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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손문숙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9월
평점 :

책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책을 읽고 난 후의 감동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나에게 좋은 말동무는 동생이다. 나만큼 책을 좋아하는 동생을 만나면 우리는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한다. 내가 좋았던 책에 대해 동생이 공감하면 기분이 좋지만 동생이 기대보다 떨어진다고 말할 때는 의기소침해진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은 최고의 이야기상대이다.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읽기』는 현직 공무원인 저자 손문숙씨가 독서토론을 하며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남긴 글모음이다. 책을 느끼고 생각하며 반추하는 읽기를 통해 자신이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글이다.
총 27권의 읽기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는 이 글은 인간, 죽음, 여성 그리고 사회 네 파트로 구분지어 읽기를 이야기한다.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책장에 꽂혀있지만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을 미리 읽는 즐거움도 있다.
그 중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알게 되어 구매한 [필경사 바틀비]가 눈에 띈다. 저자 손문숙씨는 이 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김용균 군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이익창출로 인한 위험의 외주화.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어린 청춘들이 죽어가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규제 하나 못 마련하고 있는 이 현실을 자본주의를 거부하며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바틀비의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시대가 지나도 형태만 바뀔 뿐 없어지지 않는 불평등, 형태만 변주된 채로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이 현실을 저자는 자본주의로 인한 인간 소외로 담담히 소개해준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영화로 본 아들의 반응 또한 흥미롭다. 남자로서 여자의 입장을 서 보지 않고 김지영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저자는 두터운 벽을 느낀다. 나 또한 남편에게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보자고 이야기했을 때 "82년생 김철수"가 나오면 그 때 보겠다며 일축해버린 남편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페미니즘이 단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이론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는 이론이며 이를 알고 이해하는 움직임이 없이 거절해버리는 남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통해 이야기한다.
동생은 책을 읽는 이유가 바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완강해지는 자신을 다스리고 다른 생각들을 배우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동생의 말을 떠올렸다. 저자 또한 평범한 공무원이지만 독서토론을 하고 읽고 나누며 세상을 깨우쳐간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페미니즘을 보고 코로나 시대를 보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사유한다. 그 사유는 글쓰기로 이어지고 오십에 작가가 되기 위한 삶을 위해 정진한다. 읽고 쓰는 사람으로 자신을 재정의해간다. 읽기를 통해 삶의 폭이 넓어지고 글을 쓰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반성해간다.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읽기』는 무엇을 만드는가. 나는 읽기는 '삶'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의 삶은 달라져야하고 달라진다. 나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나의 삶이 달라진다.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삶이 같을 수 없다. 그 모습을 저자는 글을 통해 보여준다.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나름 읽는다고 하는데 과연 나의 삶은 달라져있는가. 나의 읽기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자문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