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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양품계획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무인양품 제품을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무인양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표 없는 (無印) 양품(良品) 즉, 좋은 제품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무인양품은 하얀 색 바탕의 깔끔한 디자인을 연상하게 한다. 1980년 세이유 자체브랜드에서 시작하여 독립 후 확고한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은 한 기업의 말을 통해 '무인양품'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그들의 사상과 본질을 알 수 있는 책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이 출간되었다.
먼저 무인양품을 지탱하게 하는 기둥, 즉 사상이 무엇일까? 그들은 이 사상을 '대전략'이라고도 부르며 모든 회사의 운영 방침은 이 대전략에 기초하여 이루어진다. '무인양품'을 운영하게 하는 그들의 대전략은 바로 '도움이 되자'이다.
'도움이 되자'를 대전략으로 정한 것은,
결과여야 할 판매와 이익이
도리어 목적이 되어버린 회사가
너무나 많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27p
무인양품은 먼저 직원과 회사, 회사와 직원이 도움이 되어야 하며 회사와 사회, 더 나아가 회사와 세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함을 사상, 즉 대전략으로 경영한다. 판매와 이익은 이 도움이 되는 관계에서 파생하는 결과물이다. 목적과 결과가 전도되지 않도록 그들은 항상 '도움이 되자'라는 대전략 아래 수단과 방법을 펼쳐나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중 하나는 고급화로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노출시킨다.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더 목마르도록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한다. '무인양품'은 이 자본주의의 논리에 그들의 논리로 맞받아친다.
더 많은 제품을 사도록 욕구를 자극하는 게 아닌 한 가지 제품에 만족감을 주어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제품. 바로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심플함. 간결함이다. 과한 디자인이 아닌 제품 자체의 기능에 최우선하며 더 이상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는 무인양품의 전략은 바로 '도움이 되자'라는 그들의 대전략 아래 운영되어진 제작 방침이었다. 사회와 지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무인양품의 사상은 포장의 간략화, 재생지 사용 등의 제작방법을 고집하게 했다.
한 회사의 사상이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적자가 계속되면 오래 존립할 수 없다. '무인양품' 역시 회사의 사상이 훌륭하다해도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고전을 면치 못할 때가 있었다. 38억 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많은 직원들이 떠나기도 했던 그 때 '무인양품'은 시 기본으로 돌아간다. 작은 물고기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본능 속에 움직이듯이 회사 또한 '사상'을 제시하며 직원들간의 의사소통에 앞장서며 역경을 헤쳐나간다.
'기분 좋은 생활'과 '기분 좋은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되풀이되는 원점, 되풀이되는 미래'
도움이 되기 위해 무인양품은 끊임없이 원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생활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데 최선을 다한다. 불필요한 물건은 만들지 않으며 그 자체로 충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 무인양품. 한 회사의 사상이 큰 그림이 되어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어나가고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간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공동체의 사상이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 되돌아보게 한다. 개개인이 퍼스널브랜딩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때 나의 사상은 무엇인지, 어떤 모토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해 준다. 올바른 사상이 올바른 제품을 만들어내듯, 올바른 모토가 올바른 삶을 만들어준다. 지금 우리 사회에, 이 공동체에 먼저 올바른 사상이 재정립되어야 함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