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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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두 세번 읽어야 했음을 먼저 밝힌다. 아르테 출판사의 '작은책'시리즈로 작고 얇은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의 무게감에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과연 내가 맞게 읽는지에 대한 의문에 책을 계속 읽어나가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또 읽는다. 이게 강화길 작가의 마력일까?

《다정한 유전》은 여성 서사, 여성 스릴러로 잘 알려진 강화길 작가의 신작이다. 최근 <화이트 호스> 소설집을 출간한 후 작은책 시리즈인 《다정한 유전》으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매우 특이한 형식의 소설이다. 짧은 한 편의 소설이지만 이 소설의 형식은 각각의 단편이 만들어져 한 권의 소설이 완성된다. 각각 다른 이야기이지만 결국 전체의 이야기로 연결되어지고 다른 인물이지만 서로의 삶이 연결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한 번만 읽어서는 안 된다. 두 번, 세 번 읽어야한다.

소설은 해인 마을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해인 마을에서 사람들은 커서도 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세대를 거듭해서 계속하여 이 마을에 살아간다. 여고생인 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문병을 온 친구들로부터 백일장 출전 소식 이야기를 듣는다. 대학에 입학해 해인 마을을 떠나고 싶어한 민영이 백일장 출전 기회를 진영에게 빼앗기고 이 기회를 양보할 것을 요청할 기회를 기다린다. 하지만 진영은 민영에게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우리, 애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더 좋은 걸 선택하게 하는 게 어때?"

민영과 진영 단 둘로 시작되었던 이 글쓰기는 이들과 같이 해인 마을을 떠나고 싶었던 다른 아이들이 참여하게 된다.

소설은 각자가 쓴 별개의 이야기지만 그리고 다른 인물들이다. 「황녀」, 「다락」, 그리고 친구들의 작품을 읽은 감상문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지만 읽다보면 그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황녀」에 나오는 옹주는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는 말을 배우며 살아야했고 끝까지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지어야했다. 엘리너 스펜서의 「빈 집의 목소리」를 통해 이선아와 엄마를 통해 보여지는 여성의 고통, 남들에게 이야기거리가 되고 마는 여성의 불행, 데이트폭력에 고통당하는 김지우, 강간, 폭력으로 괴롭힘 당하는 여성들이 머무는 비밀의 공간 등 각자의 소설들이 전체의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홀로 고통스러워하며 그 고통을 글로 써내려가는 여성들의 모습과 여성의 불행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남성들의 세계가 이 책에서 두드러진다. 좋아하는 스터디 선배에게 이선아의 소설에 나오는 에피소드에 얽힌 끔찍한 일,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의심을 털어놓았을 때 그의 반응은 모두가 있는 앞에서 터져나온다.


야, 지금 그 이야기 빨리 말해봐.

강간당했잖아.

왜 가만히 있어?


데이트폭력으로 힘들어하는 여자가 헤어진 이후에도 계속되는 통증으로 힘들어 할 때 의사들은 그녀에게 말한다.



여자의 고통에 지극히 냉정한 반응으로 조언하는 그들에게 여자는 호소한다. 왜 딴 소리를 하냐고. 노력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호소하는 그녀의 울음을 의사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외로움이 고통이 차가운 분수에 들어가도록 부추긴다.

고통을 참기 위해 글을 써내려가며 버텨야 했던 각 단편 속의 인물들, 엘리너 스펜서도 그랬고 이선아도 글을 써내려가며 견뎌냈다.각자의 이야기지만 그들이 겪는 고통이 함께 연결되며 그 고통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지우와 선아가 연결되고 옹주와 소녀가 연결되며 서로가 연결되어 이 힘든 시간을 버텨나가는 이 소설이 매우 묵직해서 자꾸 곱씹게 되며 다시 읽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고 난 이후도 이 책을 또 읽게 될 것 같다.

서로를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통은 함께 경험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다정한 유전》에 나오는 글 중 친구들의 글을 읽어나가며 쓴 감상문 중 '나'는 이렇게 읽어도 되는 걸까 라는 혼란스러움을 나타낸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세번씩 읽어나가면서 내가 이렇게 읽어도 되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서로의 고통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 고통을 함께 경험하고 나눌 때 꿈꿀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저자가 말한 다정한 유전으로 말이다.








-서평단으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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