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각본집 - 용기를 내는 게 당연한 나이
임선애 지음 / 소시민워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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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나이에 대한 편견과 마주한다.

늦게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불쌍한 사람 취급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나이가 있는 엄마를 둔 아이들에게도 불쌍한 시선을 준다. 연예 기사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자 연예인의 경우 나이를 거론하며 40대 답지 않은 몸매, 피부를 말하며 그들의 미모를 예찬하는 기사를 본다. 그 기사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과연 40대다운 몸은 어떤 거지?

50대답다는 건 힘없고 볼품없는 모습인 걸까?

우리가 나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또한 우리의 고정 관념이 아닐까?

영화 《69세》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철저하게 고발하는 영화였다. 69세의 여인이 20대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여서 화자가 되었던 작품이다. 69세의 여인이 성폭행을 고소했지만 겪어야만 하는 사회의 조롱과 편견을 적나라하고 씁쓸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가 각본집으로 나왔다.

《69세》의 주인공 효정은 동인과 함께 산다. 효정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던 중 물리치료사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접수한 경찰도, 고발당한 가해자 이중호도 이 사건을 우습게 여기며 효정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연세도 있으시니까....

혹시...

치매검사 같은 거 받아보신 적 있나 해서요.


성폭행을 고발하는 효정을 치매노인 취급하는 경찰들, 20대 팔팔한 청년이 뭐가 아쉬워서 69세 할머니를 성폭행하겠느냐고 웃어넘기며 영장을 기각하는 기관, 사회의 이 행태에 가해자인 이중호는 뻔뻔하게 합의로 이루어진 관계자라고 고집한다.

피해자다움..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다움은 없다. 피해자는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는 그들의 목소리를 기각한다. 그들의 편견에 69세 효정씨는 피해자답지 못하다. 과연 누가 만들어 낸 편견인가?


"제가 젊은 여자였으면 그 사람이 구속이 됐을까요?"


나이 들어서 험한 일 하고,

혼자 사는 여자로 보이면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고, 치근대요.

옷이라도 잘 차려입으면 그게 덜해요.

이 정도 입고 다니면 제가 안전해 보입니까?


옷을 잘 입었다는 고형사의 말에 효정은 반문한다. 그들의 눈에 어떤 게 기준인지.

사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 앞에 저울질하며 손가락질한다. 특히 여성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리고 나이 든 여성에게는 존재성까지 의심한다.

《69세》는 철저히 현실주의적인 영화다. 관객들과 각본집을 읽는 독자들에게 잔뜩 생각할 거리를 던져놓는다.

피해자다움은 없다. 그리고 노인다움도, 여성다움도 없다. 20대도, 60대도 모두 한 개인일 뿐이다.

이 영화가 코로나로 많은 관객을 보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 각본집으로 읽으니 그 아쉬움이 더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꼭 봐야 할 우리 사회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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