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과 일본은 왜? - 반일과 혐한의 평행선에서, 일본인 서울 특파원의 한일관계 리포트
사와다 가쓰미 지음, 정태섭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1월
평점 :

가깝지만 먼 이웃이라는 표현만큼 한일관계를 잘 표현해낸 단어가 있을까. 아베 정권이후 일본은 더욱 멀어진 느낌이다. 나 역시 한국인이기에 일본에 대한 나의 신념으로 유니클로를 끊고 일본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혐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일본을 보면서 과연 저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궁금할 때가 많다. 우리는 정말 그들을 잘 알고 있나?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국과 일본은 왜?』는 바로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책이다.
『한국과 일본은 왜?』의 저자 사와다 가쓰미는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하였고 현재까지 한일관계와 한반도 문제 전문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양국을 오가면서 여러 지인들을 만나고 그 차이의 간극을 사와다 가쓰미는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해 준다.
먼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일본인임을 인지해야 한다. 저자는 기자의 신분으로 이 책을 저술했기에 한국인인 우리가 예민할 수 있는 위안부 문제에서도 냉철한 분석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화제인 '위안부 소녀상'의 시위부터 화두를 꺼내는 용기를 선보인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아픈 역사인 위안부 역사와 일본정부의 사과를 위해 매주 수요일에 펼쳐지는 이 시위가 정작 잘못되었음을 밝힌다. 일본대사관이 이전하여 이제는 시위를 하는 곳에 그 무엇도 없는 곳에서 시위를 하는 그 모습을 보며 저자는 과연 올바른 것인가를 묻는다.
한일관계 전문가인만큼 저자는 한국의 역사를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재 문재인 정권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각 정권마다 달라진 한일관계를 설명해간다. 다만 저자가 아무리 한국 정보통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의 역사는 내가 알고 있는 역사와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 취급을 받는 현실에 대하여 우리는 그 내막을 바라보는 관점이 저자의 경우 단순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다른 관점은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선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문재인 정권에서 이루어지는 인사와 한일관계가 '적폐청산'의 명목으로 기존 친일 정치인들을 과감히 쳐내는 현상을 저자는 크게 확대한다. '적폐청산'에 관한 인터뷰를 나 역시 보았지만 저자의 경우 언론까지 확대해석하는 점은 과장이 있다고 보여진다.
저자는 최근 있었던 유니클로 불매운동 또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참이었을 때 이 운동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제까지 성공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예측은 빗나갔고 저자는 왜 이번이 과거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간다.
『한국과 일본은 왜?』에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의 정세 또한 전달해준다. 한국에 친화적인 야당 의원들조차 한국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실을 알려주며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설명해간다.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는 게 우선인 한국에 비해 잘못된 조약이다 하더라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일본의 상식이 충돌하는 한일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쌓여가는 갈등의 골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건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진실이라고 생각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본의 현실, 위안부 단체에 대한 저자의 분석 등은 한국인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함을 전제로 하며 서로를 제대로 알고 관계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을 주장한다. 이 책의 목적은 바로 그 차이를 알려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우리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이 관계를 회복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인의 시점이 아닌 일본 기자의 시선으로 쓰여진 시점이라 매우 다른 시선에서 한일관계를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저자의 글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일본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