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다는 것 (양장)
김중미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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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출간 이후 20년이 흘렀다.

인천의 빈민지역인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삶은 달라졌을까. 20년이 흐른 지금 그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김중미 작가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곳>의 은강을 배경으로 은강이라는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지우, 강, 여울의 삶을 통해 우리가 과연 좋아진 걸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곁에 있다는 것』에서는 세 명의 중심인물이 나온다. 고3 친구인 지우, 강, 여울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재개발지역에서 소외된 사람들, 갈 데 없어 거의 버려진 동네에서 마지못해 사는 사람들,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쳐도 갈 곳 없는 이들의 녹록지 않은 삶이 무거움을 더한다.

지우는 선생님과 진학 상담을 한다. 자신의 바램인 역사 또는 사회학과를 말하지만 선생님의 일방적인 유아교육학과와 사회복지학과를 가라는 강권. 부모님이 열심히 학원 강사 일을 하지만 항상 경제난에 힘들어하는 부모님, 영화 감독이라는 꿈을 가난이라느 현실 앞에 과감히 포기하며 안정적인 공무원을 생각하는 언니, 이들은 힘들게 살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들을 외면한다.


영화 속 어디에도 피해자가 된 우리 동네 사람들의 삶은 없었다.

영화가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세상은 그 엄청난 사기 사건의 피해자인 노인, 주부,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우리의 삶은 영화에서처럼 끝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아무리 구차하고 힘들어도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이 악물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가난은 모든 것들을 앗아간다. 자존심도, 꿈도, 희망도 앗아간다. 하루 하루가 전투인 그들에게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버티다 못해 쓰러지면 그 뿐이었다. 아무도 주목해 주지 않는 삶. 바로 가난의 비극이였다.

『곁에 있다는 것』에서는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고 임대 주택에 산다는 것만으로 차별받아야 하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복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소외되는 모습 등을 통해 한국의 복지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녀를 버리고 재가함으로 보육원에서 자라야 했던 영민과 정민 형제는 어머니가 여전히 호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학금 혜택을 거부당한다. 강 또한 마찬가지였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강은 몇 년 째 연락도 끊고 감감무소식인 외삼촌으로 인해 복지를 거부당한다.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도움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은 오로지 가난한 자들의 몫이다.

설사 가난을 증명해 혜택을 받지만 수입이 있을 경우 혜택이 바로 정지되기에 변변한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복지 시스템은 없는 자들을 가난의 벼랑끝으로 몰고 간다.


영민 오빠를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으려면

가난을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가난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이 돈을 번다면서 고착화된 부와 가난의 대물림 속에 아이들의 삶은 더욱 궁지에 내몰린다.

지우의 외할머니부터 어머니 그리고 지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의 아이들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비정규직이 되고 있는 자들을 위한 도구가 된다.

작가가 보여 주는 현실이 허구가 아닌 현실이기에, 그리고 이 아이들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읽을 때마다 아이들의 삶과 어른들의 삶이 마음이 아파온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빛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잃어버렸던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지우 외할머니와 이웃들을 챙기며 돕는 지우 부모님, 그리고 함께 고민하며 곁에 있어주는 지우와 강, 여울 그리고 마을 사람들. 비록 현실은 바꾸지 못하지만 이들의 함께라는 의식은 서로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더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잃은 건 여행이나 마스크 없는 일상이 아닌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힘들지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 은강 마을 사람들을 통해 배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바로 함께라는 마음이 아닐까. 그 마음을 잃어버려서 더욱 힘든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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