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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빕니다
김이환 지음 / 들녘 / 2020년 11월
평점 :

장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상자를 매개로 한 10편의 단편 소설이다. 상자도 보통 상자가 아니다. 바로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낯선 사람에게서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소원을 빌까? 『행운을 빕니다』 에서는 각자의 상황에서 소원을 빌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이들의 소원도 공짜가 없다.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한다.
『행운을 빕니다』에서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러 인물들의 소원이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 주인공 최광석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것이고 노인의 상자에서는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는 게 소원이다. 두 사람의 상자는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나와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기상천외한 상황도 발생한다.
평범한 일상에 소원을 들어 주는 상자 이야기는 정말 영화와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설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평범한 일상 속에 가장 소중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걸 그리워하는 이들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꼬마의 상자>에서는 부모와 함께 자고 함께 보내는 평범한 행복이 그립고 <노인의 상자>에는 생전 아내가 가고 싶어 하지 못했던 후회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우리는 소원을 말하면 뭔가 대단하고 부자인 것을 말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는 평범한 행복들을 요청한다. 평범함 속에 놓쳐버린 것들, 다음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지나쳐버린 것들을 깨닫게 한다. 더 쉽게 놓쳐버릴 수 있기에 더욱 소중한 지금을 붙잡으라고 말한다.
소원상자를 안겨주는 검은 남자가 주인공에게 말한다.
"행운을 빕니다."
행운, 행운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에 있다. <노인의 상자>에서 저승사자는 하루를 천만원으로 말할 만큼 지금을 강조한다. <아내의 상자>에서도 아내의 소원은 남편이 상처를 딛고 현재를 살아가는 바램이었다. 우리는 소원이 이루어지면 다 이루어질 것 같지만 <두 사람의 상자>에서는 우유부단한 이들은 소원이 이루어져도 상황이 바뀌지 않음을 유머러스하게 알려준다. 우리 인생에 우유부단함으로 놓쳐버리지 말고 지금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말해준다. 행운은 남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바로 지금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행운을 잡을 수 있다. 자신에게 소원 상자가 왔을 때 진정한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지금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나에게 소원상자가 있다면 나는 엄마의 쾌유를 빌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의 치유를 위한 기도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엄마가 조금이라도 건강하실 때 추억을 더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지금, 엄마와 나에게 필요한 건 함께 하는 지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