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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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변두리 로켓』 시리즈 마지막편이 출간되었다. 로켓 발사 실패 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쓰쿠다 제작소를 운영하는 쓰쿠다와 직원들. 로켓 벨브 제작부터 농업 트랜스 미션까지 바람 잘날 없는 쓰쿠다 제작소 직원들의 대망의 마지막 도전기가 펼쳐진다.

쓰쿠다제작소는 로켓 벨브를 납품하는 업체이자 여러 업체에 소형 엔진 및 벨브를 납품한다.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가성비를 따지며 비용 효율을 중요시하는 업체들은 쓰쿠다제작소의 제품은 애로사항이 되기 쉽다.

세 번째 이야기인 『변두리 로켓 - 고스트』 편에서도 제품은 좋지만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업체들의 기술 앞에 쓰쿠다제작소는 항상 기로에 놓인다. 이익을 포기하고 가격을 낮출 것인가. 기술을 양보할 것인가.

하지만 쓰쿠다와 직원들에게 기술 개발의 양보는 멈춤을 뜻한다.

전작인 『변두리 로켓- 고스트』에 이어 마지막 이야기 『변두리 로켓 - 야타가라스』는 변두리 공장으로서의 연대를 지향하며 트랜스미션 업체인 '기어 고스트'회사를 도와주었지만 '기어 고스트' 대표인 이타미가 데이코쿠 중공업에 대한 보복심으로 쓰쿠다를 배신하면서 위기에 처한 쓰쿠다제작소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데이코쿠 중공업에 납품하기로 하던 농기계 트랜스미션과 소형엔진이 데이코쿠 중공업 차기 사장을 노리는 마토부 이사와 제조부장인 오쿠사와가 자체 제작을 결정하며 쓰쿠다제작소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다.

목표가 사라지면 뱡향을 잃기 쉽다. 쓰쿠다 제작소의 입장은 더 이상 트랜스미션을 해야 할 명분이 사라져버렸다.

기어 고스트는 의리를 져버린 후 발주를 취소했고 데이코쿠 중공업은 자체제작으로 욕심이 가득한 소수 임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제외되었다. 쓰쿠다제작소는 진행되어온 개발을 계속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쓰쿠다 제작소의 선택은 당연히 개발이었다. 제품의 끊임없는 개발만이 그들에게 살 길이었다.



개발 없이는 미래도 없다.

지금은 인내할 때로군요.


『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는 데이코쿠 중공업에 대한 보복심으로 똘똘 뭉친 무인 농업 로봇 "다윈 프로젝트"와 자이젠의 선의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마토바의 출세의 도구로 전락하며 벌어지는 사내정치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기업의 정책을 두고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술수, 언론으로 이슈몰이를 하며 갑과 을의 대결로 몰아가려는 '다윈 프로젝트'의 꼼수는 과연 기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다윈 프로젝트'의 이타미와 시게타의 목표에는 오로지 데이코쿠중공업의 침몰에 있었다.

자이젠의 기획안을 자신의 기획안으로 돌리며 출세용 도구로 만든 마토바 이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인농업로봇이지만 그들의 목표에는 사용자인 농민들에 대한 생각보다는 보복심, 또는 출세가 이들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이 마지막 권은 이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더욱 빛이 난다.

트랜스미션을 납품할 기회를 빼앗겼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쓰쿠다제작소.

자신의 기획안을 빼앗겼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책임을 놓지 않는 자이젠.

자율 주행 기술이 이용당하는 현장에 분노하면서도 농민들을 돕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는 노기 교수.

이들에게 기술은 바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였다.

제조에 필요한 것은 기술이나 효율만이 아니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의의다.

무엇을 위해 만드는가.

그 취지에 동감해 대상에 열정을 퍼붓지 못하면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제조는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

쓰쿠다의 지론이었다.


기업은 치열한 전쟁터이다. 하청업체들은 공급사의 결정에 따라 단순간에 휘청거린다. 이제까지 『변두리 로켓』 시리즈는 하청업체의 고뇌를 잘 보여주었지만 마지막 권인 『변두리 로켓 - 야타가라스』 편이야말로 변두리 기업의 고통과 사내 정치의 치열함을 가장 실감나게 보여준다. 항상 위기에 직면하고 쉴 새 없는 기업 운영이지만 쓰쿠다제작소의 쓰쿠다와 직원들은 기술은 결코 이기적인 목적으로 쓰일 수 없으며 함께 도울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실천해나간다.


이케이도 준. 그는 [한자와 나오키]에서 박력 넘치는 사이다 오피스 활극을 보여주었다면 『변두리 로켓』에서는 뭉클함과 감동을 선사해준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마주하게 하며 일의 의의를 생각하게 한다.

『변두리 로켓』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어디선가 쓰쿠다 제작소가 실제로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케이도 준이 다음 번외편을 만들어주길 팬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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