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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캐칭 - 제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ㅣ 수림문화총서
김범정 지음 / 광화문글방 / 2020년 11월
평점 :

제 8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에 『버드캐칭』이 선정되었다. 수상자 김범정 작가는 29세에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최연소 작가이자 작가의 처녀작인 이 『버드캐칭』으로 문학상에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20대 마지막이 아쉬워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첫 작품이 수상의 영광으로 이루어지는 행운의 작품이 궁금했다.
『버드캐칭』의 주인공 도형은 이제 인턴기간이 끝났다. 남은 건 정규직 심사. 그에게는 중요한 시작이 될 터이다. 도형에게는 8년 된 여자친구 세현이 있다. 도형은 세현과의 미래를 꿈꾸며 결혼하자고 말한다. 당연한 미래라고 생각한 도형에 비해 세현은 도형에게 질문한다.
"도형아, 너는 이렇게 사는 거 정말 괜찮아?"
"그냥 매일 똑같은 일 하다가 조금 벌면 집 사고 조금 벌면 차 사고.
그러다가 애가 생기면 애한테 목매다가 다 자라면 내보내고. 어느 날 거울 보면 어느새 폭삭 늙어 있고. 이런 거. "
도형은 당연한 일상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세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며 세현의 질문을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세현은 편지 한 장만을 남겨둔 채 홀연 도형의 곁을 떠나 잠적한다. 자신과 세현과의 관계에서 무너져가는 내면의 괴로움에 대한 고통과 자신들의 곁을 떠난 오래된 친구 준영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준영은 도형과 세현과 절친한 친구였다. 도형은 준영과 고등학교 친구였지만 도형이 기억하는 이들의 우정은 고등학교 시절이 아닌 그 이후였다. 세현에게 마음이 있던 도형은 준영과 세현이 몰래 만나는 걸 발견하고 세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 일 이후로 준영과 멀어졌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세현은 도형에게 준영의 이야기를 꺼내며 미워하지 말라고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도형은 세현의 이별이 준영과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영이 근무하는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일까. 준영 또한 병원 레지던트를 그만두고 홀연히 떠난 상태다. 도형은 준영과 세현이 함께 떠났을거라 생각하게 되고 준영의 연인 지혜와 함께 이들을 찾아 나선다.
소설은 도형과 지혜가 이들을 찾기 위한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며 세현이 숨겨두었던 비밀이 드러난다. 무엇이 이들을 멀어지게 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이들을 그토록 흔들리게 하는지의 과정이 드러난다. 처음부터 불안한 위치에 있던 그들이 느낄 수 밖에 없는 청춘의 위치, 답해주지 못하는 사회, 그건 세현의 불안만이 아니었다.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고 하는 준영의 고백이기도 했고 지금 청춘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세현과 준영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 그 비밀이 갖고 있는 그들의 위치는 더욱 깊은 고뇌에 빠뜨리게 한다.
바람난 커플을 잡으러 왔다는 도형과 지혜는 이 과정 속에 자신들의 모습을 직면한다. 그리고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세현의 떠남까지도. 그렇기에 그들은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소설 초반, 주인공 도형은 미국 이모집에 있을 때 방문했던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새 이야기를 떠올렸다. 모기를 없애기 위해 습지를 메우면서 멸종되었다는 그 새를 태안에서 발견했던 도형은 계속 그 새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의 제목인 『버드캐칭』 에서 새는 바로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였을까. 이 네 청춘남녀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외국인 아다나 반자를 포함해 도형, 세현,준영 지혜 모두 끊임없이 새를 찾고 있었다.
야구 지식에 문외한인 내가 야구 이야기에 대한 묘사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자신들의 모습을 인정해가며 새롭게 출발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들이 진정 새를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모두들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자기를 둘러싼 상황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더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 어느 순간엔 그런 생각도 들더라. 진짜 원하는 게 생길까 봐 두렵다는 생각. 그래서 원하는 걸 만들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쳐 다니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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