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어 필 무렵 - 드라마 속 언어생활
명로진 지음 / 참새책방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드라마를 좋아한다. 내가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은 내게 다가와 "엄마, 드라마 봐?"라고 물을 만큼 나는 드라마 매니아이다. 화면 속 인물들의 대사에 설레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들의 대사는 때론 이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하고 때론 사이다 발언으로 많은 이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한다. 명로진 작가의 《동백어 필 무렵》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작년 최고의 화제작 [동백꽃 필 무렵]을 패러디한 드라마 속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총 25편의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비록 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제목은 한 두 번씩 들어보았을 드라마들을 선정하여 나와 같은 드라마 매니아들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이 책을 통해 명로진 작가가 배우였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다. 그동안 인문학 글쓰기 전문가로만 알고 있던 내게 배우라는 저자의 직업은 놀라웠다. 30편의 드라마 출연 배우로서 저자는 드라마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경험 또한 수록해서 더욱 흥미를 돋운다. 같은 드라마를 보아도 사람들은 느낌과 생각은 다르다. 저자의 글 역시 나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응답하라 1988>의 네 남친사와 한 명의 여 친사의 구조를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에 대한 욕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부분은 과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연 시청자들이 그 욕망에 근거해서 이 드라마에 열광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수록된 25편의 드라마 대사 중 가장 감동 깊은 대사를 꼽으라면 김혜자와 한지민이 출연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말할 수 있겠다. 김혜자씨의 수상 소감으로도 감동을 주었던 이 드라마의 대사는 저자의 글과 함께 어우러져 또 한번의 감동을 재현해준다. 시간의 유한함 속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오늘 지금을 눈부시게 살아가는 것 뿐이라는 대사는 언제 들어도 눈부시다.


《동백어 필 무렵》은 저자의 유머와 저자가 들려주는 드라마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이 드라마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저자는 쉽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저자가 느꼈던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각 인물의 심리 또는 사회상을 이야기한다. 다만 아쉬운 건 이 책의 포맷에 맞게 등장 인물들의 대사가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각 드라마 장 말미에 추신은 생략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때론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때론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지만 저자가 해 주는 이야기에 따라 왜 그 땐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드라마 인물의 대사를 통해 말하지만 단지 드라마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의 전공인 인문학으로까지 확장해가며 설명해 주는 이 책은 지적인 재미까지 충족해 준다.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공부가 드라마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언어는 사람의 인격이다. 그 인격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우리는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쉽고 재미있는 가이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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