상실'이 먼저 오고 그 후 '의식의 손실'이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억'이 먼저 소실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그 당시 현장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 약점을 가해자는 너무 잘 알고 있었던 반면 조사하는 경찰은 너무 무지했다.

'마약 무검출'과 CCTV 영상만으로 경찰은 가기소를 포기했다.

장교수는 미국이면 몰라도

국내에선 GHB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대한민국 사회에 심각한 성범죄 문제로 나타났다.

GHB는 2001년에 마약류로 등재됐지만,

수사기관은 20년째 GHB 범죄,

정확히 말하면 'GHB 사용 의심 범죄'에 대해 손을 놔버렸다.


돈만 있으면 출입증도 없이 미성년자를 VIP 출입구로 모시며 샴페인 파티를 한다. 경찰 또한 걸려도 눈감아준다.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하기 전에도 자신의 범죄가 드러날까 비우호적인 경찰은 취재가 나간 후 발칵 뒤집혔지만 이들의 수사는 알맹이가 없다. 저자가 기록한 경찰의 수사 일정을 보고 있노라면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범죄와 무능을 누가 당당히 치열하게 밝힐 수 있겠는가....

일반 술집과 김치찌개집은 수시로 미성년자 확인단속이 나와도 버닝썬에는 제대로 된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찰유착의 현실. 성폭력과 마약의 온상을 보며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법은 가끔씩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알맹이가 없는 수사인만큼 결과 또한 알맹이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이 버닝썬 게이트로 'GHB 성범죄'에 대한 '약물 사용 성법죄'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위안삼는다.

시원하게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아직도 어디선가 '버닝썬 게이트'는 또 다른 이름으로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피해자 김상교씨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겨우 실체만을 알리는 작은 신호탄이었다. 그 신호탄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저자와 같은 언론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만큼 더 중요한 건 없다. 국민의 관심만큼 무서운 건 없다. 국민의 관심은 무능력한 정치와 경찰에 행동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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