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숲과 별이 만날 때》는 조류학자인 글레디 벤더라가 첫 데뷔작부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을 제치고 아마존 작가 랭킹 1위를 기록한 화제작이다.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내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떠오르게 한다. 생태학자인 데일라 오언스가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저자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여 소설 속에서 살아 숨쉬며 생기를 불어넣었다. 《숲과 별이 만날 때》의 저자 글레디 벤더라 또한 조류학자인 저자의 경험을 되살려 일리노이 주에서 펼쳐지는 자연과 조류의 세계를 이 소설 속 인물들에 매개체가 되어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교수님의 산장을 빌려 새 둥지를 조사하는 조 (조애나 틸의 애칭)가 숲 속에 버려진 소녀 '얼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 조의 질문에 '헤트라예'라는 별에서 왔다는 소녀는 자신이 다섯 가지 기적을 본 후에야 자신이 왔던 별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얼사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경찰에 신고도 하고 아이를 찾는 실종 신고가 되어 있는지도 조회하지만 아이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소녀의 행방에 도움을 찾기 위해 계란 장사를 하는 이웃 게이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게이브 역시 알 수 있는 도리가 없다.
얼사는 어디에서 왔을까?
얼사의 부모님은 누구일까?
얼사는 정말 '헤트라예'라는 별에서 왔을까?
얼사가 말한 다섯 가지 기적은 무엇일까?
소설은 독자들에게 얼사에 관한 의문점을 끝까지 지닌 채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조와 게이브 또한 얼사에 대한 정체를 알기 위해 주력했지만 이들은 어느 새 얼사를 중심으로 한 마음이 되어 간다. 그들이 얼사를 서로 양육함으로 서로의 아픔이 드러난다.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동정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겠지만 조와 게이브 그리고 얼사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문제가 서로에게 흠이 되지 않는다. 그들에겐 아픔과 결점이 서로를 더욱 가까이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고 연대가 되어 준다.
왜 소녀 얼사는 조에게 다가왔을까? 이 대답은 게이브가 조에게 얼사를 빨리 경찰에 알려야 한다며 재촉할 때 조가 한 대답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엄마와 똑같은 아픔을 겪고 끝까지 사랑하였던 조에게는 그 경험이 정체불명의 소녀 얼사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힘이였다. 조가 아닌 다른 사람이였다면 얼사는 과연 끝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조가 아니였다면 얼사는 다섯 개의 기적을 볼 수 있었을까?

《숲과 별이 만날 때》는 각 인물들의 아픔이 드러나며 그 안에 또한 숨겨져 있는 비밀이 드러나며 읽는 이들을 또 다른 이야기장으로 인도한다. 그 비밀 속에 서로 찢겨져 있던 아픔들이 결국 숲과 별이 만날 때 비로소 온전히 드러나고 하나가 되어 간다. 단순히 빨리 돌려보내야 할 아이로만 생각했던 얼사가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면서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전함이 아닌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마음임을 알게 해 준다.
소설은 얼사에 대한 의문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후반부로 갈수록 얼사에 대한 의문점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조와 게이브 그리고 얼사가 만들어가는 이들의 연대가 더욱 빛을 발하며 후반부를 힘있게 끌고 나간다. 이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화려한 조류들의 이야기와 자연은 이 세 명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누군가가 필요할 때 그리고 혼자라고 느낄 때 이 소설은 나 자신부터가 남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줄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격려해준다. 그 사랑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