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 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
김영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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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을 넘었다. 사람들은 내게 직장에 잘 붙어 있으라고 말한다. 이제 갈 곳도 없다고. 그냥 회사에 충성하라고 말한다. 2-30대까지는 '도전'이라는 단어는 멋있지만 40대가 넘어서면 '도전'은 무모함의 상징으로 여기곤 한다.

『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의 저자 김영우씨는 무모한 도전을 한다. 아내와 딸을 둔 그는 가족들과 함께 40의 나이에 가평의 시골마을로 이사 오며 전원 생활을 해 나간다. 사람도 적은 그 곳에 '북유럽 (Book You Love)'이란 책방을 운영하며 겪은 일들을 기록한다.

에세이 『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는 모두가 꿈꾸는 여유 넘치는 전원 생활을 그리지 않는다. 특히 도시의 책방 운영도 어려운데 시골의 동네 책방을 업으로 하는 저자는 저자의 표현대로 매일매일 똥줄을 탄다. 사람이 오지 않는 책방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가족들과 함께 책을 소개하며 자신을 연소시켜 나간다. 하는 데 까지 해 본다며 갖은 노력을 다하는 일상. 그 일상을 보며 전원생활이라도 먹고 사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행복이 느껴지는 건 저자가 전원생활을 하면서 삶의 단순함 속에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가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머리를 직접 염색하고 잘라주며 어느 새 나이든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지만 그들은 푸념하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을 인정하며 그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슬퍼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들의 삶을 보며 언젠가 커피숍에서 보았던 문구가 생각난다. "오늘은 당신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이 문구 그대로 그들은 하루 하루를 젊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이들이 행복할 수 밖에!

남자로서 페미니즘을 접하며 자신의 일상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과정 또한 이 책의 백미다.

모녀같은 고부지간, 아내의 집안일, 남편의 가사 등등 자신이 꿈꿔왔던 이상들이 모두 가부장제의 이상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저자는 조금씩 삶을 바꿔나간다. 가사를 책임지고 아내와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의 거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보통 남자라면 쉽지 않은 생각의 변화를 그는 해나가며 자신의 가정부터 바꿔나간다.

시골 생활을 하며 채식 위주의 삶을 살고 가사노동과 독립서점 운영 등 녹록지 않은 삶이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나름 할 만하다는 건 바로 행복의 기준을 자신에게 맞추는 게 아닌 자연과 맞추며 단순함에 맞추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주변을 자기에게 맞추다 보면 불만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의 삶은 자연에 자신을 맞추고 주변의 삶에 자신을 적응시켜나간다. 그래서 저자는 할 만 하고 지금까지 해 올 수 있었다.

저자를 보며 단순함을 생각하게 된다. 삶의 단순함. 주변을 바꾸기보다 자신을 적응시켜나가며 만족해 나가는 삶.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시골로 떠남으로 얻게 된 삶의 단순함이 더욱 그리워지게 하는 에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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