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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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작년에 사망한 한 폐친의 글을 읽곤 한다. 그 분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하곤 한다. 그 분은 페이스북에 올린 여러 사적인 공적인 이야기들을 자신이 없는 이후에도 남들이 이 글을 읽기 원할까? 이렇게 읽어도 괜찮은 걸까? 혹시 그 분의 잊혀질 권리를 무시하는 것 아닌지 조심스럽다.

일본 장편소설 『디리 1』은 의뢰인이 지정한 시간이 되도록 접속이 없을 시 의뢰인의 디지털 기록을 삭제하는 일을 하는 'dele.LIFE' 디지털 장의사 케이시와 유타로의 이야기다. 케이시는 주로 모구라 라고 하는 자신의 컴퓨터에 의뢰인이 지정한 시간이 지났다는 알림이 울리면 직원인 유타로는 의뢰인이 실제로 사망했는지를 확인하는 일을 한다. 유타로가 지인의 사망을 확인하면 케이시는 의뢰인의 요청대로 디지털의 기록을 삭제한다.

『디리 1』에는 다양한 의뢰인이 나온다. 다른 남자의 아이가 있는 여자와 함께 동거하는 다쿠미 씨, 죽음을 앞두고 남편 몰래 디지털 기록 삭제를 요청한 암 말기 환자 도시마 아스카씨, 숫기 없고 무능한 취급을 받는 이즈미 쇼헤이씨 등등 의뢰인의 배경 또한 다양하고 삭제를 원하는 부분도 다르다. 누군가에겐 범죄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많은 흔적을 남긴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업무를 하기도 하며 추억을 간직하기도 한다. 케이시와 유타로는 그 디지털 기록을 보며 의뢰인의 비밀을 알아가며 때론 반전이, 때론 안타까움이 소개된다. 하지만 디지털 기록 또한 의뢰인의 삶의 일부분이며 아무리 디지털 기록을 삭제한들 의뢰인이 지인들에게 남기는 영향력은 끝내 없어지지 않고 길게 각인된다. 그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해 준다.

케이시와 유타로가 디지털 파일의 기록의 진실을 알아가며 깨닫게 되는 건 우리 삶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는 결국 우리가 살아 있는 현재라는 사실이다. 조금 더, 나중으로 미루고 나면 그 때는 이미 늦게 된다. 의뢰인 니무라 다쿠미씨가 아내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닌 아내의 아이를 사랑했음에도 의뢰인이 죽고 난 이후 너무 늦고 만다. 도시마씨가 죽어가는 아내 아스코씨에게 용서를 빌 수 있던 기회 또한 아내가 살아 있는 현재이다. 디지털 기록이 삭제한 들 그들의 삶의 흔적은 과연 그것만으로 없어질까?

테마소설 『디리 1』 는 망자의 잊혀질 권리 또한 생각하게 하며 죽음 앞에 보여진 삶의 기록 앞에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때로는 의뢰인의 가장 추악한 진실을 마주치기도 하고 소중한 부분을 살짝 들춰보기도 한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록을 돌아 마주하게 되는 건 나의 기록은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과연 내일 내가 죽는다면 나의 디지털 기록들을 통해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분명한 건 삶이 아름다운 사람이, 후회 없이 사는 사람이 그 기록마저도 아름다우리라는 사실이다.

『디리 1』은 이미 2018년에 일본 아사히 TV로도 방영이 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연작 소설 또한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또 어떤 모습의 의뢰인의 삶이 그려질지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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