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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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온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는 그동안 수면에 잠자고 있던 여러 민낯들을 보여주었다. '아시아인 혐오증'이 나돌며 아시아인을 폭행했다. 마스크 사재기로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코로나 확진자에게는 이동 동선을 비판하며 그들을 죄인 취급한다. 그들도 피해자이건만 전염병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해고를 일삼는다. 집의 빗장과 마음을 닫는다. 재난은 강하게도 하지만 우리의 추악한 민낯을 생생하게 드러내주기도 한다.

수잰 래드펀 의 소설 『한순간에』는 제목 그대로 '한순간에' 일어난 조난으로 두 가정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불행을 그리는 소설이다. 갑작스레 닥친 그 불행 속에서 우리의 숨겨진 본성이 드러나는지를 비추는 소설이다.

『한순간에』의 주인공 '핀'의 가족은 얼마 남지 않은 오브리 언니의 결혼식 준비로 바쁘다. 핀과 언니 오브리, 엄마와 엄마의 절친한 20년지기 친구 캐런이모와 함께 언니 오브리의 웨딩드레스를 보러 왔다. 들뜸과 설렘이 있는 분위기 속에 이들의 행복은 영원할 듯하다.

결혼준비를 하는 오브리 언니를 제외하고 핀의 가족, 캐런 이모의 가족, 핀의 절친한 친구 모는 함께 산장에 간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시점, 아빠는 조심 조심 운전하지만 아빠의 캠핑카는 굴러 떨어지고 주인공 핀은 사고현장에서 바로 즉사한다.


소설은 주인공 핀은 자신의 죽음 이후 이 불행의 순간을 대처하는 핀의 가족과 캐런 이모의 가족을 관찰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고 추워 얼어죽기 일보 직전인 위험 상태에서 이들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과연 누가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고 누가 양보해야 할 것인가. 이 위험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날카로워진다. 특히 자신의 가족이 있다면 더욱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다. 핀의 엄마가 무의식중에 선택한 행동이 캐런 이모에게 상처가 되고 내 자식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를 사지로 몰아내는 인정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불행은 사람들을 더 연대하기도 하지만 관계를 파괴시키기도 한다. 이 소설은 연대보다 파괴되어 가는 일상에 주목한다. 누구보다 두터웠던 20년 우정이 한 순간에 깨지게되고 살며시 감춰져있던 불안의 모습들이 선명한 색깔을 띄며 실체를 드러낸다.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한다.

괜찮은 것처럼 살아갈 것인가.

우리의 불행을 직면하고 나아갈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괜찮은 척 살아간다. 핀의 가족도 그랬고 캐런이모의 가족도 그랬다. 피하고 싶은 그 불행 속에서 오로지 직면한 사람은 함께 사고를 겪은 핀의 절친한 친구 '모'였다.

이 소설은 이 불행의 현장에서 도의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저씨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는 궁금해진다.

우리의 인간성이 양심보다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지,

그리고 만일 우리 중 누구라도 궁지에 몰리면 변하게 될지 말이다.

나는 그날 목격했다.

모두 자신들이 믿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소설을 읽으며 이 질문 앞에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도덕적일 수 있는가. 과연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가.

정답은 결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도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이들의 심리 묘사가 매우 탁월한 책이다. 독자를 이 사고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 재난의 시대 우리 모두가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이제 불행은 바로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시대,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이기심 또한 날뛰는 세상이다. 불행의 시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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