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영맨'과 '올드맨'으로 나눈다. 40을 넘어선 나는 당연히 올드맨에 속한다. 30대까지만 해도 올드맨이 아니라고 부르짖었지만 이제는 영락없는 올드맨으로 불리운다. 특히 뒤늦은 결혼 때문에 아이들이 여섯 살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의 보는 눈은 달라진다. 언제 키우나하는 측은한 눈빛이랄까. 만약 내가 미혼이였다면 이런 눈빛을 받지 않았을텐데 늦깍이 엄마가 되다 보니 나는 세상에서 불쌍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라는 제목의 글은 순전히 제목에 대한 감정이입에서 읽게 된 책이였다. 아직도 내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의기소침해지는 나의 모습과 육아와 회사에 갇혀버린 나의 일생이 너무 불쌍했고 가여웠다. 같이 하소연하고 싶었고 이 책을 빌미로 동병상련을 느끼고 싶어 읽기 시작한 책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여러 위기에 있던 저자 김영미씨가 글을 읽고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꿈을 찾기 시작한 에세이다.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이면서 작가로의 꿈을 키워가는 김영미씨는 이 책 속에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자녀들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삶에 큰 위기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집을 나간 아버지, 미용실을 운영했으나 끝내 빚을 갚지 못해 연달아 집을 나가신 어머니, 앞을 못 보는 할머니와 동생을 돌보기 위해 억압적이던 오빠 등 저자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이 그려진다. 그 중 저자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이야기하며 가정을 지키느냐 헤어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알게 된 책쓰기 강좌로의 삶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어린 시절의 저자는 불행했으나 남편의 화려한 프로포즈와 남편 사업의 성공, 모든 게 완벽해 보이던 그 때, 가정이 전부였던 저자에게 남편의 외도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이 남편에게 여자가 아닌 존재였음을 알았을 때 느끼던 낭패감, 자신의 존재감이 말살되는 것처럼 느껴지던 그 고통은 다른 종류의 갈등이지만 남편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내게도 공감이 되었다. 다만 실망스러웠던 건 이 위기로 인해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조금 허무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의 인정을 받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작가라고 생각하여 글쓰기를 하게 된 글을 읽으며 작가와 글쓰기라는 작업을 너무 쉽게 환상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컸다. 내 주변에서는 글쓰기를 먼저 하면서 마음을 토로하고 위로받으며 글쓰기가 주는 위로에서 힘을 받게 된 지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쓰기도 전에 육아하며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전업 글쓰기의 삶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좌를 들으며 작가로서 꿈을 키워 나가는 저자는 새로운 꿈을 통해 자신을 키워나간다. 가족이 우선시 되었던 삶 속에 자신의 꿈이 끼어들며 자신을 돌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자신의 나이를 바라보며 슬퍼하는 대신 60대의 자신의 눈으로 지금을 바라본다. 먼 후에 더 나이든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며 아직 너는 젊다며 지금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 이미 인생이 끝난 것처럼 의기소침해 하는 내게 아직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지금의 나의 상황보다 훗날 내가 지금의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비록 저자가 글쓰기를 시작한 계기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이 작가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며 책읽고 글쓰는 저자의 모습은 나를 보는 것 같아 공감이 된다. 나는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워킹맘의 일상에 찌들어 있던 내게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서평단 활동이 내게 활력을 주며 책과 글을 쓰는 일들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마흔이 넘어도 꿈을 꿀 수 있음을, 그리고 먼저 그 꿈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서부터 말해주는 이 책을 보며 최근에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나왔던 문제가 떠올랐다. "50대 이상 시니어들의 수명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요?"라는 문제에서 정답은 돈과 건강이 아닌 '삶의 목적'이였다. 끝까지 목적과 꿈을 놓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살 수 있다는 이 결과를 보며 자신의 나이에도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저자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나이가 들면 기회가 좁아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 현실에 나를 얽매일 필요는 없다. 우선 꿈꾸고 도전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또 어떤 길이 열릴 지 누가 알겠는가. 우선 시작해보고 달려보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