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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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문서로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반계급에게만 글을 읽고 쓸 수 있었기에 소수의 지식인들이 써 놓은 기록들은 한 시대를 자세히 알기에 제약이 있다. 하지만 그 기록들이 개개인들이 써 놓은 사적인 일기들이라면? 아마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적인 모습들을 들여 볼 수 있다. 실감나는 궁중 암투가 아닌 평범한 한 개인이 보고 느끼는 일들이 그 사회를 더 생생하게 보여줄 것이다. 역사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은 그들의 하루와 시대상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먼저 이 역사보다 재미있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은 개개인의 일기지만 양반만이 글을 읽을 수 있기에 이 책에 소개된 일기의 주인들 역시 양반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관직에 실패한 사람도 있으며 암행어사인 박래겸, 무과 출신인 노상추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일기와 저자의 해설이 있어 조선 시대를 알기에 어려움은 앖다.


조선 시대의 가장 큰 양반들의 희망은 뭐니뭐니해도 과거 급제하여 출세하는 길이다. 입신양명을 위하여 집안 사람들은 물심양면으로 학업을 뒷바라지한다. 몇날 며칠을 걸어서 지방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며 당당하게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꿈꾸는 유일한 출세길인 과거는 이미 드라마에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곤 한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에서는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대리 시험은 기본이고 공정해야 할 시험관이 미리 문제를 알려주거나 점수를 채점하는 비리 등 이제껏 알지 못했던 온갖 비리를 이 일기들에서 대방출된다.

과거를 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건만 낙방하여 낙담하는 모습과 과거를 보기 위해 머물던 집주인의 무리한 월세 인상 등은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 불철주야 하는 공무원 수험생들을 떠올리게 한다.

박래겸의 암행어사 기록 또한 재미있다. 우리가 연상하는 정의의 용사 암행어사를 떠올리지만 실상 박래겸은 평안도의 암행어사직을 임명받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웃프기까지 한다. 조정에 머물면서 출세하기도 바쁜데 지방으로 내려가야 해서 출세가 지연된다는 생각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 시대건 정의보다 출세가 먼저이구나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위장을 하며 지방의 민심을 살피는 박래겸의 모습,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는지 떠 보는 그의 모습은 사극에서 보았던 암행어사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이 일기들은 사극이나 역사책에서 알려 주지 않았던 모습들을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준다. 신분제가 엄격한 조선시대에서 힘없는 백성들이 탐관오리에 맞서는 백성의 고충, 조선의 부동산 등을 기록한 일기 등등 한 시대를 폭넓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들의 일기를 읽으며 살아가는 도구만 다를 뿐 사람의 살아가는 방법은 반복된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지금처럼 조선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글자가 허용되었다면 우리는 조선의 사회상을 위의 시선이 아닌 아래의 시선으로 더욱 깊게 알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은 진솔한 그들의 일기로 시대를 이해하기에 어려움은 없다. 그들의 일기를 보며 우리가 기록하는 하루 하루가 역사라는 사실과 우리의 후손을 위해 나 또한 열심히 나의 하루를 기록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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