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을에서 소설을 쓰는 법
우시목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하게 된 계기는 Yes24에서 이 주의 우수리뷰에 선정되고부터였다. 항상 부족한 존재로만 여겨지던 내게 이 경험은 나도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읽고 서평을 썼다. 하지만 경험은 그 때 한 번 뿐이었다. 나는 그 후 몇 번의 경험을 제외하고 내가 우수리뷰어로 선정되는 기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나의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고민한다. 계속 읽어야 하나? 나는 재주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포기할까? 행운처럼 찾아온 그 한 번의 기적이 나를 얽매는 것 같았다.

『그 마을에서 소설을 쓰는 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설의 남자 주인공 덕근은 데뷔작이 천재 소설가로 소설계의 기대주로 등극하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그 때 한 번 뿐이었다. 데뷔작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의 차기작은 독자의 기대를 사로잡지 못했다. 심지어 그가 최근 일년 반동안 집필한 원고를 완성했지만 출판사에서는 그의 작품을 반려했다. 그리고 그에게 잠시 휴식을 가져 볼 것을 권하며 한 바닷가에서 한 달간 휴식을 취하도록 권유한다.

떠밀리듯이 온 바닷가로 온 덕근은 조용한 전원 생활에서 집필활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민박집 주인과 두 딸로 이루어진 민박집은 그를 가만 놔 두지 않는다. 좌충우돌 막내딸 봄과 사람좋은 주인집 아저씨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첫째딸 솔. 그렇게 덕근과 솔의 인연은 시작된다. 솔은 서울에서 미대를 나오며 그림을 꿈 꿨지만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품고 그림을 접고 집으로 내려와 아버지를 돕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소설을 써내려가지 못하는 덕근과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윤솔의 인연이 시작된다.

덕근이 참 나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주인공 덕근의 경우는 글쓰기에 대한 재능이 있었지만 그도 나처럼 한 번의 성공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이 데뷔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압박감, 실망시킨 독자들과 출판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그가 소설을 쓰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나 역시 그랬다. 서평으로 인정받고 싶었지만 내게 그 이상의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쓰면 쓸수록 나의 부족함이 드러났고 나를 더욱 부끄럽게 했다. 쓰면서도 이젠 내게 재능이 없으니 접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오랜 시간 해 나간 이 서평 활동을 접으면 나는 어디도 갈 곳이 없을 것 같아 어영부영 붙잡고 있었다.

윤솔 또한 마찬가지였다. 벅찬 기대를 안고 미대를 가고 취직을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로 그림을 접고 내려온 윤솔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덕근과 윤솔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한 달 동안 두 사람의 마음에 든 생각은 사랑이 아닌 "하고 싶다"라는 감정이었다.

지금 이 풍경을 쓰고 싶다.

지금 이 풍경을 그리고 싶다.

지금 이 마음을 쓰고 싶다.

지금 이 사람을 그리고 싶다.

뭔가를 하기 위해 이유는 없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었다.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들을 쓰고 느끼고 싶다는 그 마음이 그들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소설을 읽으며 나를 비추게 된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도 좋아요 하나 받지 못하고 열심히 서평을 써도 알아주는 이 하나 없지만 계속 해야 되나 망설이는 내게 이 소설은 '하고 싶냐'고 묻는다. 하고 싶으면 해 보라고. 그 마음이 중요한 거라고 나에게 알려준다. 잠시 쉬어가도 좋으니 재미있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다독여준다. 내게 주어졌던 그 행운은 다시 안 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경험도 소중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임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 활동을 계속해야 할까? 그 고민을 하는 와중에 산타로부터 "계속 써 주세요"라는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따라가다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래, 나에게 더 이상의 행운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자. 내가 읽고 쓰는 게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재미있게 하자. 그래서 나는 이렇게 또 글을 쓴다. 이 글을 봐 주는 이는 별로 없겠지만 지금 내가 쓰는 걸로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그 마음만으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